팔당호 ‘조폭’ 강준치,체면 잃고 과자 앵벌이

조홍섭 2011. 06. 12
조회수 134664 추천수 1

 

토종 담수어의 왕…관광객에 몰려 “한푼 줍쇼”

블루길과 패권 다툼 끝에 아이들 잃고 노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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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팔당 두물머리 관광객이 던져준 과자에 몰려든 강준치 무리.


휴일이던 지난 6일 오후 두물머리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는 팔당호를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건너편 세미원과 함께 한적한 호숫가의 정취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블루길 배스가 먹잇감 싹쓸이…엎친 데 덮쳐 수조개도 격감

 

사람들의 눈길이 팔당호에 과자를 던져주는 이에게 쏠렸다. 호수에 파문을 그리며 커다란 물고기들이 떼지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무슨 물고기지? 금잉어는 아닌 것 같은데 …."


길이는 20~30㎝가 많았고 큰 것은 50㎝ 가량 되는 물고기가 수십마리씩 떼를 지어 물 표면을 맴돌았다. 몸이 기다랗고 눈이 튀어나와 있으며 꼬리에 검은 빛이 감돌았다.


바로 강준치였다. 우리나라 담수어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해 1m 가까이 자라는 육식어종이다. 떼를 지어 수면 가까이 유영하면서 새끼 고기를 주로 잡아먹는다. 다른 물고기에겐 '조폭'과 흡사한 강준치가 왜 관광객에게 과자를 구걸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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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의 팔뚝만한 강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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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보고 몰려든 강준치. 


팔당호를 따라 걸으며 물가를 유심히 들여다 보면 그 단서가 보인다. 알에서 깬 어린 고기가 많은 때인데도 수초 사이에 작은 고기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눈에 띄는 건 대부분 외래종인 블루길과 배스이다. 우리나라 민물고기와 달리 이들은 해가 좋으면 물 표면에 떠올라 해바라기를 즐긴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맘 때면 팔당호 수초 주변에는 납자루아과 치어가 새까맣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블루길과 배스가 기승을 부려 팔당호를 점령하면서 수초가에서 살며 동작이 느린 납자루 종류들이 치명타를 맞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수의 탁도가 급증하면서 납자루아과 물고기가 알을 낳던 대칭이와 말조개 등 담수조개가 격감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블루길 배스 강준치 삼국지에서 블루길 강준치 누치 신 삼국지 시대로

 

호수의 주인을 다투는 싸움에서 토종 대표가 강준치였다. 서로가 서로의 치어를 먹이로 삼으면서 이들의 패권다툼은 팔당호를 작은 먹잇감보다 큰 포식자가 더 많은 육식 물고기의 각축장으로 만들었다(토종과 외래종 30년 전쟁, '팔당호 삼국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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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치는 1990년대 중반께부터 팔당호의 주인 행세를 하던 블루길과 배스에게 도전장을 냈다. 손영목 서원대 교수팀이 1996년 조사했을 때 팔당호에 가장 많은 물고기는 강준치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채집한 물고기 3~4마리에 한 마리꼴로 강준치였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블루길로 21%였다.


그 이후의 전개과정을 보면, 낚시를 통한 제거 등 집중적인 타격을 받은 배스가 패권 대열에서 뒤로 물러나고 다른 대형 육식어종인 누치가 가세해 블루길, 강준치, 누치의 삼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물론 배스는 일반적인 채집방식으로 잘 잡히지 않아 조사결과는 실제를 과소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혜경 국립환경과학원 박사 등이 2009년 <한국어류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생체량으로 볼 때 팔당호에 가장 많은 물고기는 몰개, 블루길, 강준치, 누치 등의 순이었다. 소형 물고기인 몰개는 산란기에 큰 무리를 이루다가 몽땅 그물에 걸리곤 한다. 국소적으로 다수 분포하는 몰개를 빼고 호수 전체로 가장 많은 물고기는 18.9%를 차지한 블루길과 18.4%로 나타난 강준치였다. 이어 14.4%를 차지한 누치가 뒤를 쫓고 있다.


우리나라 하천에서 우세한 잉어는 4.9%,메기 2.3%, 가물치 2%, 붕어 1.2% 등으로 팔당호에선 소수자로 나타났다. 배스도 2.5%로 선두다툼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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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길(위)와 배스.

 

 

서로 덩치 불리다 대형 육식어종 전체 공멸할수도

 

 이 연구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무작위로 채집한 어류의 크기로부터 나이분포를 추정한 부분이다. 강준치는 놀랍게도 74%가 20㎝ 이상으로 5년생 이상이었다. 가장 많아야 정상인 1년생 미만은 17.4%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강준치의 개체군이 앞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조적으로 배스는 15㎝ 미만인 어린 개체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블루길도 어린 개체와 나이 든 개체가 고루 나왔다. 배스와 블루길의 나이분포가 강준치보다 건강한 것이다. 이것은 강준치의 새끼는 블루길과 배스의 밥이 되고 있지만 강준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가리킬 수 있다. 강준치는 블루길과 배스와의 싸움에서 밀려날 것인가.


어쩌면 팔당호에서 지나치게 급증한 개체군이 조절단계에 접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강준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상 비대해진 대형 육식어종 전체에 해당하는 상황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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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리 두물머리 전경.


팔당호에서 잡은 배스의 상당수가 뱃속이 비어있는 공복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준치의 먹이섭취 실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배스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벌써 그런 조짐이 드러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사람에 대한 공포를 무릅쓰고 과자를 향해 덤벼드는 강준치에게서 이미 호수의 왕자다운 면모는 찾기 힘들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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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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