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속의 보석, 삼광조 태어나다

윤순영 2011. 0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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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보다 긴 꼬리, 푸른 부리와 눈 테가 신비로운 여름철새

가평서 둥지, 새끼 세마리 성공적으로 키워내


요즘 숲속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새를 꼽는다면 삼광조가 유력한 후보일 것이다. 자기 몸보다 배 이상 긴 꼬리를 자랑하는 수컷은 특히 압권이다. 부리와 눈의 테가 파란 색이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게도 한다. 

여름에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번식을 하는 이 새의 영어 이름은 '천국의 파리 잡는 새'이다. 공중을 날거나 정지 비행하며 곤충을 잡아먹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온 이름이다. 삼광조란 이름은 일본에서 온 것이어서, 긴꼬리딱새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제주도, 거제도 등 남부지방에 많았지만 기후변화 탓인지 이제는 한반도 전역에서 드물지 않게 번식한다. 산란기인 5~7월 동안 암수는 세력권을 정하고 다른 새가 오면 싸워 쫓아낸다. 

인공 조림지, 잡목림, 낙엽활엽수림, 관목숲 등에 둥지를 트는데, 둥지는 나무껍질을 많이 쓰고, 적은 양의 새 깃털, 풀 이삭, 나방의 고치, 이끼류 등을 섞어 거미줄로 붙여 컵 모양으로 만든다. 몸길이는 수컷이 45센티미터, 암컷이 18센티미터이다. 이 사진은 2009년 6월 경기도 가평에서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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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이 알을 품고 있다.


초록빛 숲속에서 한 세대를 이어가는 탄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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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3일 된 새끼. 


13일만 알에서 깨어났다. 새끼 소리는 들리지만 보이질 않는다. 3일이 지난 뒤 4마리의 새끼가 처음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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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전달하기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건네준다. 암컷은 이 먹이를 받아 새끼한테 먹인다. 흔하게 관찰되는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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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지 5일째

먹이를 달라고 재촉하는 새끼들. 알몸에 제법 털이 나기 시작했다. 눈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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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광조 수컷. 긴 꼬리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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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과 수컷이 먹이를 열심히 나르고 있다.


새끼들은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눈에 확연이 보인다. 온도가 떨어지면 자라는 새끼에게 지장을 줄까봐 암컷은 둥지로 들어가 자주 품어 주면서 체온을 유지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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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8일째


수컷이 나비를 잡아왔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경계심이 매우 강하다. 암컷은 모정이 넘쳐나는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새끼 기르기에만 열중한다. 먹이로는 나비를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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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10일째


둥지 밖으로 몸이 반쯤 올라와 있다 파리를 잡아와 주고 있다. 날아다니는 곤충을 공중에서 잡는 것이 삼광조의 사냥 특징이다. 내일쯤이면 둥지를 떠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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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10일째


오전 10께까지만 해도 둥지 밖으로 나오리라 생각 못했지만 오후 3시가 되자 한 마리가 갑짜기 외출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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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잠자리를 입에 문 어미.


자라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어미는 다른 새끼들도 나오라고 재촉하며 먹이를 줄듯 말듯 달래며 밖으로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어미에 마음을 어린새끼들은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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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10일째


둥지 위에 올라섰다.  이제 밖으로 날개를 활짝 펴 이동하면 된다. 어미는 계속해 새끼의 자립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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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북돋아준 힘으로 용기를 낸 새끼가 힘찬 날갯짓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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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온 새끼한테 수컷이 먹이를 주고 있다.


둥지 안에 있는 새끼는 먹이를 주지 않고 밖으로 나온 새끼에게만  먹이를 주며 다른 새끼를 밖으로 유인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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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삼광조

둥지 밖 세상이  자유롭기도 하지만 어린 새끼의 모습은 왠지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새끼에게는 이 세상이 미지의 세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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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20분 새끼들의 힘든 둥지 밖 외출이 다 끝났다. 빈둥지만이 쓸쓸히 남아 있다.


윤순영/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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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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