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비밀 풀 800만 년 전 ‘숲 미라’ 발견

조홍섭 2010. 12. 16
조회수 70837 추천수 0
캐나다 북쪽, 75살 추정…북극 인근 발견 처음
빙하 녹으면 썩어 온실가스 대규모 방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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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100만 년 전 캐나다 북쪽 지방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나무들은 추위와 싸우느라 거의 자라지 못했다. 엄청난 눈이 쌓인 어느 날 산사태가 나 숲의 나무들이 몽땅 땅속에 묻혔다. 기후는 점점 추워져 숲은 키 작은 관목 외에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는 얼음 땅으로 바뀌었다.
 
한랭화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 받은 듯
 
 지난해 캐나다의 북쪽 끄트머리인 엘레스미어 섬 국립공원에서 조엘 바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버드 극지방연구센터 연구원은 녹아내린 빙하 옆 진흙 언덕에서 나뭇가지가 삐져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부러진 나무둥치와 가지, 뿌리, 심지어 잎사귀까지 썩지 않고 건조되어 원래 상태에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숲의 미라가 발견된 셈이다. 미라가 된 숲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북극 가까이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의미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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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진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초기 단계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발견된 나무는 대부분 가문비나무와 자작나무였다. 나무들은 대부분 75살 이상의 거목이었는데 나이에 견줘 호리호리했고 나이테가 좁았다. 또 잎사귀의 크기도 매우 작았다.
 연구진은 나무들이 한랭화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잘 자라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바커 연구원은 “엘레스미어 섬은 따뜻한 낙엽 활엽수림에서 침엽수림을 거쳐 키 작은 극지방 관목림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며 “ 일 년의 절반은 어둡고 추운 날이 계속되면서 나이테 성장이 느려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숲 미라’에 포함된 꽃가루를 분석했는데, 발견된 나무는 200만~800만 년 전에 살았던 종류였으며 몇 종의 나무밖에 없어 당시 생물다양성도 급격히 줄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식물의 씨앗이나 당시 살았던 곤충 탐색
 
 현재 연구진은 완벽하게 보존된 형태로 발견된 숲의 잔해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식물의 씨앗이나 당시 살았던 곤충을 찾고 있다.
 바커는 “잘 보존된 숲의 유기물로부터 기후변화가 얼마나 빨리 이뤄졌고 식물들이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아주 정밀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지구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생물이 적응하는지를 알기 위해 과거의 기후변화 기록을 호수 퇴적물, 빙하, 바다 퇴적물, 동굴생성물 등에서 찾고 있다.
 한편, 이번 발견은 지구온난화가 부를 새로운 온실가스 발생원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미처 분해되지 않은 과거의 숲이 얼음 밑에 광범위하게 묻혀 있다가 빙하가 녹으면서 부패한다면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를 방출하게 된다.
 연구진의 데이빗 엘리엇 오하이오주립대 명예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숲 미라가 바로 기후변화에 위협이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북극 전체에 얼음이 녹는다면 그 속에 묻혀있는 숲 잔해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오하이오주립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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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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