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의 전쟁, 공군까지 동원해 ‘쥐 폭탄’ 투하

조홍섭 2011. 01. 04
조회수 49110 추천수 0
  괌 미군기지에 호주 외래종 갈색나무뱀 무법천지
  길이 2.3m, 무게 2㎏으로 나무 위에서 살며 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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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가 있는 서태평양의 섬에서 수십 년째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 야생동물국과 외래종인 갈색나무뱀 사이의 전쟁이 그것이다.

애초 오스트레일리아의 북부와 동부 해안과 파푸아뉴기니, 그리고 주변 섬에 서식하던 이 뱀은 1950년대의 어느 시점에 파푸아뉴기니에서 괌으로 옮겨졌다. 괌의 미군기지에는 화물비행기가 빈번하게 드나들기 때문에 군사시설 이동과 함께 이 뱀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래종은 신천지에서 종종 폭군으로 돌변한다. 천적이 없을 뿐더러 미처 피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먹이에 새로운 포식자로 군림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들어 이 섬의 고유종이던 새들의 상당수가 갑자기 사라졌다. 1980년대엔 갈색나무뱀의 개체수가 부쩍 늘어 가정집의 강아지나 새장 속 새가 습격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밀도는 ㏊당 50~100마리로 치솟았다. 다 자라면 길이 2.3m, 무게 2㎏에 이르는 이 외래 파충류는 섬의 주인 행세를 하게 된 것이다.

생태계 피해만이 아니었다. 이 뱀은 전선을 따라가며 먹이를 찾는 습성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단락을 일으켜 정전사태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사흘에 한번 꼴로 일어난다. 갈색나무뱀으로 인한 직접 피해만도 연간 100만~4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미 농무부는 추산한다.

이 뱀을 퇴치하기 위해 그동안 미국 정부는 덫, 탐색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야행성이자 나무 위에서 사는 이 뱀을 없애는 데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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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야생동물국은 ‘공군력’을 동원하는 비장의 카드를 빼들었다. 죽은 쥐를 종이 판에 부착해 정글의 나무 위에 뿌리는 계획이다.

쥐에 삽입한 ‘독약’은 아세트아미노펜인데, 감기약 타이레놀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이 뱀은 어린이가 먹는 타이레놀 성분의 4분의 1만 섭취해도 헤모글로빈의 산소 전달 능력에 교란을 일으켜 60시간 안에 죽게 된다.

갈색나무뱀은 잡식성이다. 쥐, 도마뱀, 새 등을 가리지 않고 먹으며 자기가 사냥하지 않은 죽은 쥐, 닭뼈 등도 먹어치운다. ‘쥐 폭탄’은 이런 습성을 이용한 것이다.

약을 주입한 냉동 쥐를 골판지에 붙인 뒤 또 다른 골판지 사이에 기다란 종이 띠로 연결해 공중에서 떨어뜨리면, 대개 밀림의 나무 위에 걸치게 된다.

미 야생동물국은 지난해 9월 시험적으로 약 200개의 ‘쥐 폭탄’을 투하했다. 효과를 검토해 올해에는 섬 전체에 살포할 예정이다.

야생동물국은 여러 해 전부터 이 방법의 부작용을 연구해 왔다. 까마귀 등 야생동물이나 개 등이 죽은 쥐를 먹었을 때 빚어질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이득에 견줘 부작용은 최소한에 그친다”는 결론을 얻었다.

물론 이 방법의 한계는 갈색나무뱀을 박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더라도 개체수를 효과적으로 억제해 피해를 줄이고 나아가 군용기를 통해 하와이 등 다른 섬으로 뱀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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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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