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땀은 내 몸 안 ‘천연 에어컨’

조홍섭 2009. 08. 20
조회수 50018 추천수 0
온도가 높아질수록 땀을 내 체온 자동조절
쿨맵시 등 환경친화형 복장보다 훨씬 효과

 
 
Untitled-3 copy.jpg상당수 사무직 종사자들에게 여름은 땀 흘리기 힘든 계절이다. 출근길의 버스와 지하철에서부터 사무실까지 에어컨의 찬 바람이 몸을 감싼다. 점심 식사를 하러 잠깐씩 걷는 동안이나 퇴근 뒤 집에서는 냉기에 적응된 몸이 더위를 과장되게 느낀다. 에어컨이 없었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여름은 땀의 계절이었다. 음식을 먹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나오는 땀을 부채나 선풍기로 식히고 손수건으로 찍어내며 살았다. 이렇게 더위를 견디는 것이 전근대적이고 비효율적인 방식일까.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실험결과는 ‘땀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27도 실내서 쿨맵시와 일반 복장 차이 0.2도
 
실험은 여름철 간편복인 이른바 ‘쿨맵시’의 효과를 재기 위한 것이다. 남성 4명과 마네킹 1개를 대상으로 일반 복장과 쿨맵시를 입혀 피부 온도 등을 측정해 보았다. 쿨맵시란 재킷을 입지 않고 반 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을 말하며, 환경부가 일본식 조어인 ‘쿨 비즈’ 대용으로 제안한 말이다.
 
환경과학원은 실험결과 “27도의 실내에서 쿨맵시 차림을 하면 실내온도를 25도로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쿨맵시가 정말 효과가 있음이 과학적으로 드러났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험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쿨맵시보다는 땀의 효과가 두드러져 보인다.
 
온도가 25도인 사무실에서 긴소매 셔츠와 넥타이를 착용한 4명의 실험 참가자들의 평균 피부 온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32.6~34.5도 (평균 33.6도) 분포를 보였다. 같은 온도에서 쿨맵시 차림을 한 사람들의 피부 온도는 32.1~33.6도(평균 32.8도) 범위였다. 두 가지 복장으로 인한 피부 온도는 평균 0.8도 차이가 났지만, 개인별로는 최고 1.6도의 격차가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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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내온도가 27도로 올라가면 얼핏 쿨맵시의 효과가 더 나타날 것 같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두 복장의 평균 피부 온도 차이가 0.2도밖에 나지 않았다. 일반복장의 피부 온도는 33~34.7도, 쿨맵시는 33~34.1도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까닭은 27도 실내에서 땀이 많이 나면서 피부가 식었기 때문이라고 류지연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는 말했다.
 
땀이 많은 체질인 한 실험참가자는 일반복장 때 피부 온도가 33도로 쿨비즈를 입었을 때의 33.8도보다 오히려 낮은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반복장을 입었을 때 땀을 더 흘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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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설정온도 1도 높이면 소비전력량 7% 줄어

 
국립환경과학원은 일반복장을 하고 실내 온도를 바꿔가며 별도의 실험을 했는데, 실내온도를 24도에서 27도로 3도를 높이는 동안 평균 피부 온도는 1.1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또 재킷까지 입고 실험했을 때도 피부 온도는 그리 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우리 몸은 땀을 내는 방식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으며, 그것이 쿨맵시 등 환경친화형 복장을 입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이다.
 
쿨맵시가 효과를 내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에어컨으로 지나치게 서늘하게 만든 사무실이었다. 쿨맵시의 효과가 두드러진 25도는 정부가 권장하는 여름철 실내적정온도 26~28도 범위 밖이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해 공공장소의 실내온도를 잰 평균이 25.1도였다. 관공서가 27도로 가장 높았고 학원 23.5도, 영화관 24.7도 등이 가장 낮았다.
 
Untitled-1 copy.jpg에어컨의 설정온도를 1도 높이면 소비전력량을 7% 줄일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5도로 설정된 에어컨을 27도로 높이는 대신 일반복장 대신 쿨맵시를 입으면 훨씬 쾌적할뿐더러 전국적으로 기름 41만 3천t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만t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옳은 얘기다. 하지만 더 옳은 선택은 아마도 우리 몸이 지닌 ‘천연 에어컨’인 땀 흘리기와 부채 또는 선풍기의 결합이 아닐까.
 
에어컨과 마찬가지로 우리 몸도 증발열을 이용해 몸을 식힌다. 피부의 땀 1㎖가 수증기로 증발할 때 빼앗아 가는 열은 580㎈에 이른다. 땀을 한 방울도 안 흘렸다고 느끼더라도 우리는 하루에 600㎖의 물을 땀으로 배출한다. 한여름을 에어컨 바람을 쐬며 보송보송하게 넘기는 것이 쾌적해 보일지 몰라도, 우리는 피부에서 땀을 흘려 효과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사람과 말 등 몇몇 동물에게서만 진화한 탁월한 능력을 썩히는 셈이 된다.
 
목욕탕에서 억지로 땀을 흘리고, 에어컨으로 땀을 막는 것이 몸에 이로울 리 없다. 적어도 여름엔 땀이 흐르게 하는 게 어떨까.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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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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