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질 봉사 손길의 '기적', 기름유출 태안 앞바다 거의 회복

김정수 2013.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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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재앙 흔적은 눈씻고 찾아야…오염 걷어내다 생긴 상처에도 새살 돋았다.
기름 유출 사고 5년, 신속한 초기 오염 제거로 자연 복원력 힘받아…모니터링은 2019까지
   
taean0.jpg » 태안해안국립공원 구름포 해변에 있는 해안사구의 일부. 허베이스피리트호에서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기 위한 중장비 이동로가 되면서 바닥까지 내려 앉았던 해안사구 한 가운데가 바람의 힘만으로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바람이 실어나른 모래로 2년 만에 제법 두둑해진 훼손지에 좀보리사초, 갯그령 등 사구식물이 다시 들어왔다. 사진=김정수 선임기자 

 

2007년 겨울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는 아름다운 해안 경관을 자랑하는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에 끔찍한 재앙이었다. 청정해변은 파도를 타도 밀려드는 기름으로 검게 뒤덮였고, 그곳을 삶터로 한 게와 조개, 물고기, 새 등 수많은 생명이 끈적거리는 기름을 뒤집어쓰고 죽어갔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나고 돌아본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 당시 사고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은 지난 봄 내놓은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 유출 사고에 따른 생태계 영향 장기 모니터링’ 4차년도 보고서에서 “태안해안국립공원 북부지역 해안의 일부 자갈이 포함된 해변과 펄질 해변에 심각한 수준의 유류가 잔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연구원이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관련 특별법에 따라 2009년부터 시작한 모니터링에서는 조사대상 지역 표면의 잔존 기름 성분(유징) 피복도가 10%를 초과하거나, 표면 아래에서 용출되는 바닷물에 갈색ㆍ검은색 등의 유막이 뜨는 경우를 ‘심각한 잔존 유징’으로 분류한다. 최근 조사 결과인 4차년도 장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태안해안국립공원과 일부 섬 지역의 잔존 유류 조사구간 약 48.2km 가운데 이런 기준에 따른 ‘심각한 잔존 유징’ 구간은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말 현재 조사구간의 2.28%인 1.1km에 불과하다. 지형상 사고 발생 초기 자원봉사자들의 접근이나 장비 투입이 어려워 초기 오염 제거 작업이 미흡했던 지역들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남아 있는 기름을 육안으로 직접 보기는 쉽지 않다. 지난 21일 국립공원연구원 유류오염연구센터 연구원들의 안내로 2012년 조사에서 ‘심각한 잔존 유징’ 지역으로 분류된 태안해안국립공원 북부 지역 양청이 해변을 찾아가봤지만, 남아 있는 기름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 유류오염연구센터에서 해안선 잔존 유징 조사를 맡고 있는 오선관 연구원은 “현재 심각한 잔존 유징 지역 가운데 표면에서 기름 성분이 발견되는 곳은 드물고, 대부분 표면을 50㎝ 가량 팠을 때 차오르는 바닷물에서 기름막이 발견되는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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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an3.jpg » 바닥을 50㎝쭘 퍼냐료거묜 ㅇㅍ먹아 샹가눈 유징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된다. 사진=국립공원연구원  

 

바위 표면 등에서 일부 발견되는 유징은 휘발 성분이 날아가고 타르 성분만 굳은 채 붙어있는 상태여서 생태계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유에 함유돼 있는 대표적 미량 유해성분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의 퇴적물 속 농도 모니터링에서도 대부분의 조사대상 지역이 기준치 이하이거나 국내 다른 연안 지역에서의 농도 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름으로 검게 뒤덮인 해안을 생생히 기억하는 연구자들은 유류 사고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된 현재 상황을 두고 “기적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정원 유류오염연구센터장은 “처음 현장을 봤을 때 훼손된 자연이 회복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기적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사고 직후 전국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에 의한 신속한 초기 오염 제거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처럼 빠른 회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an7.jpg » 휴일을 맞아 태안 모항에 몰려든 자원봉사자들. 사진=신소영 기자

 

수술을 위해 환부를 헤집어야 하는 것처럼 방제 작업을 하느라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2차 훼손지들에도 자연의 힘만으로 새 살이 돋아나고 있다. 태안해안국립공원 구름포 해변에 있는 해안사구는 신속한 방제 작업을 위해 중장비가 오가면서 한 가운데가 깎여나가 허물어져 내렸다.

 

이 사구 복원에 나선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가 한 것은 모래를 쌓이게 만드는 모래포집기를 설치하고 나무 울타리를 둘러쳐 사람의 접근을 막아준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자연에 맡겨둔 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사구 바닥은 날아와 쌓인 모래로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위에는 좀보리사초, 갯그령, 갯메꽃 등의 사구식물들이 다시 들어와 뿌리를 내렸다.
 

taean5.jpg » 기름오염 제거 과정에서 훼손된 구름포 해안사구. 맨 앞 사진의 복구 전 모습이다. 사진=국립공원연구원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해양생물의 생태계는 어떤 상태일까? 태안에 있는 국립공원연구원 유류오염연구센터 연구자들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 과학도의 신중한 태도로 돌아서며 분명한 대답을 꺼린다. 하지만 유류오염연구센터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해양환경, 해양 동ㆍ식물, 육상 동ㆍ식물 등 24개 항목을 대상으로 4년째 벌여온 생태계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들을 보면 해양 생태계도 대체로 회복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름오염 사고로 해안이 오염될 경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물군의 하나는 이동성이 떨어지는 저서생물들이다. 모니터링에서 굴이나 따개비와 같이 바위 등에 붙어사는 경성기질 저서무척추동물은 조간대(밀물ㆍ썰물 때 물이 들고 나는 해안구역)에서 사고 직후부터 2009년까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는 안정적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갯지렁이, 조개, 게, 고둥류 등 개펄에 서식하는 연성기질 저서무척추동물의 출현종과 개체수도 조하대(썰물때에도 드러나지 않고 항상 물에 잠겨있는 해안구역)에서 사고 직후 다소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안정화되고 있다. 조간대에서는 대부분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피해가 집중됐던 학암포 지역에서만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식물 플랑크톤의 경우 2012년 현존량이 2010년에 비해 절반 정도 줄었으나 2008~2009년 보다는 2배 이상 늘어난 상태이며, 동물 플랑크톤의 종수와 현존량은 사고 다음해인 2008년을 제외하고는 과거와 같은 경향의 일정한 계절적 변화만 보이고 있다는 것이 국립공원연구원의 분석이다.
 

taean4.jpg » 사고 당시 해변으로 밀려든 기름으로 뒤덮인 구름포 해변의 모습. 사진=국립공원연구원

 

썰물 때 해변에 만들어지는 조수웅덩이들 속 어류를 대상으로 한 2009년 이후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한 결과, 어류도 유류 사고의 영향에서 벗어나 회복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4차년도 장기 모니터링 보고서는 “2010년부터 어류 종수와 개체수의 증감이 반복되고 있고, 조간대 정착성 어류들이 안정적으로 출현하고 있다”며 “유류오염에 의한 서식지 교란 후 환경이 안정화되면서 회복단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어패류의 산란장과 은신처가 되는 해조류와 해초류도 사고 발생 이후 한 때 교란된 모습을 보였으나 현재는 회복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해조류의 생물량은 기름 오염이 심했던 학암포, 파도리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고 다음 해인 2008년에 사고 전인 2007년에 비해 최대 4배까지 급증했다. 그러다 2010년 이후 대부분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류오염 지역에서 자라던 거머리말, 새우말 등 해초류는 해조류와 반대로 사고 직후 급격하게 감소했다가 2010년 이후 회복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한길 원광대학교 교수(생명과학부)는 “파래류와 같은 해조는 환경적으로 교란이 일어나면 급증한다. 유류유출 사고 다음해 해조류가 급증한 것은 인근의 양식장에서 대량 폐사한 굴에서 질소 성분이 빠져나와 영양분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뒤에 일시적 급등이 잦아드는 것은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것이며, 지금은 유류사고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류오염연구센터 노형수 팀장은 “육안상으로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유류 사고의 영향에서 거의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 자료상으로 보아도 건강성을 회복해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유류오염에 다른 생태계 변화 과정을 장기적으로 추적하는 모니터링은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에 의한 태안해안국립공원 생태계 영향 모니터링은 2019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태안/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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