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얼음 밑 4천m 호수서 다양한 생물 확인

조홍섭 2013. 07. 09
조회수 33475 추천수 0

미 연구진 물고기 창자 서식 세균 등 유전자 확인, "다양한 생태계 존재 가능성"

열수분출구서 에너지와 영양분 공급…1500만년간 외부와 차단, 외계 생물 연구자 관심

 

 Lake_Vostok_Sat_Photo_color.jpg » 위성에서 촬영한 보스토크호 상부의 빙상이 평평하다. 사진=미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 위키미디어 코먼스

 

세계에서 4번째로 깊고 담수용량이 7번째로 많은 호수는 남극대륙 한가운데 있다. 지상이 아니라 얼음을 4000m 가까이 파내려 간 곳에 충남과 충북을 합친 면적의 거대한 담수호 보스토크호가 자리 잡고 있다.
 

엄청난 얼음 압력에다 빛이 전혀 들지 않고 영양분도 없는 차가운 이 호수에는 아무것도 살 수 없고, 혹시 있다면 외계 생물체와 비슷할 것으로 믿어졌다.
 

그러나 이 호수에도 세균과 함께 다양하고 복잡한 생물들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콧 로저스 미국 오하이오 보울링 그린 주립대 미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진은 최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간하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원>에 실린 논문을 통해 1990년대 러시아가 보스토크 기지에서 굴착한 얼음 시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noaa_640px-Wostok-Station_core32.jpg » 남극대륙 한가운데 있는 러시아의 보스토크 기지. 이 지하에 거대한 호수가 있어 심층 굴착이 진행중이다. 사진=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위키미디어 코먼스

 

보스토크호도 3500만년 전에는 푸른 하늘 아래 숲에 둘러싸인 호수였다. 그러나 남극대륙의 급격한 한랭화와 함께 1500만년 전 이 호수는 얼음 밑에 갇히고 말았다. 남극에는 이런 얼음 밑 호수가 375개 있으며, 보스토크호는 이 가운데 가장 크다.
 

소련이 1956년 발견하고 영국이 1990년대 레이더로 관측해 알려진 이 호수는 1만 5000㎢ 면적에 수심 800m로 과학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애초 생물이 살았던 호수라면 오랜 세월 얼음 밑에 갇히더라도 바뀐 환경에 서서히 적응해 진화한 독특한 생물이 살고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708px-LakeVostok-Location.jpg » 보스토크호의 위치(원). 사진=미항공우주국,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남극에서의 심층 굴착 자체가 어려운데다 굴착 과정에서 외부 생물체로 인한 오염 우려가 있어 호수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연구진은 연간 3m 속도로 이동하는 빙하 때문에 보스토크호 상부가 얼어붙은 ‘부착 얼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지표로부터 3500m 지점에서 굴착한 이 부착 얼음은 5000~1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깊이가 231m에 이르며, 호수 안 생물의 흔적을 간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 부착 얼음 속의 유전물질을 분석해 모두 3507가지 독특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 1623개는 이미 밝혀져 데이터베이스에 확보된 기존 생물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94%는 세균이었고 6%는 복잡한 다세포 생물이었으며 2건은 원시적 단세포생물인 아케이아였다.
 

Melanie Conner_National Science Foundation-1 _HOLDINGVOSTOKX.jpg » 보스토크호에서 굴착한 얼음 시료. 사진=멜러니 코너, 미국과학재단

 

흥미롭게도 이들 세균 가운데는 동물의 몸속에서 공생하거나 병을 일으키는 종류였는데, 그들이 사는 동물로는 환형동물, 말미잘, 완족류, 완보류, 어류 등이었다. 이 세균들은 무지개송어, 바다가재, 촌충, 물벼룩, 바다 표면을 떠도는 갑각류 등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또 열에 잘 견디는 세균과 비소를 산화하는 세균의 유전자 염기서열도 발견했는데, 이는 호수 안에 지질활동에 의한 열수분출구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열수분출구는 심해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호수 생물이 살아갈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은 밝혔다.
 

유전자 염기서열이 확인된 다세포생물로는 조개, 절지동물, 윤충 등이었다. 해양생물의 유전자가 검출된 것은 이 호수가 한때 바다와 연결돼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체적으로 생물 흔적의 농도는 미미해 호수의 영양상태가 매우 빈약했다.
 

vostok.jpg » 보스토크호의 얼개. 서서히 이동하는 상층 빙상 아래 호수 윗 부분에 부착 얼음 층이 두 개 있다. 호수 바닥엔 퇴적층과 그 위에 소금물 층이 있다. 지질활동으로 열수분출구도 왼쪽에 그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 시료를 채취한 지점은 가로축에 화살표로 나타낸 두 곳이다. 그림=로저스 외, <플로스 원>

 

이번 연구는 호수를 직접 탐사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분석한 것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논문은 “적어도 일부 복잡한 동물이 이 호수에 살고 있을 가능성이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연구자의 하나인 로저스 보울링 그린 주립대 연구자는 “이제가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생태계를 발견했다. 생명은 얼마나 강인한가, 수십년 전이라면 아무것도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곳에서도 생물체는 잘 살아가고 있다.”라고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보스토크호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 등 얼음에 덮인 외계 행성과 유사한 환경이어서 우주생물학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지난해 보스토크호를 굴착했으며 곧 그 분석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tarkman YM, Koc¸er ZA, Edgar R, Veerapaneni RS, D’Elia T, et al. (2013) Subglacial Lake Vostok (Antarctica) Accretion Ice Contains a Diverse Set of Sequences from Aquatic, Marine and Sediment-Inhabiting Bacteria and Eukarya. PLoS ONE 8(7): e67221. doi:10.1371/journal.pone.006722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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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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