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중·동부는 표범 복원 최적지

조홍섭 2013. 07. 16
조회수 40682 추천수 1

백암산·백석산 일대…산양이 멧돼지보다 많은 곳, 밀렵과 가축전염병 없어

국립환경과학원 무인센서 카메라 조사 결과, 절대 보존 필요

 

 Keven Law.jpg » 아무리표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러시아 극동지방에 극소수가 살아남아 있다. 사진=케빈 로, 위키미디어 코먼스  


한반도에서 표범이 마지막으로 잡힌 것은 공식적으로 1962년 경남 합천 오도산에서였다. 이후 수많은 목격담과 발자국 흔적이 나왔지만 실체가 확인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직도 표범의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무인센서 카메라 등으로 추적을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표범은 발톱 자국, 배설물 등으로 자신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물이어서 예외적인 잔존 개체가 아니라면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만일 표범이 남한에서 사실상 절멸했다는 판정이 나왔을 때, 이를 복원할 곳이 있을까.
 

대형 포식동물을 복원할 때 고려할 사항은 잡식성인 반달가슴곰 복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먹이동물이 풍부한 것은 물론 사람이나 거주지로부터 멀어야 한다. 자연이 잘 보전됐지만 연간 4000만명이 넘는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은 당연히 대상에서 빠진다. 백두대간을 빼고 한반도 생태축에서 남는 건 비무장지대밖에 없다.
 

dmz12.jpg »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일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생태축이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최근 비무장지대(DMZ) 보존을 위해 열린 우이령 포럼에서 최태영 국립환경과학원 박사는 비무장지대 중·동부의 백암산·백석산 일대가 왜 대형 맹수를 복원하기 위한 최적지인지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강원도의 철원·양구·화천에 걸쳐 있는 백암산·백석산 일대는 평화의 댐 상류에 위치한 산악지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이 지역 비무장지대 일대를 무인센서 카메라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는 흥미롭다. 백암산·백석산의 민통선 지역에서 1년 동안 카메라에 찍힌 야생동물 사진 4222장 가운데 산양이 무려 35.4%를 차지했다. 멧돼지보다 산양이 많은 곳은 우리나라에서 여기밖에 없을 것이다.

dmz8.jpg » 백암산, 백석산의 위치도. 사진=국립환경과학원

 

최 박사가 이곳을 대형 맹수 복원의 적지로 꼽은 이유는 이처럼 산양·고라니·노루 등 표범의 먹잇감이 풍부하고 거주민이 거의 없는데다, 군사적인 제약 덕분에 밀렵과 가축 전염병 전파 우려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백암산·백석산 일대 약 800㎢에는 표범 10~15마리가 살 수 있을 것으로 최 박사는 추정했다.
 

이곳이 야생동물의 낙원을 이룬 데는 비무장지대라는 점 말고도 눈이 많이 쌓이지 않는다는 기상여건도 작용한다. 아무리 숲이 우거져도 긴 겨울 동안 깊은 눈 속에 갇힌다면 어떤 야생동물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dmz9.jpg » 무인센서 카메라에 잡힌 비무장지대 산양. 이곳엔 멧돼지보다 산양이 많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dmz7.jpg » 자료=국립환경과학원  

 

한편, 비무장지대 중부 지역에는 숲과 습지, 초지가 어울어진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돼 있어 현재 살고 있지 않은 사슴과 여우의 서식지로서 뛰어난 여건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에서 중부 비무장지대 안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은 고라니, 너구리, 삵 등 평범했는데, 잘 보전해 장차 여우와 사슴을 복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 비무장지대 철원 대암산에선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향노루가 다수 서식하고 있으며, 민통선 지역인 화천 대암산과 양구 백석산 일대에도 적은 수가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곳은 또 산양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dmz11.jpg » 무인센서 카메라에 촬영된 사향노루. 비무장지대가 유일한 서식지이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비무장지대 중부의 민통선 지역에는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어 두루미가 낮에는 농경지에서 먹이를 먹고 밤에는 비무장지대 안의 연못 얼음위에서 잠을 자는 행태를 보였다. 또 이곳엔 다수의 독수리가 서식한다.
 

비무장지대 서부지역에는 넓은 초지형 습지가 펼쳐져 새들의 낙원을 이루고 있지만 그 바깥의 민통선 지역은 개발로 인한 훼손이 매우 심해 보전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에 약 2000마리만 남아있는 저어새의 대부분이 이곳 비무장지대에서 번식을 한다. 또 거위의 야생 조상인 개리도 이곳에 도래한다.
 

비무장지대 야생동물 분포에서 특이한 점은, 멧돼지를 비롯해 담비와 수달이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특히 멧돼지는 민통선 지역에는 아주 흔한데 비무장지대 안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
 

최 박사는 그 이유에 대해 “비무장지대가 고립된 좁은 지역이어서 행동권이 넓은 동물이 매우 적게 사는 것 같고, 또 북한군에 의한 사냥 가능성과 지뢰 피해 등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dmz1.jpg » 환경부가 종전 60돌을 맞아 연 'DMZ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에 뽑힌 구삼범씨의‘저어새’. 비무장지대가 번식지이다. 사진=환경부

 

정전 60돌을 맞아 비무장지대(DMZ)가 다시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방미 기간에 ‘DMZ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다’고 발언하면서 이 지역을 어떤 형태로든 개발하려는 지자체 등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무장지대가 온대지역 생태계로 반세기 이상 보존이 이뤄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사실이다.  비록 서부 민통선 지역은 개발로 인한 훼손이 심하지만 넓은 초지성 습지가 저어새 등 새들의 낙원을 이루고 있고, 중부의 철원 대암산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향노루가 다수 서식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섣부른 개발구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민통선 이북에 멸종위기 30종 서식

사향노류 유일한 서식지 밝혀져

 

 dmz14.jpg » 2008~2010년 동안 최초로 비무장지대 안에서의 생태조사가 이뤄졌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강원 양구·인제·고성군의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과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사이 지역이 사향노루와 산양 등 멸종위기종의 보물창고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 민통선 이북 지역 동부권을 대상으로 자연생태계 조사를 한 결과, 이 지역에 식물 798종과 동물 1355종 등 모두 2153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서식이 확인된 동식물 가운데는 사향노루, 산양, 수달,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 5종과 담비, 하늘다람쥐, 참매, 날개하늘나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 25종도 포함돼 있다.
 

동부권 민통선 이북 지역 가운데 양구 백석산과 인제 대암산·대우산, 고성 향로봉 일대는 특히 산림의 보전 상태가 우수해, 사향노루, 산양 등 멸종위기 포유류 7종과 검독수리, 참매, 수리부엉이 등 산림성 조류를 포함한 멸종위기 조류 11종이 안정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양구 백석산은 인접한 민통선 중부권의 철원ㆍ화천 백암산과 함께 과거 전국적으로 분포했으나 밀렵으로 멸종위기에 내몰린 사향노루의 마지막 서식지라는 점에서 생태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dmz15.jpg » 바깥 농경지는 민통선 지역이고 안쪽이 비무장지대 서부 지역이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이번 조사에서는 고성 향로봉이 지금까지 계룡산 일대에서 주로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종 ‘이끼도롱뇽’의 북방 한계선이라는 사실도 처음 밝혀졌다. 고성 대암산에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벌매의 번식도 관찰됐다.
 

양구 수입천과 고성 남강 등의 민통선 이북 지역 하천 생태계는 인위적 교란의 영향을 적게 받아, 산간 계곡 고유의 어류상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칠성장어, 가는돌고기, 돌상어, 한둑중개, 가시고기 등 멸종위기 어류 7종과 천연기념물인 어름치 등이 서식하고 있었고, 서식이 확인된 49종의 담수어류 가운데 18종은 한국 고유종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올해는 민통선 이북 지역 중부권, 내년에는 민통선 이북 지역 서부권을 대상으로 생태계 조사를 계속하는 한편 남북 관계 경색으로 무산된 동부권 비무장지대 내부에 대한 조사도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생태축 복원과 ‘비무장지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추진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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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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