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위험 동물' 모기, 왜 내 피만 좋아할까

조홍섭 2013. 07. 17
조회수 38229 추천수 0

말라리아 원충 감염 모기 냄새 감각 3배 강화, 기생충 번식기엔 모기도 겂없이 흡혈

모기 몰리는 사람은 피부 세균 탓…이중 펌프로 단시간 최고 성능 피빨기

 

mos1.jpg » 사람의 피를 빨고 있는 흰줄숲모기. 산에서 많이 덤비는 모기로 뎅기열을 매개한다. 사진=미국 질병관리본부, 위키미디어 코먼스
 

귓전을 맴도는 ‘앵~’ 소리가 어렵게 든 잠을 빼앗는다. 모기는 왜 날갯소리를 내 위험을 자초할까. 또 옆에 누운 사람은 놔두고 왜 나만 괴롭히나. 핏방울이 꽁무니로 삐져나올 만큼 피를 빨고, 빗속을 너끈히 날아다니는 비결은 뭘까. 모기는 여름밤의 불청객 이상이다. 2010년 전 세계 2억 1900만명이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에 걸려 66만명이 사망했다. 주로 아프리카 어린이가 1분에 한 명꼴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말라리아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99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최근의 연구 결과 드러나고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모기의 행동과 생태에 관한 비밀을 알아본다. 


모기는 왜 나한테만 올까


유난히 모기에 많이 물리는 사람이 있다. ‘피가 달아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사람마다 모기를 끄는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모기는 더운피 동물의 호흡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추적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듬이에 있는 72개의 냄새 수용기로 냄새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한다. 더 좋아하고 싫어하는 냄새가 있다는 얘기다.

 

그게 뭔지 알기 위해 네덜란드 바게닝언 대 연구자들은 이런 실험을 했다. 48명의 자원자에게 하루 동안 비누는 물론 마늘, 양파, 고추, 술, 향수를 금한 뒤 나일론 양말을 20시간 동안 신겨 각자 ‘순수한 발냄새’만 남도록 했다.
 

mos3_James Gathany _CDC_1280px-Anopheles_albimanus_mosquito.jpg » 몸에서 열이 나고 호흡이 가빠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붐는 사람에게 모기가 먼저 덤빈다. 같은 조건이라면 피부에 어떤 세균이 있어 어떤 휘발성물질을 내뿜나가 모기의 선호도를 가른다. 학질모기의 일종인 아노펠레스 알비마우누스가 흡혈하고 있다. 사진=제임스 가타니, 미국 질병관리본부

 

모기의 선호도는 개인마다 크게 달랐다. 사람의 피부가 내는 체취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그 체취의 근원이 미생물임을 밝혔다.

 

사실 땀 자체는 냄새가 없다. 세균이 땀 속 물질을 휘발성으로 바꾸어 놓으면 체취가 된다. 사람 피부에 어떤 세균이 사느냐에 따라 냄새가 달라지고, 모기가 매력적으로 느끼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모기를 끌어들이는 세균과 쫓아내는 세균이 따로 있어, 슈도모나스 속의 세균은 모기가 싫어했고 렙토트리키아속 세균은 좋아했다. 또 종류는 적으면서 많은 수의 세균이 사는 피부일수록 모기에게 인기가 높았고, 다양한 종류의 세균이 고루 사는 피부는 모기를 끌어들이지 않았다. 청결하면서도 다양한 세균이 사는 건강한 피부여야 모기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mos2.jpg » 연간 66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70종 가까운 말라리아 모기 가운데 말라리아를 가장 많이 옮기는 종류인 감비아학질모기의 모습. 사진=제임스 가타니, 미국 질병관리본부

 

잠 쫓는 ‘앵~’ 소리는 사랑의 듀엣

 

모기는 날개를 빠른 속도로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사람에게 불안과 짜증을 부르지만 모기에게는 위치를 드러내 치명적일 수 있는 행동이다.

 

영국 과학자들은 최근 이 소리가 모기의 미묘한 짝짓기 행동 때문임을 밝혔다. 모기는 서로 다른 종이 떼지어 짝짓기를 해도 같은 종을 귀신같이 찾아내는데, 암·수가 서로 다른 진동의 날갯짓으로 이중창을 부르며 공명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동족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말라리아 기생충을 옮겨 가장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감비아학질모기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우리나라 도심에 많은 빨간집모기도 그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mos8_James Gathany, CDC_1024px-Culex_sp_larvae.jpg » 흔하게 볼 수 있는 빨간집모기의 애벌레인 장구벌레 모습. 사진=미국 질병관리본부, 위키미디어 코먼스

 

모기생활사_질병관리본부.jpg » 모기의 생활사. 그림=질병관리본부

 

■ 병 옮기는 모기가 더 잘 문다

 

암컷 모기는 알을 만들 때 필요한 단백질을 확보하기 위해 산란을 앞두고 한 번 포유류의 피를 빠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때는 식물의 즙에서 당분을 섭취해 살아간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 감비아학질모기는 산란기마다 2번, 황열병 모기는 여러 차례 흡혈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컷은 식물즙을 먹을 때에도 영양분이 풍부한 사람의 피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사양하지 않는다.
 

환경에 따라서는 암컷이 흡혈을 포기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도심에서 연중 활동해 골칫거리가 된 지하집모기가 그 예이다. 이욱교 국립보건원 질병매개곤충과 박사는 “지하집모기는 도시에서 흔히 보는 빨간집모기에서 분화해 지하실과 정화조 같은 곳에 적응했는데, 흡혈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처음엔 유충 시절 축적한 영양분을 이용해 산란을 하고 나중에 밖으로 나오면 흡혈과 산란을 한다”라고 말했다.
 

mos5_작은빨간집모기_질병관리본부.jpg » 일본뇌염을 옮기는 작은빨간집모기. 사진=질병관리본부

 

게다가 암모기는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기생충 플라스모디움의 일종의 ‘좀비’ 구실을 한다. 이 원생생물에 감염된 모기는 냄새 감각이 대폭 강화되는데, 실험에선 사람의 발냄새를 3배나 더 잘 맡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초기에 암모기는 피를 빠는데 열의가 없어 사람이 쫓으면 쉽게 포기하지만, 기생충이 성장해 감염능력을 갖춘 뒤에는 더 자주 피를 빨고 집요해 쉽게 도망가지 않는 행동을 나타낸다.
 

■ 모기 침은 교묘한 이중 펌프

 

흡혈은 사람과 모기에게 모두 치명적일 수 있다. 모기는 피를 빨 때 혈액의 응고를 막는 물질을 자신의 침과 함께 주입하는데, 이 침에는 말라리아 기생충 등이 들어있다. 이 기생충은 모기의 침샘에 침투하기 때문이다.

 

또 모기는 1~2초 안에 자기 몸무게의 3배나 되는 혈액을 빨아내야 한다. 자칫 꾸물거리다간 손바닥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mos7.jpg » 모기 머리의 확대 모습. 머리 안에 2개의 초소형 펌프가 들어있다.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이런 필요에서 모기는 머리 속에 있는 두 개의 펌프가 번갈아 수축·팽창하면서 혈액을 효과적으로 빠는 교묘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상준 포항공대 융합생명공학부 교수팀은 방사광가속기의 엑스선을 이용해 살아있는 모기의 머리속에서 두 개의 마이크로 펌프가 어떻게 끈적끈적한 혈액을 높은 효율로 빨아들이는지를 규명했다. 이 교수는 “모기 펌프를 토대로 의료기기 등에서 주먹만 한 펌프를 손톱만 하게 줄이는 식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mos9_Anopheles_stephensi.jpg » 흡혈한 피를 오줌과 섞어 꽁무니에 한동안 매다는 행동은 체온조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모기는 왜  배가 터지도록 피를 빠나

 

피를 잔뜩 빨아 배가 붉게 물드는 것은 물론 꽁무니에 핏방울을 매단 모기도 있다. 그 이유는 먹을 수 있을 때 양껏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몸을 식히기 위한 고육책이란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변온동물인 모기가 40도에 이르는 더운피 동물의 피를 마시면 체온이 급상승해 생리기능의 일부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배설물의 증발열을 이용해 체온을 낮춘다는 것이다.

 

프랑스 곤충학자들은 실제로 얼룩날개모기가 흡혈을 시작한 지 1~2분 만에 꽁무니에 오줌과 신선한 혈액으로 이뤄진 액체 방울을 매달았는데, 그로 인해 체온이 2도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 자세한 내용은 굶주린 모기, 피로 열 식힌다 기사 참조
 

mos10_사진=앤드루 디커슨 외, 미국립과학원회보.jpg » 자신보다 1만배 무거운 빗방울과 부닥친 모기. 사진=앤드루 디커슨 외, <미 국립과학원회보>

 

장맛비도 무섭지 않다

 

비 오는 밤이라고 모기가 물지 않으리라 기대했다간 낭패를 본다. 비가 많은 지역에 학질모기가 주로 살지만 빗방울에 맞아 죽었다는 보고는 없다.

 

미국 연구자들이 실험했더니 모기는 자기보다 1만배 무거운 빗방울에 쓸려 들어가 잠시 추락하다 몸에 난 털의 힘으로 곧 빠져나왔을 뿐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모기를 살리는 건 무게 2㎎에 불과한 ‘존재의 가벼움’이다. 그래서 비가 오면 잠자리는 서둘러 피하지만 모기는 계속 무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빗방울 '폭탄'에 모기가 맞는다면 기사 참조

mos6_중국얼룩날개모기_질병관리본부.jpg » 우리나라에 삼일열 말라리아를 일으키고 있는 중국얼룩날개모기. 사진=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도 모기 감염병 지역이다

 

우리나라엔 모두 58종의 모기가 산다. 도심에는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가, 농촌이나 야외엔 중국얼룩모기, 산에는 흰줄숲모기가 있다.

 

이 가운데 중국얼룩모기는 삼일열말라리아를 옮겨 지난해 국내에서 501명이 감염됐다. 인천·경기·강원의 북한과 가까운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군인이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외국에서 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도 54명에 이른다. 그러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작은빨간집모기가 옮기는 일본뇌염은 1982년 대유행 이후 급감했지만 해마다 10명 안쪽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모기도 계속 확인되고 있다.
 

이밖에 빨간집모기는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웨스트나일병을, 흰줄숲모기는 뎅기열, 전국의 해안가에 서식하는 토고숲모기는 말레이사상충증을 매개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발생했다는 보고는 없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함께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등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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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ew K. Dickerson, Peter G. Shankles, Nihar M. Madhavan, and David L. Hu
Mosquitoes survive raindrop collisions by virtue of their low mass
www.pnas.org/cgi/doi/10.1073/pnas.120544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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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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