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간 제돌이 등지느러미 '낙인'을 생각한다

최예용 2013. 0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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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돌고래를 자연 속에서도 관람하려고 하는가", 역사적 돌고래 야생방사에 오점

이미 부착한 위성추적장치와 사진촬영 통한 지느러미 식별법으로 충분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동결낙인 방법으로 일련번호를 새긴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행동연구와 생태관광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불필요한 흔적을 남기는 것이란 주장이 맞선다. 후자의 견해를 최예용 환경련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들어 본다. 물바람숲은 이와 관련한 토론과 논쟁을 환영한다. 


04772489_P_0.jpg » 지난 7월 18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목지곶 해안 인근 가두리에서 열린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 방사행사에서 제돌이(지느러미 표식 1번)가 가두리 곁에서 헤엄치고 있다. 제주/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3년 7월18일 오후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사들은 ‘제돌이, 춘삼이 그리운 제주 앞바다로’, ‘고향바다로 간 제돌이-다시 찾은 자유’ 등의 제목으로 일제히 돌고래 제돌과 춘삼의 자연방사 소식을 전했습니다.
 
일부 신문은 “제돌이와 춘삼이 등 지느러미에 새긴 일련번호는 야생으로 돌아가 돌고래 무리에 합류한 뒤에도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드라이아이스와 알코올을 이용해 고통없이 일련번호를 새겼으며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방법” 이라는 설명과 함께 제돌이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가 제공한 등지느러미에 1번 글자가 선명한 제돌이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이날은 한국 환경운동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로 기록되고 기억될 것입니다. 공연용으로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3주 앞서 선상의 가두리 그물을 빠져나간 삼팔이를 따라서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삼팔이의 귀향은 ‘사람들로부터 자력 탈출’이고 제돌이와 춘삼이의 귀향은 ‘인간에 의한 자연방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접 한 일을 중심으로 기억하고 기념하기 때문에 춘삼이가 그물을 빠져나간 6월26일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겠지만 사실 이날이 한국과 아시아 최초의 공연 돌고래 자연복귀일입니다. 

dol1.jpg » 7월 18일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으로 돌아가던 날, 제주 현지에 가지 못한 환경운동연합과 바다위원회 활동가와 회원들이 장맛비 속에 광화문에 모여 이들의 귀향을 축하했습니다. 사진=최예용

 
최초의 야생해양동물 자연방사, 공연 돌고래의 최초 자연방사, 환경단체와 동물단체의 주도로 야생 해양동물을 인간의 품에서 자연으로 돌려보낸 첫 사례, 행정부(해경, 당시 국토해양부), 자치단체(서울시), 사법부(제주법원과 검찰) 등의 정부기관과 민간환경단체가(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핫핑크돌핀스, 동물자유연대, 카라) 공동으로 포획된 야생동물을 자연으로 복귀시킨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 등등의 평가가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들은 서울 광화문과 서울동물원 그리고 제주 현지에서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집회, 일인시위 등을 통해 돌고래 자연방사를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수용불가’ 입장을 표명했지만, 시민단체 출신의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연방사 결단을 내리면서 전문가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시민위원회에 자연방사에 필요한 일들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동물단체들은 제돌이가 제주로 갈 때 배편으로 이동하면 20시간 넘게 걸려 동물복지원칙에 어긋난다며 회원들의 거금을 항공운송비용으로 부담했습니다. ‘복순’과 ‘태산’의 서울행에 아시아나 항공사가 저가로 화물기를 제공했으며 어떤 기업은 방사 훈련에 필요한 활어먹이를 후원해 주었습니다.
 
신문과 방송이 앞다투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주었고 시민들은 70%가 넘는 높은 지지율로 제돌이의 자연복귀를 찬성해 주었습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돌고래 공연을 보고 싶다’는 등의 의견이 있긴 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등 돌고래 세 마리의 자연방사는 대부분의 국민이 뜻을 모아 실현한 획기적인 사회적 사건이었고, 환경운동을 생각하는 시민들에게는 1997년 동강 살리기운동 이후 오랜만에 맛본 국민적 환경운동의 성공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dol2.jpg » 등지느러미 낙인에 항의하는 제돌이 퍼포먼스. 사진= 최예용

 
이 글에서는 제돌이 자연방사 과정에서 발생한 ‘동결낙인’이라는 대단히 유감스런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민위원회는 반대의견이 제기되었음에도 회의안건으로 다뤄 진지하게 토론 한번 해보지도 않고 제돌이와 춘삼이의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어 영원히 인간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연구자와 일반인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말입니다.
 
사실 방사 후 모니터링을 수월하게 한다는 취지라지만 시민위원회는 제돌이에게 이미 위성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사실, 이 장치를 달기 위해 등지느러미를 뚫는 과정은 지켜보기 힘들어서 이 방법도 바람직한 방법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방사 후 살아 있는지, 어느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위성추적방식은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등지느러미의 모양만으로 개체식별이 가능한 가장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식별방법이 개발되어 있어 등번호 낙인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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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4.jpg » 위의 사진 두 장은 돌고래의 등지느러미 모양으로 개체를 구분하는 식별방식입니다. 제돌이는 이러한 방식으로 2004년 이전에 찍힌 사진판독으로 제주 앞바다에서 살던 개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진=고래연구소


제돌이의 방사 적응훈련의 핵심은 공연 돌고래로서 그동안 사람들이 주는 먹이와 훈련에 길들어진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멀어지기, 즉 야생성 회복입니다. 시민위원회는 그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했습니다.
 
때문에 서울동물원에서도 제주 가두리 그물에서도 아무나 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했습니다. 활어를 먹이로 줄 때도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멀리서 던져줄 정도로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제돌이와 춘삼이의 등지느러미에 번호낙인이 찍혔습니다. 이는 인간의 흔적을 영원히 남겨 공연 돌고래를 자연 속에서도 관람하겠다는 잠재적 의도의 발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생동물을 보는 인간의 한계였습니다. 낙인제안에 대해 처음 갸우뚱하던 동물단체 대표들마저 전문가들의 ‘아프지 않고 안전하다’는 말에 찬성으로 돌아섰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를 대표한 위원 세 명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시민위원회 위원장은 찬반논쟁 내내 가만히 있다가 제주 성산에서 김녕으로 육상이송하기로 한 전날에 ‘시간이 없으니 다수가 찬성하므로 낙인을 찍겠다’고 이메일로 통보했습니다. 정식으로 시민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마저 무시했습니다.
 

dol5.jpg » 6월26일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는 시민위원회 전문가들.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2012년 4월 1차 시민위원회가 열린 이후 16개월 동안 12번의 회의가 열렸지만 한 번도 안건이 무시되거나 다수결로 처리된 적이 없는 시민위원회였기에 ‘동결낙인 다수결 이메일 처리’는 성공적인 돌고래 자연방사의 의미를 퇴색하게 하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결낙인’에 대해 해외자료를 찾아봤습니다. 2008년에 발간된 ‘해양 포유동물 백과사전’은 고래류의 인식방법을 자연표식, 일시적 표식, 흉터 및 낙인 등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어,  ‘동결낙인’은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 이 자료가 소개하는 동결낙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물의 몸통이나 등지느러미에 5~8㎝ 크기의 금속을 이용한 번호를 10~20초 동안 찍는 방법으로 큰돌고래 등 작은 크기의 고래류에 광범위하게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하얀 표식은 낙인 뒤 2~3일 내에 분명하게 보인다. 동결낙인 표식은 시간이 감에 따라 사라진다. 따라서 야외에서는 잘 인식되지 않는데, 화질이 좋은 사진촬영을 통한 번호 인식은 몇 년 동안 가능하다. 낙인번호가 사라지는 현상은 해당동물의 나이와 관계가 높은데, 어린 개체의 낙인은 빨리 그리고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려지고, 11세 또는 그 이상의 나이 든 성체는 좀 더 선명하게 남아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나름 오랫동안 고래보호운동을 해오면서 교류해온 해외의 고래보호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더니 ‘오랫동안 사용해온 방법’이라며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철학의 문제’라며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dol6.jpg » 6월26일 제돌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1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결낙인’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낙인이라니? 옛날에 노예나 동물에게 찍었던 그 낙인?“이라는 생각에 전율했던 느낌은 자료를 찾아보고 국내외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냐‘라는 생각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환경운동연합과 바다위원회를 대표하여 시민위원회를 참여해 왔는데 7월10일 열린 시민위원회의를 마지막으로 사퇴했습니다. 제돌이에게 낙인을 찍어 버리고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시민위원회에 더는 참여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낙인 찍으며 하는 자연방사는 제가 결코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행위를 하는 모임의 일원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단체가 주도하고 시민단체 출신 시장의 결단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민위원회이기에 사퇴라는 방식이 적절한지 고민했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분명히 지적해야 했고 낙인 찍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dol7.jpg »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낙인을 찍는 시민위원회 전문가들,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돌이 방사 후 시민위원회 최재천 위원장은 동결낙인에 대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인 자연주의가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자칫 자연에 관한 연구도 하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려 상당히 어려웠다. (중략)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다. 동결낙인이 아니라 동결표지라고 하면 좋겠다. 이 방법은 지금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적했던 대로 시민위원회는 방사 후 모니터링을 위해 사전합의를 통해 위성추적장치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생태적인 방식인 등지느러미 자연형태의 사진인식 방식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등번호 낙인을 “현재 가장 피해가 적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과학자들이 끊임없이 동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개발중”이라고 주장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동결낙인을 찬성한 다른 전문가는 말합니다. “많이 알아야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연구가 훨씬 용이하게 진행되면 남방큰돌고래의 생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또한 1번, 2번이 선명한 제돌이와 춘삼이를 바다에서 본 사람들은 ’돌고래 보호‘의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dol8.jpg »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2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과연 그럴까요? 동물행동학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자연에 대한 연구가 등지느러미 사진인식 방법이 가능하고 위성추적장치까지 장착한 제돌이와 춘삼이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라니….
 
서울대공원과 제주퍼시픽랜드의 돌고래쇼장에서 조련사를 등에 태우고 내달리던 제돌이의 모습, 조련사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려 튀어오르는 춘삼이의 애처로운 모습과 등에 선명한 1과 2번 등번호 낙인이 찍힌 채 제주바다를 헤엄치는 그들의 모습이 겹쳐 떠오릅니다.
 
제돌이 자연방사과정의 동결낙인 논쟁을 겪으며 한가지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제가 ‘극단적 자연주의’ 입장에 선 사람으로 평가받은 일입니다.
 
사실 도시에서 나서 자란 제가 직업적 환경운동을 30년 가까이 해오면서 ‘나에게 근본적 생태주의적 관점이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물음을 던져보곤 했습니다. 성명서를 쓰고 기자회견을 하고 국회를 찾아가 법과 제도를 만들고 피해자를 만나는 일상적 환경운동방식은 생태적 감수성을 느끼게 해주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바다위원회의 현장활동은 제가 자연속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늘 일깨워줍니다. 제돌이, 춘삼이를 귀향시키는 과정은 저의 삶이 아스팔트 위에서 왔다갔다 하는 환경운동가만은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나아가 ‘극단적 자연주의’라는 말도 듣게 해주었습니다. 인간중심의 사고를 철저히 배제하려는 사고를 ’근본적 자연주의‘라고들 하는데 그런 비슷한 입장에 설 기회를 갖게 해주었습니다. 제돌아 춘삼아, 잘 가…. 그리고… 미안해….

dol9.jpg » 6월26일 춘삼이 등지느러미에 찍힌 2번 낙인, 사진=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제돌이와 춘삼이가 자연으로 돌아간 지 5일 뒤 대한민국 고래보호운동의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경사가 있었습니다. 7월23일 상괭이 누리와 마루 두 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고래로 크기가 사람보다 약간 작은 편인데 육지 가까운 바다에서 주로 삽니다. 상괭이는 돌고래와 다르며, 돌고래처럼 입이 길쭉하지 않고 짧은 게 특징이죠.
 
누리와 마루는 부산아쿠아리움에 있다가 방사 얼마 전에 그물에 혼획된 현장인 경남 거제 해안의 가두리로 옮겨져 방사 적응훈련을 받았고 7월23일 남해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고래연구소는 이들 중 한마리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붙여 자연복귀 후의 이동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상괭이는 등지느러미가 없는 신체적 특징 때문에 몸통에 천을 입히고 위성추적장치를 달았더군요.
 
상괭이는 서해안과 남해에 주로 서식하지만 등지느러미가 없고 물위로 튀어 오르는 행동을 하지 않아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은 상괭이를 멸종위기보호종으로 지정했습니다.
 
삼팔이, 제돌이, 춘삼이의 뒤를 이어 인간에 잡혀 수족관신세를 졌다가 자연으로 돌아간 네번째와 다섯번째 귀향고래로 기록된 누리와 마루가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기를 기원합니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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