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혼자 잘 먹고 잘 살면 뭔 재민겨?

조홍섭 2008. 12. 05
조회수 200141 추천수 0
딴 식물 근접 방해 이물질 분비…햇빛도 독식
땅 수분 과소비하고 비·눈 차단, 솔숲 물 쫄쫄
 
 
숲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한두 가지 잣대로 저울질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숲이 가진 여러 가지 측면을 알고 배려할 필요는 있다.
 
때로 고고한 사람들이 보통사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고고한 소나무 주변에는 하찮은 식물들이 쉽게 근접하지 못한다. 소나무 잎은 촘촘히 박혀 있어 햇빛을 거의 독차지한다. 무릇 키 작은 나무나 풀이라 할지라도 생명을 부지하자면 스스로 광합성을 해야 하는데 소나무 아래서는 넉넉한 햇빛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작은 식물들은 빡빡하게 들어선 소나무 숲에서 살아가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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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는 이웃과 더불어 도란도란
 
더구나 소나무에는 참나무에서 잘 발견되지 않은 타감작용(allelopathy)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식물은 다른 식물들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하여 주변에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현상을 보이는 데 이를 타감작용이라 한다. 소나무의 타감작용도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고고한 인물의 근엄함과 닮았다.
 
참나무가 이웃과 나누고 의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나무는 주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혼자서 차지하고 또한 자신의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과 비슷하다. 여럿이 모여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을 즐기는 학생이 참나무의 속성을 가졌다면 혼자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학생은 소나무와 닮았다고 할까.
 
소나무는 그렇게 고고하게 살아 제 주위에 유기탄소를 보유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는가? 기존에 발표된 수십 편의 연구논문을 종합·분석해보았더니 바늘잎나무 숲에서는 초지나 넓은 갈잎나무 숲(낙엽활엽수림)에 비해서 토양의 탄소 보유량이 12~15% 정도 낮았다. 소나무를 심고 40년가량 지났을 때 숲에서 대부분의 탄소가 살아 있는 나무에 저장되고 토양에는 겨우 전체의 1% 미만만 존재한다는 보고도 있다. 소나무를 심은 다음 18년이 지났을 때 토양 탄소는 거의 바뀌지 않았지만 넓은잎나무 숲에서는 많은 양의 탄소가 토양에 축적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자료들로부터 소나무숲이 사람들에게 불리한 여건을 만들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토양에 탄소(유기물)가 풍부하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고 간직되는 능력이 크다. 유기물은 낱낱이 흩어진 흙 알갱이를 뭉쳐서 빈틈을 넉넉하게 만드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소나무숲은 갈잎나무숲보다 그런 능력이 못한 셈이다. 또한 늘푸른 소나무는 넓은잎나무보다 더 많은 물을 증발산하여 토양 수분을 더 많이 소비하고 비와 눈을 차단하여 땅에 이르는 물의 양을 적게 한다. 이런 과정으로 소나무 숲은 하천으로 흐르는 물의 양이 적어진다. 뒷산을 소나무로 늘 푸르게 하면 산기슭 마을에서 물을 적게 쓸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이 유독 고고한 소나무를 선망한 까닭은?
 
이처럼 1960~70년대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사업으로 많이 심었던 리기다소나무는 물을 많이 소비하는 바늘잎나무라 애당초부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 무렵 우리의 산림자원학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고 긴 안목으로 숲을 가꿀 방향을 몰랐던 까닭이다. 지나간 일은 이제 덮어두자. 그러나 앞으로 제대로 된 처방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도 지금 잣나무 묘목을 키워 사업을 하시려는 분과 건조한 지역의 산불지역에 소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은 유역의 물 사정도 한 번 정도 고려해보시라. 어느 처방도 만병통치약은 없다. 지역에 따라 다른 숲이 필요하다. 물이 넉넉한 세상이 아니라면 소나무 심기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동해안 지역의 산에 소나무를 심기 전에 송이 채취를 포함하는 이익과 함께 유역의 물순환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사전에 모의실험을 해보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우러져 사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고고함은 그 성숙한 사회가 있게 하는 밑거름임에는 분명하다. 흥미롭게도 천이라고 일컬어지는 자연생태계의 발달에서 긴 세월 동안 외부적인 교란이 없다면 참나무 숲은 소나무 숲을 거친 다음 생겨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고함만으로는 인간사회가 성숙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못된다. 사회가 발전해감에 따라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문제는 더욱 많이 생긴다. 그것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독불장군이 아닌 어우러져 대처해 가는 열린 마음의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 문득 우리 선조들이 고고한 소나무를 특별히 선망한 까닭이 궁금하다. 이 땅에서 고고한 인간을 만나기 어려웠던 탓일까?
 
*이글은 <이장 소식지> 2003년 10월호에 실은 것을 수정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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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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