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벗는 매미, 4시간 순간 포착

윤순영 2013. 08. 14
조회수 19122 추천수 1

저녁 8시 나무 올라, 몸 부풀다 등 갈라져…자정께 날개 말라

땅속 4년 기다리다 터널 뚫고 표면 근처에서 디데이 기다려

 

mae1.jpg » 땅속 생활을 마치고 탈피를 위해 나무를 기어오르는 애벌레.

 

mae2.jpg » 몸이 부푼 뒤 등이 갈라지면서 성충이 탈피를 시작한다.

 

mae3.jpg » 애벌레의 딱딱한 껍질에서 몸을 막 빼 내는 참매미 성충.

 

mae4.jpg » 몸을 다 빼냈지만 날개는 구겨져 있고 눈도 흐리멍텅하다.

 

mae5.jpg » 구겨진 날개가 펴졌지만 아직 약하고 색깔도 연하다.

 

mae6.jpg » 푸른 빛이 도는 날개와 옅은 몸의 빛깔이 돌아오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mae7.jpg » 자정이 돼서야 보통 참매미 모습이 됐다. 4시간 만이다. 하지만 날아갈 수 있으려면 여러 시간 더 있어야 한다.

 

“맴맴맴 미~” 참매미는 우리나라에 개체수가 가장 많고 울음소리도 친근한 매미이다. 요즘엔 너무 많고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도 울어 힘들게 든 잠을 깨우기도 하지만, 어쩌랴 참매미도 몇 주일 안에 짝을 찾는 일이 급하지 않겠는가.
 

애벌레에서 참매미가 우화하고 난 껍질(탈피각)은 흔하지만 탈피 과정을 보는 건 쉽지 않다. 한밤에 이뤄지는 이 긴 탄생의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지난 10일 오후 7시께 경기도 김포시의 한 공원에서 참매미가 많은 숲을 찾았다. 애벌레는 땅속에서 3~4년 동안 여러 차례 허물을 벗고 성장한 뒤 땅 표면 근처까지 굴을 뚫고 매미로 태어날 최적의 조건을 기다린다.
 

오랜 땅속 생활을 청산하고 지상에 올라온 애벌레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마침내 8시 반께 땅에서 나와 나무 위로 기어올라가는 애벌레를 발견했다.
 

은행나무를 1m쯤 기어오르다 적당한 지점이라고 판단했는지 그 자리에 멈췄다. 아주 느린 속도이지만 애벌레의 딱딱한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9시20분께 애벌레의 등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동영상을 빨리 돌린 다큐멘터리 영화에선 등이 쭉 갈라지고 매미가 나오지만, 실제론 갈라진 틈으로 매미가 밖으로 나오는 데는 2시간쯤 걸렸다.
 

머리부터 시작해 일어서는 모습으로 허물을 벗고 나온 매미는 전체적으로 색소가 없어 허옇고 날개에는 푸른빛이 돌았다. 눈에도 초점이 없어 보였다.
 

처음 애벌레가 나무로 기어오른 지 4시간 가까이 지나자 애벌레에서 깨어나온 참매미는 날개가 마르고 몸빛이 돌아 보통 매미처럼 보였다. 눈이 반짝이고 날개가 꼿꼿하게 펴졌다.
 

이 힘든 탄생과정을 지켜본 것은 보름달이 아니라 공원의 가로등이었다. 하지만 날개에 힘이 들어가려면 앞으로 몇 시간 더 기다려야 한다. 먼동이 틀 무렵 이 참매미는 힘차게 날아오를 것이다.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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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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