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도 구른다고? 뛰는 애벌레도 있다

조홍섭 2013. 08. 23
조회수 21489 추천수 0

베트남 나방 애벌레, 잎 말이 상태로 그늘 찾아 사흘 동안 점프

과열과 건조 피하려는 행동, 슬리핑백 안에서 뛰어오르는 동작

 

jump2.jpg » 잎을 말아 만든 은신처 속에 들어간 나방 애벌레. 땅에 떨어진 이 상태로 점프를 한다.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있지만 톡톡 뛰는 재주를 부리는 나방 애벌레가 있어 눈길을 끈다.
 

캐나다 연구진은 베트남 남부 욕돈 국립공원에서 동남아에 분포하는 나방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나방(칼린도에아 트리파스키알리스) 애벌레는 몸 뒤에 두 개의 돌출된 분비샘에서 자극적 냄새가 나는 액체를 분비해 천적인 개미와 맞선다.
 

jump3.jpg » 점프하는 애벌레가 은신처를 만들기 전의 모습(왼쪽)과 성충이 됐을 때.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이 애벌레는 나뭇잎 위에 은신처를 만들어 잎을 갉아먹다가 3주쯤 지나면 몸 주변에 잎을 돌돌 말아 슬리핑백처럼 만든 뒤 땅에 떨어져 번데기가 된다.
 

연구진은 다음날 연구를 위해 이 잎 말이 상태의 애벌레를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숙소의 침대 밑에 두었다. 그런데 한밤중 무언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놀랍게도 잎 말이 상태의 애벌레가 톡톡 뛰어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닌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실린 논문에서 이 애벌레의 독특한 점프 행동을 분석했다. 나뭇잎 대신 셀로판으로 집을 짓게 한 뒤 은신처 내부의 행동을 관찰했다.
 

애벌레는 ‘뒷다리’를 은신처 바닥에 고정하고 머리를 아래로 구부렸다가 하반신을 갑자기 뒤로 활처럼 젖히면서 은신처를 때려 점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슬리핑백 속에서 몸의 탄력을 이용해 뛰어오르는 모습이다.
 

ca1.jpg » 땅에 떨어지기 직전 잎을 말아 은신처를 만든 애벌레.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ca2.jpg » 애벌레 은신처가 점프를 하면서 이동한 궤적. 사진=험프리스 외, <바이올로지 레터스>

 

이 애벌레는 그늘진 적당한 장소에 도달하기까지 사흘 동안 점프를 되풀이했는데, 한 번 점프에 평균 0.75㎝를 이동했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이 애벌레가 강한 빛의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는 사실을 밝혔다. 태양의 방향을 감지해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연구진은 “애벌레는 주변을 감지할 수 없는데도 과열과 건조를 피해 안전하게 번데기가 될 수 있는 그늘을 찾아 이동하는 독특한 능력이 있음이 밝혀졌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umphreys K, Darling DC. 2013 Not looking where you are leaping: a novel method of oriented travel in the caterpillar Calindoea trifascialis (Moore) (Lepidoptera: Thyrididae). Biol Lett 9: 20130397. http://dx.doi.org/10.1098/rsbl.2013.039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야생 호랑이도 백신이 필요해, 개홍역 유일 대책야생 호랑이도 백신이 필요해, 개홍역 유일 대책

    조홍섭 | 2020. 11. 27

    개보다 너구리 등 야생동물이 바이러스 ‘저수지’…정기 포획 조사 때 접종하면 효과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의 주요 멸종위협으로 떠오른 개홍역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는 개가 아닌 야생 호랑이에게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대책이 ...

  • 2천년 채취한 진귀 한약재, ‘칙칙한’ 애들만 살아남아2천년 채취한 진귀 한약재, ‘칙칙한’ 애들만 살아남아

    조홍섭 | 2020. 11. 26

    티베트 고산식물 천패모, 채집 심한 곳일수록 눈에 안 띄는 위장 색 진화사람의 자연 이용은 진화의 방향도 바꾼다. 큰 개체 위주로 남획하자 참조기는 살아남기 위해 점점 잘아지고 상아 채취가 계속되자 상아가 없는 코끼리가 늘어난 것은 그런...

  • 악어도 도마뱀처럼 잘린 꼬리가 다시 자란다악어도 도마뱀처럼 잘린 꼬리가 다시 자란다

    조홍섭 | 2020. 11. 25

    미시시피악어 23㎝까지 복원 확인…연골과 혈관, 신경도 되살려사람 등 포유류나 새들은 사지의 끄트머리가 잘려나가도 새로 자라지 않지만 도롱뇽이나 일부 물고기는 완전하게 원상 복구하기도 한다. 도마뱀은 그 중간으로 원래 형태와 기능은 아니지...

  • 태평양 심해저 산맥서 최대 규모 장어 서식지 발견태평양 심해저 산맥서 최대 규모 장어 서식지 발견

    조홍섭 | 2020. 11. 24

    3천m 해산에 ㎢당 수만 마리 서식 추정…최대 심해저 광산, 생태계 보전 과제로태평양 한가운데 심해저에 솟은 산꼭대기에서 심해 장어가 ㎢당 수만 마리의 고밀도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지구 해저의 75%를 차지하는 심해저 생...

  • ‘마당을 나온 암탉’은 박새의 도움이 필요해‘마당을 나온 암탉’은 박새의 도움이 필요해

    조홍섭 | 2020. 11. 23

    가축인 닭도 다른 야생동물 경계신호 엿들어…첫 실험 결과장편동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로 인기를 끈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양계장을 탈출한 암탉 ‘잎싹’이 족제비와 용감하게 싸우며 아기 오리를 기르는 과정을 감명 깊게 그렸다.&nbs...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