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귓속 귀지에 고래 삶 기록 있다

조홍섭 2013. 0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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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분비한 호르몬과 환경속 화학물질 시기별로 저장한 '타임 캡슐'

선박 충돌로 사망한 대왕고래 25㎝ 귀지로 연구, 10살 성숙기 스트레스도 최고조

 

 bluewhale_s_noaa.jpg » 헤엄치는 지구 최대 동물인 대왕고래. 이 고래의 거대한 귀지가 환경연구의 새로운 도구로 떠올랐다. 사진=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고래의 외이도에도 귀지가 낀다. 태어나서부터 쉬지 않고 지방, 왁스, 케라틴 등으로 이뤄진 귀지가 층층이 쌓인다.
 

고래는 여름철 극지방에 크릴 등 먹이가 풍부할 때 지방을 축적한 뒤 따뜻한 바다로 이동해 번식한다. 이동과 번식기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이런 생활습성은 귀지에도 반영돼 6개월은 짙은 색, 6개월은 옅은 색의 귀지가 층을 이룬다. 귀지의 단면을 보면, 나이테처럼 고래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미국 연구자들은 고래의 귀지가 단지 나이 추정이 아니라 고래가 평생 동안 환경에 노출된 화학물질과 고래 몸속에서 분비된 호르몬의 농도를 시기별로 알아낼 수 있는 ‘타임 캡슐’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결과는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최근호에 실렸다.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에서 대왕고래 한 마리가 선박과 충돌해 죽었다. 고래의 길이는 21m였다. 연구진은 이 고래의 귀에서 길이 25㎝ 무게 250g의 거대한 귀지를 확보했다. 귀지는 이 고래가 태어나서부터 사망할 때까지 삶의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whale.jpg » 그림 위: 대왕고래의 귀와 귀지(d). 귀지의 모습(B), 귀지 단면(C), 6개월마다 색깔이 달라지는 귀지의 층상 구조(D). 사진=시티픈 트럼블리, 피나스

 

나이 12살에 수컷인 이 고래는 10살 때 성적으로 성숙했음이 드러났다. 귀지에 포함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10살 때 최소값보다 400배로 늘어났다. 이 때쯤 이 대왕고래는 다른 수컷과 짝짓기 경쟁을 벌이고 암컷을 따라다니며 사회적 유대를 형성했을 것이다.
 

귀지 속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농도도 비슷한 시기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코티졸 농도는 평생에 걸쳐 두 배로 늘어났는데, 이는 사회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환경악화 등도 작용한 것으로 연구진은 평가했다.
 

귀지에는 다양한 잔류성 유기화학물질이 축적돼 있었다. 이 화학물질은 지방에 잘 녹기 때문에 고래의 지방층과 귀지 모두에서 검출된다. 살충제, 피시비, 유기 수은 등이 그런 물질이다.
 

bluewhale_noaa2.jpg » 대왕고래의 분수공. 이제까지는 지방층에 축적된 화학물질을 통해 환경오염 정도를 추정했으나 귀지로부터는 오염물질 노출 시점까지 알 수 있다. 사진=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이제까지는 고래의 지방층을 분석해 고래가 어떤 유해 화학물질에 오염됐는지를 알아냈다. 그러나 지방층은 언제 그런 오염물질에 노출됐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귀지는 시기별로 층이 나뉘어 있어 언제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됐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서 지방층과 귀지에서 상당수 잔류성 화학물질이 같은 양 검출됐지만, 전체 양은 지방층에서 귀지의 90% 수준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고래의 귀지는 사람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새로운 유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ephen J. Trumblea et. al., Blue whale earplug reveals lifetime contaminant exposure and hormone profiles,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311418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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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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