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 연속 비행 알프스 칼새 ‘날기 지존’

조홍섭 2013. 10. 23
조회수 30429 추천수 1
유럽~아프리카~유럽, 번식 때만 잠시 둥지에
먹잇감도 박테리아 곤충 씨앗 등 날면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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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에서 몇 달 동안 먹지도 쉬지도 않고 장거리 이동하는 동물이 있다. 알래스카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태평양을 가로질러 논스톱으로 비행하는 큰뒷부리도요나, 극지방 바다에서 충분히 먹이를 먹은 뒤 적도 바다에서 낳은 새끼를 데리고 극지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않는 고래가 그런 예이다.
 
 제비처럼 생긴 날렵한 몸매
 
 이런 경이로운 동물보다도 한 수 위의 새가 바로 칼새이다. 제비처럼 긴 날개와 날렵한 몸매를 지닌 이 새는 ‘다리가 없는’이란 뜻의 학명을 가졌을 만큼 비행 전문가이다. 수십 년 전부터 연구자들은 칼새가 번식을 하러 둥지를 틀 때를 빼면 평생을 땅에 내려앉지 않는 새라고 믿었다. 물론 증거는 없었다.
 최근 스위스 과학자들은 초소형 측정장치를 알프스 칼새의 다리에 붙여 연구한 끝에 이제까지의 믿음이 맞았음을 밝혔다. 펠릭스 리히티 스위스 조류연구소 연구원 등은 온라인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새가 번식지를 떠나 사하라 사막을 건너 서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번식지인 유럽으로 돌아올 때까지 약 200일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다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이 새의 다리에 가속도와 빛의 세기를 4분마다 측정할 수 있는 무게 1.5g의 장치를 부착했다. 이 자료를 통해 그때 그때 새의 위치와 비행 상태를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이 새는 번식기를 빼면 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유럽에서 번식할 때 잠시 둥지에 앉고는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고 다시 유럽에 올 때까지 땅을 딛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장거리 운동을 계속하는 동물은 대양성 물고기와 고래 등 바다에서만 볼 수 있다. 비행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행동이다. 물속에서는 저절로 부력을 받지만 공중에 떠있으려면 스스로 비행해 양력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알프스 칼새는 날개를 퍼덕이다 활공하는 방식으로 나는데, 먹이도 공중에서 해결한다. 이른바 ‘공중 플랑크톤’을 먹는데, 기류를 따라 떠도는 박테리아, 균류, 씨앗, 포자, 작은 곤충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잠, 어떻게 자는지는 아직...
 
 문제는 잠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이다. 잠은 두뇌의 생리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잠을 거의 자지 않고도 별 지장을 받지 않는 동물도 적지않다.
 돌고래와 범고래는 90일 동안 전혀 잠을 자지 않고도 활동이 가능하며, 특히 돌고래는 보름 이상 전혀 잠을 자지 않고도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음이 실험으로 증명됐다. 도요새 가운데는 번식기에 여러 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는 종이 있다.
 이번 연구가 수면 여부를 조사한 것은 아니어서 알프스 칼새가 날면서 잠을 자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비행 도중 활동이 둔화하는 기간이 있는데, 이것이 얕은 수면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분명한 건, 이런 반년 동안의 비행을 끝내고 번식지에 내려앉은 알프스 칼새들이 전혀 수면 부족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새는 삶의 모든 것을 공중에서 해결하는 진정한 비행 동물인 셈이다. 연구진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능력을 진화시켰는지가 다음 연구 과제라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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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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