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꼬리치는 방향 보면 심리상태 알 수 있다

조홍섭 2013. 11. 01
조회수 48413 추천수 0

반가우면 오른쪽, 긴장하면 왼쪽으로 꼬리 흔들어

상대 개의 꼬리치는 방향 보고 심리상태 알아채기도

 

dog.jpg » 개들은 상대가 어느쪽으로 꼬리를 흔드는지 보면 느긋한 상태인지 긴장했는지 알 수 있다. 오른쪽으로 꼬리를 흔드는 검은 개는 기분이 좋은 상태이다. 사진=시니스칼치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는데 다른 개를 만났다. ‘혹시 둘이 싸우면 어떨까?’ 걱정이 된다면 상대편 개가 어느 방향으로 꼬리를 흔드는지 살펴보라. 그러면 마음 놓고 둘이 놀게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개들은 상대 개의 꼬리 움직임을 통해 느긋해할지 긴장할지를 정한다는 사실이 이탈리아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 밝혀졌다. 이 연구는 몇 년 전 개들의 꼬리 흔드는 방향이 그들의 감정 상태를 반영한다는 이탈리아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뒤이은 것이다.
 

당시 연구자들은 개 30마리를 대상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개에게 각각 주인, 낯선 사람, 고양이, 사나운 개를 보여주고 꼬리를 어느 쪽으로 흔드는지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주인을 만나면 개들이 오른쪽으로 꼬리를 크게 흔드는 분명한 경향을 보였다. 낯선 사람을 보아도 꼬리를 오른쪽으로 흔들었지만 강도는 약했고, 고양이를 만나면 강도는 더 약했지만 어쨌든 꼬리 흔들기는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그러나 셰퍼드가 나타나자 꼬리 흔들기는 완전히 왼쪽으로 바뀌었다.
 

dog2.jpg » 개가 보트에 처음 올라탔다면 긴장과 불안으로 꼬리를 왼쪽으로 흔들었을 것이지만 경험이 많다면 오른쪽으로 흔들 것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좌우 신경계통이 대칭이 아니라는 사실은 동물계에서 널리 확인되고 있다. 좌뇌와 우뇌가 담당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을 좌뇌가 담당하고 부정적인 감정은 우뇌가 다스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상대가 겁나고 불안하면 우뇌가 작동해 꼬리 움직임이 왼쪽으로 치우치고, 반대로 반갑고 다가서고 싶은 감정은 좌뇌가 관장해 꼬리를 오른쪽으로 흔들게 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꼬리 흔들기의 비대칭성을 개들은 눈치채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연구진은 개에게 꼬리를 주로 흔드는 방향이 오른쪽, 왼쪽, 중립인 세 가지 모습을 자연적인 영상과 그림자 영상(꼬리 움직임 이외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을 보여주면서 개들의 심장 박동과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dog-wag_s.jpg »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개들이 상대 개의 꼬리 흔드는 방향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아본 실험 모습. 위는 자연 영상이고 아래는 그림자 영상이다. 사진=시니스칼치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그 결과 자연 영상이든 그림자 영상이든 같은 결과가 나왔는데, 꼬리를 오른쪽으로 흔드는(사람이 보기에는 왼쪽) 개의 모습을 본 개들은 가장 느긋하고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적었으며 공격성도 덜 나타냈다. 심장박동도 가장 낮았다. 반대로 꼬리를 왼쪽으로 흔드는 개는 이를 지켜본 개들을 두렵고 긴장하게 하였다.
 

연구자들은 “개들이 다른 개가 꼬리 흔드는 방향을 보고 심리 상태를 알아내는 지표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개가 다른 개의 비대칭적인 꼬리 표현에 민감하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뇌의 비대칭성이 진화하는데 사회적 행동이 기여했을 것이란 가설을 지지해 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개의 복지와 꼬리 움직임을 통해 개끼리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rcello Siniscalchi, Rita Lusito, Giorgio Vallortigara, Angelo Quaranta , Seeing Left- or Right-Asymmetric Tail Wagging Produces Different Emotional Responses in Dogs, 31 October 2013, Current Biology

A. Quaranta, M. Siniscalchi, G. Vallortigara, Asymmetric tail-wagging responses by dogs to different emotive stimuli, 20 March 2007 Current Biology 17(6) pp. R199 - R20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사랑은 싸워서 쟁취?…동물계 루저의 ‘반란’사랑은 싸워서 쟁취?…동물계 루저의 ‘반란’

    조홍섭 | 2019. 02. 20

    싸움보다 돌봄 능력·구애 과정 등 중시…더 많은 자손 남기기도암컷은 크고 강한 수컷을 좋아한다. 동물 세계에서 널리 나타나는 현상이다. 암컷이 지배적인 수컷을 선호하는 이유는 그쪽이 양질의 자원을 확보하고 유전적으로 우월한 후손을 남기는...

  • 바다뱀은 표류 선원처럼 빗물로 갈증 채운다바다뱀은 표류 선원처럼 빗물로 갈증 채운다

    조홍섭 | 2019. 02. 19

    1년 절반 탈수 상태, 우기 첫 폭우가 만든 ‘담수 렌즈’서 ‘폭음’ “어디를 봐도 물이지만, 마실 물은 한 방울도 없구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선원은 이렇게 탄식했다지만, 삶의 절반을 이런 갈증 속에 살아가는 동물이 있다.세계에서...

  • 박쥐와 사슴이 ‘동업자’가 된 이유는?박쥐와 사슴이 ‘동업자’가 된 이유는?

    조홍섭 | 2019. 02. 14

    사슴 주변 맴돌며 하룻밤 흡혈 곤충 수백∼수천 마리 사냥손이 없는 동물에게 피부에 들러붙어 피를 빠는 말파리나 진드기를 잡아먹어 주는 다른 동물은 고맙기 짝이 없다. 기생충을 잡아먹는 동물도 손쉽게 먹이를 확보하니 득이다. 이처럼 청소를...

  • 빨리 배우는 물고기가 낚시에 잘 걸린다빨리 배우는 물고기가 낚시에 잘 걸린다

    조홍섭 | 2019. 02. 13

    큰입우럭 실험 결과…학습능력 좋고 대담한 개체가 실수도 잦아낚시는 물고기가 오랜 진화를 거치며 터득한 포식자 회피법을 무력화한다. 인류가 수만 년 동안 낚시를 해 왔지만, 물고기가 계속 걸리는 이유이다.(▶관련 기사: 물고기는 왜 낚시를 ...

  • ‘거울 볼 줄 아는’ 청소 물고기, 침팬지만큼 똑똑한가‘거울 볼 줄 아는’ 청소 물고기, 침팬지만큼 똑똑한가

    조홍섭 | 2019. 02. 11

    청소부 놀래기 ‘거울 테스트’ 통과, 자기 인식 능력 여부 최종 판단은 보류아시아코끼리의 이마 한쪽에 몰래 흰 페인트로 X자 표시를 한 뒤 거울을 보게 하면, 코끼리는 자신의 이마에 생긴 표시를 코로 떼어내려 하고 나아가 입을 벌려 입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