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자동차보다 재생에너지가 낫다"

2011. 0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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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탈출’ 독일 현장] <2> 미란다 슈로이어 베를린 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장 인터뷰

                                        ▶관련기사: “11시간 생방송 끝장토론 끝에 원전 완전폐기 결정”

재생에너지, 2009년에만 28만 개 일자리 만들어
한국, 원자력 의존도 너무 높아, 만약의 사태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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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슈로이어 베를린 자유대 환경정책연구소장.

유럽연합 환경자문회의 의장이자, 독일 연방정부 환경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인 미란다 슈로이어 교수는 독일 에너지 분야의 핵심 두뇌이다. 

독일 녹색정책 창시자로 불리는 마르틴 예니케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베를린 자유대학 환경정책연구소장으로 재임 중이다. 그는 ‘17인 윤리위원회’ 멤버로도 참여했다. 

<비비시> 방송 인터뷰와 각종 프로젝트로 바쁜 와중에도 그는 먼 한국에서 온 21명의 일행을 위해 길고도 자세한 브리핑을 해주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이 유독 탈원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번 사고가 독일인에게 잊혀져 가던 체르노빌 사고 기억을 되살려냈습니다. 1986년 4월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 당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던 바람을 타고 독일은 방사능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지요. 당시 방사능이 섞인 우유와 음식물, 방사능에 노출된 어린이 놀이터 등은 아직도 독일인들의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원전에 대해 이전까지 50대 50이던 독일 내 찬반여론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부터 ‘80% 이상 원전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독일의 녹색당이 1998년부터 사민당과 연정을 통해 집권당이 되면서 탈원전이 정책으로 반영됐습니다. 녹색당은 단계적 탈원전계획을 세우고, 세금구조도 노동부문에서 거둔 세금을 줄이고 에너지소비나 환경오염에 대해 매기는 것으로 바꾸고, 재생에너지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집권한 녹색당은 사민당과 연립정부를 세우면서 ‘원자력발전을 점진적으로 폐쇄한다’는 문구를 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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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의 관광용 친환경 자전거

-메르켈 총리는 작년 10월 원전 수명연장에 서명하지 않았습니까. 후쿠시마 사고가 크긴 하지만 이렇게 큰 정책적 전환을 한 구체적 계기가 있는지요. 

지방선거의 결과입니다. 독일에는 16개 주가 있는데, 남부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제일 잘 사는 2개 주 중 하나이지요. 이곳은 무려 58년 동안 메르켈 총리의 기독교민주당이 정권을 잡아온, 기민당의 텃밭입니다. 그런데 3월 27일 이곳 선거에서 기민당이 참패했습니다. 녹색당-사회민주당이 승리해, 독일 사상 최초의 ‘녹색당 주지사’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것이 연방정부를 무척 긴장시켰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작년 10월 이전 정부의 ‘2023년까지 원전 철폐’ 정책을 뒤집고 원전 수명을 12년 연장한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매우 인기 없는 정책이었습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총선의 향방을 가른 두 가지 이슈는 모두 환경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주도인 슈투트가르트의 오래된 철도 역사를 없애고 최첨단 중앙역을 짓는 ‘슈투트가르트 21’ 프로젝트를 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 데 대한 반대 여론이었습니다. 또 하나가 전국 차원의 이슈인 원전 폐쇄 여론이었지요. 3월 14일 독일 전역에서 11만 명이 원전 폐쇄를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습니다. 3월 26일에는 대도시 4곳에서 더 큰 원전 반대시위가 벌어졌지요. 무려 25만명이 모였습니다."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메르켈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성격으로 ‘윤리위원회’를 소집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정반대였지요. 내부에서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위원들이 동의한 건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일본 같은 하이 테크놀로지를 가진 나라에서도 사고가 나는데, 독일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지요. 다른 에너지도 부작용이 있지만, 원자력은 이웃과 지역, 국가, 심지어 지구 전체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방사성폐기물을 후세대에 전해줘야 합니다.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안전하게 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할 장소가 있느냐, 아직 어떤 나라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이 전제 아래 핵심 쟁점은 3가지였습니다. 첫째, 독일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얼마나 안전한가. 둘째, 지금 가동되는 원전이 모두 다 필요한가. 셋째, 에너지 가격의 큰 인상 없이 대체할 다른 에너지원이 있는가, 였지요. 3개월 동안 원전 7기의 가동을 중단했어도, 전력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원전이 모두 필요하지는 않다는 뜻이지요. 우리가 가진 재생에너지·에너지 효율 기술로 현재 원전이 감당하고 있는 전력 공급분인 23%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인 시나리오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문제점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풍력단지는 북쪽에 위치해 있는데, 남쪽의 공장에 전력을 공급해 주기 위해 국토를 가로질러 고압 송전망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는 매우 가변적이어서 바람이 불 때는 많이 나오고, 안 불 때는 적게 나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원전을 폐쇄해 기존 화석연료를 늘리면, CO2 배출이 높아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1990년 대비 2020년까지 40% 이상 CO2 배출량을 줄이기로 계획 중입니다. 앞으로 독일에선 제품의 에너지효율을 강화하는 정책이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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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의 풍력 발전기

-독일은 유럽 전역에서 전력을 수입하거나 수출하는 것이 자유롭지 않습니까. 우리나라는 고립돼 있어 독일 같은 시나리오가 어렵고, 원전 폐쇄도 어렵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원전에 너무 의존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가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최악의 시나리오를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일본은 현재 54기의 원전 가운데 12기만 운영 중입니다. 국가는 비상에너지 저장분이 있어야 합니다. 일본에선 사무실 빌딩전력을 줄이는 등 비상사태로 에너지 비축을 하고 있는데, 지금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한국도 다른 에너지 대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독일의 실험이 과연 성공할 것으로 보는지요. 

독일의 이번 결정은 모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자력 또한 경쟁력이 없다고 봤지요. 우라늄을 채굴할 수 있는 기간은 100년이 남았고 가격도 올라갈 것입니다. 핵 확산에 대한 문제도 있지요. 반면 재생에너지는 차세대 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이 개발되면서 가격도 떨어질 것입니다. 풍력이나 태양광은 2050년이면 원자력이나 석탄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 특히 독일은 지금도 에너지의 70%를 수입하는데,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도 확보하고 동시에 에너지 안보도 지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개도국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독일이 세계적인 기여도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를 통한 녹색일자리 창출이 늘어날 것입니다. 2009년에만 28만개의 재생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생겼지요. 2030년에는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자동차 일자리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은 97%의 에너지를 수입한다.)


박란희 환경재단 기획위원 rhpark@green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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