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는 말 믿고 방폐장 찬성했건만…
경주시 방폐장 안전성 논란
정부, 암반 취약 알고도 숨기다 선정 된 뒤에야 공개
찬성표 던진 89.5% 경주시민 ‘뒷통수’맞고 불신 싹터

경주시 양북면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하 80m 동굴에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해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부서지기 쉬운 암반층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암반이 약하다는 것은 지하수가 스며들거나 동굴이 무너져 폐기물의 방사능이 밖으로 새어나올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말로 예정한 완공시기를 3년 더 늦춘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조사 결과 진입터널의 암반에 문제가 있지만 폐기물 저장 동굴은 안전하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경주시의회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고 경주시가 참여하는 공동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안전하다는데도 경주시민들이 불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하는 말은 무조건 불신하는 타성 때문에? 반대부터 해야 뭔가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때문에? 정부는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불신의 계기는 정부가 먼저 제공했다.
은폐하고 반대의견 귀닫고…신뢰 잃어버린 정부
2005년 8월에 경주시민들이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것은 경주 후보지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에 잇따라 이루어진 보완조사, 부지특성조사, 인허가 보완조사를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도, 이를 숨겨온 정부에게 경주시민들이 속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방폐장 부지와 붙어있는 신월성 원자로 1·2호기 건설과정에서 지진에 취약한 활성단층이 발견돼 원자로 위치를 40m 이동한 사실도 밝혀졌다. 정부는 2002년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 때는 숨기고 있다가 2007년에야 비로소 공개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공유와 사전협의를 통해 서울시민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폐장 입지선정 과정에서는 정보를 은폐하고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의 참여를 배제함으로써 사업추진에 필요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핵발전소나 방폐장의 안전문제는 과학기술의 영역이지만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은 전문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찬반 의견 간의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의견을 배제하고 찬성의견에만 귀를 기울임으로써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절차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독선에 빠져 있다. 정부가 신월성 1·2호기 원자로 부지의 활성단층 문제나 방폐장 후보지의 연약암반에 관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비판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지만 정부는 주민투표 과정에서 지역발전 지원금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의 당근으로 주민들을 유혹하고 경주와 군산 간의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쪽으로 여론을 조성하여 방폐장 부지를 결정했다. 겉포장은 자발적 유치 신청과 주민투표라는 민주절차였지만 사실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은폐하고 3천억 원의 뇌물로 판단을 흐리게 함으로써 경주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훼손한 것이다. 경주시민들이 그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방폐장 유치에 찬성한 사람이 89.5%나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전 지역 명확히 안해 지역주민 갈등만 커져
경주시가 방폐장을 유치한 직후 발생한 첫번째 갈등은 2006년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문제였다. 방폐장이 들어서는 양북면 주민들은 한수원이 양북면으로 오는 것이 정부약속의 참뜻이라고 주장한 반면에, 경주시내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경주시내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한수원이 이전할 곳은 방폐장이 들어서는 양북면 봉길리라고 분명하게 선언했다면, 약속을 지키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동시에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쌓을 수 있었다. 한수원 사무실은 양북면, 주거지는 경주시내로 나뉘면서 갈등은 봉합이 됐지만 정부와 한수원의 애매모호한 처신으로 주민들의 불신은 더 심화되었다. 한수원 직원들은 방폐장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 주민들에게는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리 설명한들 그 말을 신뢰할 주민이 얼마나 될까. 잃어버린 정부신뢰부터 회복하는 것이 방폐장 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정부, 암반 취약 알고도 숨기다 선정 된 뒤에야 공개
찬성표 던진 89.5% 경주시민 ‘뒷통수’맞고 불신 싹터

경주시 양북면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의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하 80m 동굴에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해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부서지기 쉬운 암반층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암반이 약하다는 것은 지하수가 스며들거나 동굴이 무너져 폐기물의 방사능이 밖으로 새어나올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말로 예정한 완공시기를 3년 더 늦춘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조사 결과 진입터널의 암반에 문제가 있지만 폐기물 저장 동굴은 안전하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경주시의회는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고 경주시가 참여하는 공동조사가 끝날 때까지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안전하다는데도 경주시민들이 불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가 하는 말은 무조건 불신하는 타성 때문에? 반대부터 해야 뭔가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때문에? 정부는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불신의 계기는 정부가 먼저 제공했다.
은폐하고 반대의견 귀닫고…신뢰 잃어버린 정부
2005년 8월에 경주시민들이 방폐장 유치를 신청한 것은 경주 후보지가 안전하다는 정부의 발표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에 잇따라 이루어진 보완조사, 부지특성조사, 인허가 보완조사를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도, 이를 숨겨온 정부에게 경주시민들이 속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방폐장 부지와 붙어있는 신월성 원자로 1·2호기 건설과정에서 지진에 취약한 활성단층이 발견돼 원자로 위치를 40m 이동한 사실도 밝혀졌다. 정부는 2002년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2005년 방폐장 주민투표 때는 숨기고 있다가 2007년에야 비로소 공개한 것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공유와 사전협의를 통해 서울시민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폐장 입지선정 과정에서는 정보를 은폐하고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의 참여를 배제함으로써 사업추진에 필요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핵발전소나 방폐장의 안전문제는 과학기술의 영역이지만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은 전문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찬반 의견 간의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반대의견을 배제하고 찬성의견에만 귀를 기울임으로써 과학기술의 불확실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절차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독선에 빠져 있다. 정부가 신월성 1·2호기 원자로 부지의 활성단층 문제나 방폐장 후보지의 연약암반에 관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면서 비판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지만 정부는 주민투표 과정에서 지역발전 지원금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의 당근으로 주민들을 유혹하고 경주와 군산 간의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쪽으로 여론을 조성하여 방폐장 부지를 결정했다. 겉포장은 자발적 유치 신청과 주민투표라는 민주절차였지만 사실은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은폐하고 3천억 원의 뇌물로 판단을 흐리게 함으로써 경주시민들의 민주적 권리를 훼손한 것이다. 경주시민들이 그때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방폐장 유치에 찬성한 사람이 89.5%나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이전 지역 명확히 안해 지역주민 갈등만 커져
경주시가 방폐장을 유치한 직후 발생한 첫번째 갈등은 2006년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문제였다. 방폐장이 들어서는 양북면 주민들은 한수원이 양북면으로 오는 것이 정부약속의 참뜻이라고 주장한 반면에, 경주시내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경주시내로 와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한수원이 이전할 곳은 방폐장이 들어서는 양북면 봉길리라고 분명하게 선언했다면, 약속을 지키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동시에 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쌓을 수 있었다. 한수원 사무실은 양북면, 주거지는 경주시내로 나뉘면서 갈등은 봉합이 됐지만 정부와 한수원의 애매모호한 처신으로 주민들의 불신은 더 심화되었다. 한수원 직원들은 방폐장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 주민들에게는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리 설명한들 그 말을 신뢰할 주민이 얼마나 될까. 잃어버린 정부신뢰부터 회복하는 것이 방폐장 갈등을 해소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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