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시대 거품벌레는 ‘선교사 체위’로 했다

조홍섭 2013. 11. 12
조회수 43481 추천수 0

'영원한 사랑'하던 거품벌레 암수, 1억6500만년 전 내몽골 지층 화석으로 발견

암컷 상위에서 수컷 상위로 변화하는 중간 과정 보여줘 

 

Shu L_froghopper-sex_s.jpg » 내몽골 중생대 쥐라기 지층에서 발견된 짝짓기 중인 거품벌레 화석. 왼쪽이 수컷이고 막대 길이는 1㎜이다. 사진=슈 리, <플로스 원>

 

단단한 뼈대가 없는 곤충은 화석으로 남기가 매우 힘들다. 게다가 특별한 행동, 예컨대 다른 곤충을 잡아먹고 있다거나 암수가 짝짓기를 하고 있는 상태의 화석은 더더욱 드물다. 세계에는 교미 상태의 곤충 화석이 30여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나뭇진이 굳어 화석이 된 호박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중국 베이징 수도사범대학은 곤충 화석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 대학 곤충진화 연구자들은 무려 20만개에 이르는 곤충 화석 가운데 거품벌레 화석 1200개를 골라 조사했는데, 운 좋게도 짝짓기를 하고 있는 화석 한 개를 찾아냈다.
 

중국 내몽골의 지층에서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된 화석의 거품벌레 암수는 짝짓기를 하던 상태에서 지층에 묻혀 화석이 됐다. 지층은 쥐라기 중후기 약 1억 65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이었다.
 

레바논에서 발견된 백악기초의 깔따구 화석이 이제까지 가장 오래된 곤충의 짝짓기 화석이었기 때문에 새 기록이 나온 셈이다. 또 연구자들이 논문 제목을 “영원한 사랑”으로 지은 것처럼 가장 긴 기간의 섹스로도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Chen Wang_insect-side-sex_s.jpg » 쥐라기 거품벌레의 짝짓기 가상도. 그림=첸 왕, <플로스 원>

 

연구자들의 눈길을 끈 것은 두 거품벌레의 체위였다. 두 벌레는 암수가 서로 배를 마주 댄, 이른바 ‘선교사 체위’로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고생물학계에선 곤충이 애초 암컷이 수컷 위에 올라타는 자세를 진화시켰다가 암수가 나란히 서거나 배를 마주 댄 자세를 거쳐 현재 대부분의 곤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수컷이 암컷을 올라타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본다. 이처럼 자세는 바뀌었지만 생식기의 결합방식은 암컷 상위 때와 마찬가지여서 배나 생식기의 방향을 뒤트는 형태를 한다.
 

그런데 현생 거품벌레는 과거의 짝짓기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 잎 위에서는 암수가 나란히 선 형태로, 줄기에서는 줄기를 붙잡고 암수가 배를 마주 댄 자세로 짝짓기를 한다.
 

Jason Shih_froghopper-mating_s.jpg » 나란히 선 자세로 짝짓기 하는 현생 거품벌레. 사진=제이슨 쉬, <플로스 원>

 

연구자들은 “쥐라기의 거품벌레는 정상위로 짝짓기를 했다는 증거가 나와 암컷 상위의 짝짓기 자세가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또  “이번 연구로 현생 거품벌레가 암수 생식기의 대칭성과 체위를 1억 6500만년 동안 비슷하게 유지해 왔음을 알 수 있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정상위로 드러났지만 화석화 과정에서 나란히 서는 자세가 변형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 지난 6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i S, Shih C, Wang C, Pang H, Ren D (2013) Forever Love: The Hitherto Earliest Record of Copulating Insects from the Middle Jurassic of China. PLoS ONE 8(11): e78188. doi:10.1371/journal.pone.007818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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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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