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창에 '쿵', 새들에겐 죽음의 문

김영준 2013. 11. 13
조회수 30163 추천수 0

들꿩 등 희귀새도 유리창 없는 줄 알고 '쿵', 서식지 파괴 버금가는 사망원인

버드세이버도 불충분, 한쪽에서만 보이는 `한 방향 필름' 적용해 볼만

 

g5.jpg » 멧비둘기가 유리창과 정면으로 충돌한 흔적. 장벽이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정면으로 밀고 들어간 자죽이 선명하다.

 

조류의 충돌사고 어찌 막을까요? 포유류와 양서· 파충류는 교통사고로 인해 많이들 죽습니다. 물론 거기에서 새도 예외는 아니죠. 하지만 새가 더 취약한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유리창입니다.

 

유리창은 매년 수많은 새들을 불필요한 죽음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1970년대 말부터의 조사를 보면, 서식지 파괴 다음으로 가장 큰 조류의 죽음을 야기하는 원인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만 1년에 약 10억마리의 조류가 유리창 충돌로 죽는다고 하니 엄청난 셈이지요.

 

g1.jpg » 충남에서는 보기 힘든 들꿩이 아산에서 발견되었죠. 원인은 유리창 충돌입니다. 흉부 골격이 모두 깨지고 흉추까지 꺾였습니다. 꼬리뼈도 부러졌죠. 유리창 충돌은 이렇게 무섭습니다.


g2.jpg » 가슴을 지탱하는 뼈인 오훼골이 양측 모두 무너졌습니다. 유리창을 그냥 가슴으로 밀고 들어간 것이죠.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이 개체는 유리창을 인식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g3.jpg » 유리창 충돌로 죽은 개체가 발견되면서 충남 아산에 서식하는 사실이 확인된 들꿩 암컷입니다.

 

이러한 유리창 충돌은 정말로 많은 동물의 목숨을 앗아가는 위험한 물질입니다만, 여전히 사람들은 그 쓰임새를 확장하고 있고 이제 건물 전체를 유리창으로 만드는 일까지 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권장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유리창 청소를 하지 말자'입니다만, 이 또한 쉽지는 않겠죠.

 

그래서 검은 새 무늬의 스티커인 버드세이버라는 제품을 많이 붙입니다만, 그 제품이 있더라도 무늬가 없는 빈 공간이 있으면 여전히 위험합니다.

 

충남센터에도 버드세이버를 부착해 두었지만 빈 공간으로 멧비둘기가 충돌하여 폐사하고 말았지요. 버드세이버를 부착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으면 여전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는 겁니다.

 

g4.jpg » 깃털 비듬이 유리창에 묻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g6.jpg » 다 성장한 멧비둘기입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죠. 동물을 구조하는 곳에서 동물이 죽기도 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막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더 궁금하신 분은 다음의 누리집을 참고하시죠.


새들은 자외선 영역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많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한 자외선 반사테이프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http://www.abcbirdtape.org/


또한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 내놓은 친조류형 건축 디자인도 있습니다.
http://www.slideshare.net/BPSPortland/resource-guide-for-birdfriendly-building-design

 

이러한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타공필름 혹은 '한 방향 필름'(one way film)이라는 재질입니다. 흔히 동대문쇼핑몰 등을 다녀보면 건물 전체 유리벽에 홍보물을 부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버스 유리창에 붙여놓은 것을 볼 수도 있죠. 안에서 보면 일종의 틴팅을 해놓은 정도이지만 바깥에서는 안을 볼 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조류 유리창 충돌사고를 줄이는 것이지요.

 

g5-1.jpg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용역 운영하는 서산버드랜드 야생동물재활센터에서는 재활이 불가능한 야생동물을 일부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물들에게 사람이 접근하여 관찰하는 것 또한 동물에게는 스트레스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범적으로 한 방향 필름을 부착해 보았는데 그 효과가 어떠한지 눈으로 보시지요. 동시에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새를 아낄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에도 포함시킬 것입니다.

 

g7.jpg » 한 방향 필름을 바깥에 붙인 뒤 안에서 내다보면 가깝이에서 볼 때 이런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바깥 실루엣이 어렴풋이 나타납니다.

 
g8.jpg » 아주 가까이에서 내다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g9.jpg » 좀 더 떨어져서 살펴본다면 이렇게 보이게 됩니다. 실제로는 사람이 정지하여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거친 화상은 나타나지 않고 아주 부드러운 틴팅 효과만 나타납니다.  
 
g10.jpg » 다만 동물이 아주 가까이 있으면 안에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g11.jpg » 모니터에서 멀리 떨어져 보시면 삵이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자, 의자를 조금만 뒤로 빼실까요?

 

g12.jpg » 이 녀석은 이미 이 필름 너머로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입니다. 뭐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들의 불필요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죠.

 
g13.jpg » 또 한곳의 새끼 삵입니다. 닭장을 털다가 왔다죠? 사람을 그리 신경쓰지 읺습니다.

 
g14.jpg » 바깥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안쪽 복도가 어둡기만 하다면 전혀 안이 보이지 않는 구조입니다.

 
g15.jpg » 역시 바깥에서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안이 보이기는 합니다.

 

g16.jpg » 바깥 날이 어두워지면서 안쪽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조류의 죽음을 막는데는 충분한 효과를 갖습니다.

 

g17.jpg » 이 아름다운 자연을 살려주세요.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쓰고 아낀다면 자연은 더욱 크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김영준/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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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원부장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의 구조 치료 및 관리>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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