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은 명태의 91%가 ‘노가리’, 저인망으로 씨 말려

조홍섭 201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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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김수암 교수팀 노가리 어획 실태 처음 밝혀, 정부는 어획규제 철폐로 부추겨

기후변화만으로 자원 고갈 설명 못해…'산란장 원산 가면 북한만 살찌운다' 마구 잡기도

 

모처럼 잡은 명태_03915766_원본은 디비에.jpg » 강원도 고성에서 모처럼 잡힌 명태. 가자미 저인망에 수십㎏씩 잡혀 모두 합해야 1t 남짓에 지나지 않는다. 사진=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지난 2월부터 석 달 동안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는 명태잡이 시험조업에 나섰다. 기다란 줄에 다수의 낚시를 매달아 수심 200~500m의 동해바다에 드리웠다. 1990년대 들어 어장이 붕괴하면서 이제 명태 낚시용 바늘 구하기도 힘들어졌지만, 과거의 명태 어선 선장을 수소문해 어장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전성기 때 낚시 500개에 300마리의 명태가 걸리기도 했건만, 다섯 차례의 시험조업에서 단 한 마리의 명태도 볼 수 없었다.
 

명태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친숙한 생선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올들어 수입량이 급감했지만 아직도 다른 수산물과 견줘 수입량과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명태 어업의 전성기는 1980년대로 동해에서 연평균 13만t의 어획고를 올렸다. 정점을 찍었던 1981년엔 16만t의 명태를 잡았다.

 

우리나라의 명태 어획량 변천(자료=김수암 외, 한국수산과학회지 2013)

명태 어획량 변천.jpg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어획량이 곤두박질해 1990년대엔 1만여t 수준이다가 2000년대엔 1000t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마침내 2008년 명태의 공식 어획량이 ‘0’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9년 11월 “살아있는 동해 명태를 찾습니다”라는 문안의 현상수배 전단을 배포했다. ‘국민 식량’ 명태의 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인공종묘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살아있는 명태를 시가의 10배를 주고 사겠다고 했지만 그런 ‘횡재’를 한 어민은 없었다.
 

명태현상수배 포스터.jpg

 

명태 어획량 통계_영의 행렬.jpg » 국립수산과학원 누리집의 명태 어획량 통계, 0의 행렬 속에 가끔 1이 섞여 있다.

 

동해에서 명태가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1t 남짓한 어획량을 기록했다. 박정호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는 “주로 가자미를 잡는 저인망 그물에 섞여 수십㎏씩 잡힌다. 그러나 어군을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낚시를 이용한 연승어업으론 어획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흔히 명태가 사라진 이유로 기후변화를 꼽는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냉수성 어종인 명태는 줄어들고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오징어와 고등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동해수산연구소의 분석결과를 보면, 1968~2007년 사이 동해 표층의 수온은 1.3도, 수심 50m의 수온은 0.1도 높아졌다.
 

그렇지만 기후변화로만 설명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김수암 부경대 자원생물학과 교수는 “동해에서 명태가 주로 사는 곳은 수심 200~350m인데, 수심 100m만 내려가면 기후변화의 영향은 거의 없고 오히려 연안의 수온은 더 차가워졌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명태의 알과 치어 단계에서 수온상승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있다. 명태의 수정란은 바다 바닥에서 표층으로 떠오르면서 부화하며, 알에서 깬 새끼는 자라나면서 서서히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변화와 함께 동해의 명태 자원을 고갈시킨 이유로 남획이 꼽힌다. 특히 어린 명태를 가리키는 노가리를 마구 잡은 것이 명태 어장을 무너뜨린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구체적인 실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동해에서 어획된 명태가 어떤 크기였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김수암 교수와 강수경·박정호 국립수산과학원 박사 등 연구진은 <한국수산과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1975~1997년 사이 동해에서 어획한 명태 140만t 가운데 길이 30㎝ 미만인 노가리는 95만t으로 68%를 차지했고, 마릿수로는 91%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명태 어획량이 가장 많았던 1981년 모두 21억 2000만 마리의 명태를 잡았는데, 이 가운데 노가리는 19억 5000만 마리였다. 그물에 걸린 명태 10마리 중 9마리 이상이 알에서 깬 지 2년이 안 된 어린 명태였던 것이다.
 

연구진은 수산과학원이 1960년대부터 40년 동안 어획물에서 임의로 명태를 채집해 길이와 무게 등 생물학적 기초자료를 남긴 것을 발굴해 이번 분석을 했다.
 

p2.jpg » 마릿수로 볼 때 우리가 잡은 명태의 거의 대부분은 2년생 이하의 어린 것들이었다. 자료=김수암 외 <한국수산과학회지> 2013

 

눈길을 끄는 것은 어획량이 급감한 1997년에 가면 어획량 가운데 노가리는 3마리에 1마리꼴로 줄어든다. 노가리가 워낙 심하게 남획되다 보니 큰 명태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김 교수는 “남획은 일반적으로 큰 고기가 줄어드는 현상을 낳는데, 명태의 경우 치어를 잡아내 성어의 비율이 상승하는 보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노가리의 남획은 왜 일어난 것일까. 동해수산연구소는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동해안의 전 연안에서 저인망 및 트롤어선이 큰 명태뿐만 아니라 작은 명태까지 가리지 않고 마구 어획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p1.jpg » 노가리 건조 모습. 술 안주는 물론 다양한 용도로 어린 명태를 잡아 이용했다. 사진=<한겨레> 사진 디비

 

이런 싹쓸이 어법을 합리화했던 요인들이 있었다. 박정호 박사는 “당시 저인망 어민들은 노가리와 명태 새끼는 다른 종류의 물고기라고 주장했는데, 정부 당국은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막대한 어획량을 올리는 노가리 어획을 눈감아 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1978년 서울대 해양학과 김완수 교수와 허성회 대학원생(현 부경대 교수)은 <한국해양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 “형태학적으로 노가리는 명태의 미성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논문은 “노가리는 명태의 미성어라고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고, 수산자원보호령에서 27㎝ 이하의 어획을 금지했다. 그러나 수산당국은 자원학적 견지에서 노가리를 어획해도 무방하다는 해석을 내려 1974년 노가리에 대한 어획금지규정을 폐기했다”라고 밝혔다.
 

노가리에 대한 규제를 푼 정부는 1975년부터 수산통계를 작성하면서 마치 다른 종인 것처럼 ‘명태’와 ‘소형명태’를 별도의 항목으로 기재했다. 이런 관행은 1997년까지 계속됐다. 물론, 이처럼 ‘소형 명태’의 통계를 별도로 냈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
 

연구자와 현장의 수산당국자도 모두 심각성을 알고 있던 명태 치어의 남획이 계속된 것은 과학적인 수산자원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던데다 남북관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암 교수는 “수산청은 어획량으로 업무실적을 평가받았기 때문에 어획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던 노가리의 어획실적을 빼기가 당시의 풍토에선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또 동해 명태는 모두 북한의 원산만에서 산란하기 때문에, 어린 명태를 보호해 보았자 결국 북한만 살찌운다는 냉전논리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북한도 1990년대 이후 명태가 거의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정확한 실상은 모른다. 동해 명태 어장의 대부분을 관할하는 북한의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명태자원 고갈의 정확한 실상을 알아내기가 더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까지 명태 어장 붕괴의 원인으로는 남획과 기후변화, 연안오염, 새끼 명태 보육장의 파괴, 해양생태계의 구조 변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동해에 다시는 명태 어장이 형성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도 있지만, 10년 안에 명태 자원이 회복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지난 6월엔 600㎏의 명태가 한꺼번에 잡히기도 했다. 과연 명태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명태는 어떤 물고기?

 

p4.jpg » 명태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대구과의 냉수성 어종으로 북아메리카 서부에서부터 베링해, 오호츠크해, 홋카이도 연안 등 북태평양에 널리 분포한다. 단일 어종으로는 세계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중요한 수산자원이자 해양생태계에서 물개 등의 주요 먹이이다.
 

명태는 지역에 따라 몇 개의 무리로 나뉘는데, 동해에는 원산만에서 산란을 하고 동해안을 따라 포항까지 남-북 방향으로 계절적 회유를 하는 집단과 연안과 심해를 동-서 방향으로 이동하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명태에 관한 생태와 기초 생물학 연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명태 분포도_fao.jpg » 명태의 주요 서식지. 자료=유엔식량농업기구(FAO) 누리집


산란기는 12월~2월로 연안의 수심 50~100m 바다에서 25만~10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성어는 몸길이 34㎝가 되어야 하며 수명은 14~15년이고 60㎝까지 자란다.
 

주 먹이는 젓새우 등 갑각류이나 작은 물고기, 종종 다른 명태 새끼와 알도 먹는다. 대구와 친척뻘이지만, 대구는 위턱이 아래턱보다 긴 반면 명태는 위턱이 아래턱보다 짧아 구별할 수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강수경ㆍ박정호ㆍ김수암, 1970-1990년대 동해에서 어획된 명태(Theragra chalcogramma)의 체장에 따른 체급별 어획 마릿수 추정, <한국수산과학회지> 한수지 46(4), 445-453, 20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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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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