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해마 100% 사냥 성공, 주둥이에 스텔스 기능

조홍섭 2013. 11. 28
조회수 24136 추천수 0

돌출한 주둥이에 흐름 정체 구역 형성, 사냥 성공률 94%

가장 느린 물고기 해마가 '달아나기 달인' 요각류 잡는 비밀 밝혀져

 

Brad Gemmell_dwarf-seahorse_s.jpg » 미국 바하마에 고유한 해마의 모습. 구부러진 목과 물살을 잠재우는 돌출한 주둥이를 이용해 요각류를 성공적으로 사냥한다. 사진=브래드 겜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바다동물의 기초식량 구실을 하는 요각류란 동물플랑크톤 무리가 있다. 물벼룩이나 새우 비슷하게 생긴 작은 갑각류인데, 모든 생물의 ‘밥’이다 보니 도망치는 능력이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
 

요각류는 물의 변형, 특히 포식자가 자신에게 다가설 때 일어나는 미묘한 물살을 귀신같이 감지해 잽싸게 달아난다. 물의 변형에 반응하는 시간은 500분의 1초밖에 안 되고 도망치는 속도는 1초에 자신의 몸길이의 500배에 이른다.
 

치타가 1초에 몸길이의 30배를 가니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으로 친다면 요각류의 도주 속도는 시속 3200㎞인 셈이다.
 

Kils_640px-Copepod.jpg » 바다동물의 기초식량인 동물플랑크톤 요각류. 사진=킬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런 먹이를 잡아먹는, 사냥 성공률이 거의 100%에 이르는 동물이 있다. 물고기 가운데 가장 느린 해마가 그 주인공이다. 기다란 목과 머리에서 앞으로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가 말을 닮아 이런 이름을 얻었지만 큰가시고기목 실고기과의 물고기이다.
 

해마의 이런 독특한 모습에 가장 느리면서도 가장 빼어난 유각류 사냥꾼이 된 비밀이 숨어있다. 브래드 겜멜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해양생물학자 등은 살아있는 생물과 그 주변 유체의 움직임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레이저와 고속촬영 기법 이용해 해마의 요각류 사냥 행동을 조사했다.

seah4.jpg » 고속촬영한 해마의 사냥 장면. (a) 해마가 요각류를 타격 거리인 1㎜ 안쪽까지 접근한다. (b) 머리 회전과 물 흡입으로 요각류 사냥에 성공했다. 사진=브래드 겜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seah5.jpg » 해마 머리 주변의 물 흐름 속도. 타격 구역인 원 안에서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진다. (c)는 사냥 성공을, (d)는 속도가 빨라 요각류가 눈치채고 달아난 상황을 보여준다. 사진=브래드 겜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그 결과 해마의 머리는 물 흐름을 주변보다 느리게 만드는 수리역학적 형태를 띠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해마의 사냥 방식과 관련이 있다.
 

해마는 수초에 꼬리를 감고 기다리거나 수초 사이를 천천히 이동하면서 요각류가 가까이오기를 기다린다. 먹이는 물과 함께 입으로 빨아들여 삼키는데, 문제는 흡입력이 미약해 1㎜ 거리 안까지 접근해야만 공격이 유효하다.
 

그런데 자칫 물살을 크게 일으켰다간 요각류를 달아날 터이다. 해마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는 머리에서 관처럼 길게 돌출한 주둥이와 그 끝에 위를 향해 달린 입이다. 실험 결과 주둥이의 타격 구간 안에서 물의 변형은 가장 적었다.

 

따라서 잔잔한 구간 안의 먹이가 안심하고 있을 때 ‘에스’ 자 모양으로 구부러진 탄력 있는 목을 재빨리 굽혀 먹이에 접근해 물을 빨아들여 잡아먹는 것이다.

seah1.jpg » 여러 가지 유속에서 해마 머리(회색) 주변의 물 변형 정도. 원 안이 해마의 타격 구역이다. 사진=브래드 겜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seah2.jpg » 해마의 머리 각도에 따른 머리 주변 물 변형의 정도. 타격 구간에서 늘 변형이 가장 적다. 사진=브래드 겜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seah3.jpg » 가시고기를 이용한 실험. 해마에서와 달리 입 부근에서 물 변형이 커 요각류가 쉽게 달아난다. 사진=브래드 겜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실험에서 1㎜까지 접근 요각류의 사냥 성공률은 94%였다. 해마의 주둥이에는 스텔스 기능이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해마다 가시고기로 똑같은 실험을 했는데 해마에서와 같은 잔잔한 지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해마의 머리 형태에 비밀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이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최근호에 실렸다.
 

해마와 머리 형태가 비슷한 실고기도 이런 이점을 활용해 먹이를 먹는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렇다면 해마와 다를 형태의 물고기는 어떻게 요각류를 잡아먹을까. 이들은 턱을 크게 앞으로 뻗거나 다량의 물을 빨아들이는 식으로 사냥을 한다.
 

논문은 “해마가 목의 탄력을 이용해 먹이에 접근하는 속도는 1000분의 1초로 다른 물고기가 입을 돌출시키는 속도보다 10배쯤 빨라 이런 쪽으로 진화가 이뤄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emmell, B. J. et al. Morphology of seahorse head hydrodynamically aids in capture of evasive prey. Nat. Commun. 4:2840
doi: 10.1038/ncomms3840 (201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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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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