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부른 100만년 동안의 '레몬즙 산성비'

조홍섭 2013.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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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5천만년전 한반도 32배 덮은 시베리아 화산 분출이 초래 

바다생물 90%, 육상생물 70% 사라져…기후변화와 오존층 파괴도

 

pan3.jpg » 2억5000만년 대멸종이 일어나던 당시 초대륙 판게아의 모습. 위 노란색이 시베리아 화산분출 장소이다. 그림=YIN HongFu et.al.(2013),SCIENCE CHINA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장바구니에 담고 미국에서 벌어지는 야구중계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세계화 시대에, 지구는 한 동네처럼 가깝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질학적 시간으로 볼 때 지구는 종종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듯 무서운 얼굴을 드러낸다.
 

2억5000만년 전 지구는 고생대에서 새로운 지질시대인 중생대로 접어든다. 교과서에서 암기하듯, 단지 무대의 주인공이 삼엽충에서 공룡으로 바뀐 것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시대의 변화는 고통과 격변을 수반한다.
 

이때의 변화는 유난히 심해 지구의 생물은 사상 최악의 대멸종 사태를 겪었다. 바다생물의 90%와 육상생물의 70%가 이때 사라졌다. 다른 대멸종 사태 때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던 곤충마저 이때 과의 57%를 잃었다.

 

nobu tamura_Lystrosaurus murrayi, a dicynodont from the Early Triassic of South Africa, India and Antarctica_Lystrosaurus_BW.jpg »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중생대 초 네발동물 디시노돈트의 상상도. 사진=노부 타무라,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 상처가 얼마나 컸던지, 이전과 같은 생물다양성을 회복하는 데는 1000만년이 걸렸다. 네발동물은 거의 멸종했다. 공룡 시대가 화려하게 펼쳐진 데는 이처럼 지구를 사실상 텅 비게 만든 대재앙이 있었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은 환경변화와 함께 서서히 시작하다 급격한 재앙으로 마무리됐다. 재앙의 원인으론 대규모 화산활동, 외계 천체 충돌, 해저 메탄 분출, 또는 이들의 복합 기원 등 다양한 가설이 있다.
 

유력한 가설의 하나가 시베리아의 대규모 화산 분출이다. 시베리아에는 한반도 면적의 9배인 200만㎢에 걸쳐 용암이 굳은 현무암과 화산재로 이뤄진 응회암이 쌓여있다. 드러난 것이 이 정도이지 애초 용암과 화산재로 덮힌 면적은 700만㎢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640px-Extent_of_Siberian_traps_german.png » 시베리아 화산 대분출의 지질학적 흔적. 짙은 부분은 현무암, 점선 부분은 응회암을 가리킨다.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2억5000만년 전부터 100만년 동안 거대한 폭발과 용암 분출이 계속된 흔적이다. 지난 5억년 동안 지구에서 이보다 큰 규모의 화산활동은 없었다.

 

맨틀에서 마그마가 지각으로 뚫고 나오는 맨틀 플륨 때문일 것으로 보이는 이 화산활동으로 용암 100만~400만㎦가 흘러나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벤저민 블랙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지질학자 등 미국 연구진은 시베리아의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가스가 지구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처음으로 기후모형을 이용해 분석해 국제학술지 <지질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황 성분이 최고 pH(수소이온농도지수) 2의 강산성 비를 형성했을 것이란 결과가 나왔다. 희석하지 않은 레몬즙에 해당하는 이 정도의 비가 내리면 식물은 죽거나 성장을 멈춘다. 화산에서 나온 많은 이산화탄소도 지구온난화와 함께 산성도를 높였고, 적도 부근 바닷물의 온도는 40도가 넘었다.
 

pang1.jpg » 판게아(지도 양쪽으로 나뉘어 표현됨)에 내린 산성비 농도 추정. 붉은색으로 갈수록 농도가 짙다. 그림=벤저민 블랙 등, <지질학>

 

pan2.jpg » 오존층 파괴로 인한 유해 자외선의 분포. 붉은색으로 갈수록 강하다. 그림=벤저민 블랙 외, <지질학>  

 

시베리아는 외딴 곳이 아니었다. 당시 지구의 모든 대륙은 하나로 뭉쳐 초대륙 판게아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화산활동은 대륙 전체에 영향을 끼쳤다.

 

물론 산성비의 직격탄을 받은 곳은 북반구였다. 그러나 남반구도 무사하지 못했다. 화산분출과 함께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 염화수소 등이 오존층을 최고 85%까지 파괴했기 때문이다. 오존구멍을 통해 다량의 해로운 자외선이 내리쪼였다.
 

화산분출은 간헐적으로 100만년 동안 계속됐다. 강산성의 비가 이 기간 동안 줄기차게 내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변덕이 생물에게는 더 큰 타격을 주었다. 화산폭발과 함께 산성비가 오고 1년 뒤 정상으로 돌아왔는가 하면 다시 강산성 비가 오는 식의 격변이 100만년 동안 계속된 것이다.
 

Pangaea_continents.jpg » 초대륙 판게아에서 현생 대륙 분포. 한반도는 오른쪽 끝 적도 부근에 분리된 중국 대륙과 함께 위치했다.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초대륙 자체가 생물이 살기엔 가혹한 환경을 이룬다. 얕은 바다가 대폭 줄어든데다 그나마 무산소층이 광범하게 나타나 해양생태계는 치명타를 입었다.

 

육상에서도 습지와 식물이 거의 사라져 이 시기에 형성된 석탄층이 없을 정도이다. 당시 한반도는 판게아 대륙의 적도 부근에서 세 조각으로 나뉘어 막 북상을 시작하려던 참에 이런 격변을 겪었다.(■ 관련기사: 한반도는 2억 6000만년 전 남반구서 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njamin A. Black et. al., Acid rain and ozone depletion from pulsed Siberian Traps magmatism, Geology, Published online ahead of print on 22 Nov. 2013; http://dx.doi.org/10.1130/G34875.1.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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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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