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멈추지 않는 아마존의 '검은 눈물'

김정수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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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유독폐수와 기름으로 200만㏊ 오염, 발암과 기형아 출산 등 주민 건강피해

95억달러 배상 판결…미 석유기업 쉐브론 모르쇠 일관, 국제적 배상 운동 번져

 

04908200_P_0.jpg » 미국 석유기업인 텍사코가 아마존 열대우림 지대의 일부인 에콰도르 수쿰비오스주 라고 아그리오 유전 지대에서 1967년부터 1992년까지 원유를 채취하면서 버린 유독성 폐기물이 들어차 있는 한 웅덩이를 현지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이런 웅덩이가 900여개 있다. 사진=주한 에콰도르대사관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의 동쪽 오리엔테 지역은 지구의 허파로 흔히 불리는 550만㎢ 면적의 아마존 열대우림 서쪽 끝자락에 놓여 있다. 오염이라고는 몰랐던 이 지역의 환경과 토착민들의 삶은 땅 밑에 묻혀 있는 석유 때문에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됐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거대 석유회사인 쉐브론에 2001년 인수된 미국계 석유회사인 텍사코는 또 다른 석유회사인 걸프 오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964년부터 에콰도르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석유 탐사에 나섰다. 1967년 오리엔테 북부 수쿰비오스 주의 라고 아그리오에서 대규모 원유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유전 개발은 주변 지역의 자연과 주민에게 ‘열대우림의 체르노빌’이라고 비유되는 환경 재앙을 남겼다.
  

텍사코가 라고 아그리오 주변 350여개의 유정에서 17억 배럴의 원유를 퍼올려 팔고 에콰도르를 떠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유정에서 흘러나온 유독성 폐수와 원유로 인한 토양과 수질 오염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주한 에콰도르 대사관과 아마존 열대우림 보전을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인 ‘아마존 워치’의 설명을 종합하면, 텍사코는 에콰도르에서 1992년 철수할 때까지 20여년 간 원유를 퍼내면서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유독성 폐수  4억2880만배럴(6813만㎥) 이상을 라고 아그리오 주변 강으로 흘려보냈다.

 

염분과 중금속 등이 함유된 이 폐수에 뒤섞여 환경 중으로 유출된 원유는 1989년 유조선 액손 발데즈호가 알래스카 바다에 쏟아놓은 양(26만배럴ㆍ41300㎥)의 30배,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사고로 꼽히는 2010년 멕시코만의 영국석유 시추선 디프워터 호라이즌 폭발사고로 유출된 양(490만배럴ㆍ78만㎥)의 1.5배가 넘는다. 이에 따른 환경 오염은 200만㏊에 이르는 에콰도르 아마존 열대우림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텍사코는 또 900여개의 유독성 폐기물 저장 웅덩이도 남겼다. 차단막조차 깔리지 않은 이들 저장 웅덩이 속의 유독성 물질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하수와 강으로 흘러들었다.

 

이렇게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강물을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며, 그 속에 사는 물고기를 잡아먹고 생활해 온 원주민들과 유전 개발붐을 따라 라고 아그리오로 들어온 이주민 등 3만여 주민은 암 발병과 기형아 출산, 유산, 출생 결함, 피부질환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04908198_P_0.jpg » 에콰도르 수쿰비오스주 라고 아그리오 지역 주민과 어린이들이 미국 석유기업 텍사코가 원유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유출한 폐기물과 원유로 오염된 강물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주한 에콰도르 대사관

  

이 지역의 건강 피해와 관련해서는 암 발병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2.3배가량 높다는 등의 단편적인 조사 보고는 있으나 신뢰할 만한 종합적인 조사 자료는 부족한 상태다. 이는 쉐브론이 유전 개발과 건강 피해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구실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마존 워치’는 이 지역의 빈약한 의료 서비스 수준 때문에 질병에 대한 진단 기록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건강 피해는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고 아르고 지역 주민들은 1993년 텍사코에 환경 오염과 건강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텍사코 본사가 있던 미국 뉴욕 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10년 가까운 법정 공방 끝에 2002년 뉴욕 법원이 에콰도르에서 이 사건을 다뤄야한다고 결정하자, 주민들은 2001년 텍사코를 인수한 세브론을 상대로 2003년 에콰도르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첫 소송을 시작한 지 20여년만에 에콰도르 라고 아그리오 법원에서는 2011년 2월 쉐브론에 유전 개발에 따른 환경오염 치유와 주민 건강 피해 구제를 위한 기금으로 86억 달러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액은 2012년 항소심에서 190억 달러로 늘어났다가 지난달 에콰도르 대법원의 최종심에서는 95억1천만 달러로 줄었다.
   

이에 대해 쉐브론은 자신이 원유 채취를 위해 구성된 컨소시엄에서 보유하고 있던 지분(37.5%) 만큼의 치유 책임은 다했다며 더 이상의 치유는 나머지 지분을 보유했던 에콰도르 국영석유회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쉐브론은 에콰도르 1심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직전 뉴욕 법원에 주민과 주민을 대리하는 변호사 등을 조직 범죄 단속법을 적용해 처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공세까지 취했다.

 

니콜라스 뜨루히요 뉼린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리코법은 마피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쉐브론이 환경 오염 피해 주민과 그들의 변호사들을 가난한 회사에서 돈을 뜯어내려는 마피아 같은 범죄집단으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쉐브론은 이에 앞서 2006년 네델란드 헤이그 국제중재재판소에 에콰도르와 미국이 맺은 투자협정을 근거로 에콰도르 정부가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두 나라가 투자협정에 서명한 것은 텍사코가 에콰도르에서 철수하고 5년이 지난 1997년이다. 에콰도르 정부와 주민들은 국내외에서 쉐브론을 상대로 21년째 법정 투쟁을 이어가는 한편, 국제 여론을 움직여 쉐브론을 압박하기 위해 ‘쉐브론의 오염된 손’ 이라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04908199_P_0.jpg » 텍사코를 인수한 쉐브론을 상대로 환경과 건강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한 에콰도로 라고 아그리오 주민들이 텍사코가 에콰도르에서 개발한 첫 유정에 모여 ‘정의’라는 글씨를 만들고 있다. 사진=주한 에콰도르대사관

  

에콰도르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는 텍사코가 에콰도르 아마존 지역에서 일으킨 환경 오염이 알래스카에서의 액손 발데즈호나 멕시코만에서의 영국석유 원유 유출과 같은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니라 의도된 결과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원유를 퍼내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유정에 재주입해 환경 오염을 줄이는 최신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확보하고도, 비용 절감을 위해 유독성 폐수를 그대로 강으로 흘려보내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쉐브론의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인 셰릴린 사키시안,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레드포드 등 유명인들이 잇따라 텍사코와 쉐브론의 태도를 비판하며 정의를 요구하는 캠페인 대열에 참여했다.  
  

뉼린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아마존에서 일어난 환경 재앙은 에콰도르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서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것을 더는 용인해서는 안된다. 한국에서도 코리아연대위원회가 펼치는 ‘쉐브론의 오염된 손’ 캠페인에 많은 한국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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