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조사 시민의 힘, 끝나지 않은 새만금

김정수 2014. 0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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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조사 10년 이어온 시민생태조사단, 마지막 물막이 허탈감 딛고 다시 개펄로

죽어가는 생명들 기록 고통, 비바람 속에서도 고집스런 새만금 행
 
 

sae3.jpg » 지난달 8일 군산에서 열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10주년 심포지엄에 참석한 시민생태조사단원들이 2003년 봄 삼보일배가 시작됐던 해창개펄을 찾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새만금을 지키려는 염원을 담아 세운 장승들은 이들 뒤에 아직 버티고 서 있지만, 개펄은 이미 매립돼 황무지로 바뀐 모습이다. 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2003년 12월7일 일요일 아침. 시민, 학생, 환경단체 활동가 등 40여명이 만경강 하구 야미도와 비응도 사이 바다가 방조제로 막힌 뒤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새만금 개펄을 찾았다.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학위가 없어도 새만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조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민생태조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모인 이들이었다.

 

시민조사단원들은 제각기 관심 분야에 따라 물새팀, 저서생물팀, 식물팀, 동물팀, 문화팀, 영상팀 등으로 나뉘어 간척사업의 영향으로 변화해가는 생태계와 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꼼꼼히 기록했다. 조사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시민조사단원들이 내는 참가비로 충당됐다.
 

 

이렇게 출발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활동이 지난달로 만 10년, 120회의 조사를 채웠다. 조사단 활동 참가자 수는 초기에는 조사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는 핵심 참가자 20여명을 포함해 30~40여명에 이르렀으나, 점차 줄어들어 10명이 채 안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참가자가 아무리 적어도, 태풍이 올라오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매월 첫째 토ㆍ일요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조사 자체를 거른 적은 없었다.
 

 

sae4.jpg » 지난해 9월 금강 하구 유부도를 찾아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줄어든 철새들의 이동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시민생태조사단 물새팀 참가자들. 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시민생태조사는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을 해오던 사람들 사이에 퍼져 있던 무력감과 허탈감을 딛고 출발했다. 2003년 봄에서 초여름 사이 종교인과 환경운동가들은 새만금 해창개펄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고행을 이어가며 새만금을 살리자고 호소했다.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사업 취소소송을 제기해 법정 투쟁을 벌이는 한편, 공사 현장에 들어가 중장비를 가로막고 삽으로 방조제를 파내기까지 하며 온몸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었고, 법원은 정부 손을 들어줬다. 새만금 사업에 반대하던 사람들은 삼보일배가 끝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2003년 6월 새만금의 숨통을 죄는 4호 방조제가 막히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새만금 싸움은 끝난 게 아니냐는 생각들을 했습니다. 충격과 패배감이 컸지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새만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꾸준히 지켜보고 기록하고 알리는 일은 해야 하고, 그것을 시민들의 힘으로 해내자는 생각들이 모였습니다.”


당시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시민생태조사단 기획에 참여했던 박선영(38) 환경생태연구재단 국제협력팀장의 말이다. 방조제를 다시 여는 싸움이 남았다는 인식과, 변화하는 새만금에 대한 기록이 언젠가 새만금을 되살려내는 무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허탈감에 빠져있던 이들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sae5.jpg » 세계적 희귀종 저어새 무리가 새만금 갯벌을 찾았다. 갯벌은 아직 살아있다. 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군산대 환경공학과에 재학 중 생태조사단 첫 조사에 참여해 최근까지 조사단 물새팀 실행위원으로 활동해온 오동필(39)씨는 “새만금 같은 광범위한 지역의 생태를 전문가들이라고 1년만 조사해서 결론을 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개발에 맞서 새만금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꾸준히 조사자료를 축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들을 했다”고 말했다.
 

 

시민생태조사단이 새만금을 오가는 동안 간척 공사도 빠르게 진행됐다. 2006년 3월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대법원에서 패소했고, 다음달 총연장 33.9㎞에 이르는 방조제의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내 마무리됐다. 다시 허탈감과 패배감이 밀려왔다.

 

주요 환경단체들은 새로운 현장을 찾아 새만금에서 떠나가기 시작했다. 4대강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면서부터는 새만금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거의 사라진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민생태조사단 사람들의 새만금행은 고집스레 이어졌다. 새만금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에게 한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10년은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최종 물막이가 완료된 뒤 새만금에서 상처받은 주민들과 급속히 피폐해지는 환경을 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10년은 채우자고 새만금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서로 격려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 실행위원인 김경완(44) 신안문화원 사무국장의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새만금 생태조사는 조사단원들에게 즐거움보다는 고통으로 변해갔다. 서울에서 주말마다 새만금으로 내려가 조사에 참여했던 어린이책 작가 이성실(51)씨는 이렇게 말했다.

 

방조제가 모두 완공된 뒤 우리는 밀물도 썰물도 사라진 개펄에서 조개와 고둥과 갯지렁이들의 죽음만을 기록해야 했습니다. 발이 푹푹 빠져 힘들게 걸어야 했던 개펄이 바닷물과 만나는 물끝선까지 딱딱하게 굳어, 그 위로 자동차를 타고 달려갈 때 많이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마른 땅은 모두 조개들의 무덤이었습니다. 이런 것을 보려고 계속 새만금에 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달 10년 동안의 활동을 간추린 ‘새만금 생명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앞서 4권의 활동 보고서로 새만금에서 사라져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말라버린 개펄에서 사라진 먹이를 찾다 탈진해 죽어간 많은 새들, 환경영향평가에서 고려되지 않은 수달의 서식과 안타까운 죽음 등은 꾸준히 새만금을 찾아간 이들이 아니었다면 알려질 수 없었다. 집단 작업인 보고서 이외에 다양한 개인 작업의 결과물도 나왔다.

 

조사단 출범 당시 목포대 문화인류학과 대학원생이었던 김 사무국장은 새만금 간척으로 삶터를 빼앗긴 사람들의 이야기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문화팀에서 활동한 동화작가 김회경(50)씨는 새만금을 찾는 철새를 다룬 동화 <도요새 공주>에 새만금의 안타까운 실상을 담아냈다.
 

 

sae6.jpg » 전북 군산 새만금전시관 앞 개펄에 내려 앉아 쉬고 있는 도요물떼새들. 지난해 이곳에 방수제가 지어지면서 개펄이 사라져 더이상 볼 수 없는 모습이 됐다. 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보고서에 제시된 생태조사단 물새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03년 12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만 10년 동안 새만금 지역에서 도요ㆍ물떼새류는 87%나 감소했다. 도요ㆍ물떼새 가운데 가장 크게 감소한 종인 붉은어깨도요의 개체수는 새만금 지역에서 10년 사이에 98%나 줄어들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새만금 지역에서 8만6000여마리 가량 관찰되던 것이 2007년 겨울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지난 겨울에는 1000여마리 밖에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민생태조사단의 조사 결과다. 새만금에서 붉은어깨도요가 사라진 시기는 2006년 방조제 최종 물막이가 끝나 갯벌이 급속히 마르기 시작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이렇게 사라진 붉은어깨도요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2006년 이전까지 우리나라 서해안을 사이에 두고 호주, 뉴질랜드와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에서 가장 흔한 종의 하나였던 붉은어깨도요는 결국 2012년부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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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생태조사단의 조사는 비전문가들이 빈약한 조사 장비로 엄밀하고 일관된 조사 매뉴얼 없이 한 것이다. 학계나 전문가들이 보기에 대단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조사단원들도 보고서에서 “10년 활동의 결과가 미미한 것 같아 부끄럽고 아쉽다. 긴 시간 새만금을 봐 왔지만 우리가 새만금을 지키는데 별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모두 떠난 새만금을 포기하지 않고 국내 첫 시민생태조사를 10년 동안이나 지속한 것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일본 도호쿠대학 종합학술박물관의 사토 신이치(44) 박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새만금에서 진행된 시민생태조사는 조류, 저서생물, 갯벌문화 등의 다양한 조사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전문가에 의한 부분적 조사에서는 얻을 수 없는 폭넓은 고찰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며 “일본에서도 시민에 의한 갯벌조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10년간이나 계속해 온 사례는 없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여러분의 노력을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5월 환경단체들의 한일갯벌공동조사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0여차례 새만금을 찾아 일본의 이사하야만 간척과 새만금 간척사업을 비교 연구하고 있는 갯벌 패류 전문가다.
  

새만금과의 약속을 지킨 생태조사단은 지난달 7일 군산시 청소년수련원에서 연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마지막으로 문화팀과 물새팀만 비정기적 활동을 계속하고 나머지팀의 활동은 접기로 했다. 오동필 실행위원은 “생태조사단 활동의 ‘시즌1’이 끝난 셈이다. 필요한 부문에 대해 매월 정기조사 대신 중요 시점에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시즌2’가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지금 새만금은

 

sae2.jpg » 위성사진으로 본 새만금 지역의 모습. 맨 위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막 시작된 직후인 1992년, 가운데는 방조제 공사가 절반 이상 진행된 2001년, 맨 아래는 방조제 물막이가 모두 끝나고 성토ㆍ보강 공사가 진행되던 2008년에 찍은 것이다. 방조제가 모두 막힌 2008년 사진에서 보면, 맨 아래 쪽 전북 부안에서 시작된 직선이 1호 방조제, 그 위의 긴 직선이 2호 방조제, 그 다음의 좀 굵은 직선이 3호 방조제, 거기서 군산 지역까지 이어진 제일 긴 직선이 4호 방조제다. 사진=새만금개발청

 

새만금 사업은 전북도의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33.9km의 방조제를 쌓아 그 안쪽의 갯벌과 바다를 땅과 호수로 만드는 사업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땅은 서울시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283㎢, 호수는 118㎢에 이른다.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1991년 11월 시작돼 시민환경단체들과 갯벌을 삶터로 하는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2006년 4월 만경ㆍ동진강 하구와 바다를 완전히 차단하는 마지막 물막이가 이뤄졌다. 세계에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방조제는 이후 보강 공사와 성토 작업 등을 거쳐 2010년 4월 준공됐다.
 

 

정부는 애초 미래의 농지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며 새만금 간척사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사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부족한 농지 확보는 대규모 지역개발 사업을 위한 명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1989년 기본계획에서는 간척지 100%를 농지로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2007년 방조제 물막이가 모두 끝나자 간척지의 농지 비중을 72%로 줄었다. 1년 뒤인 2008년 내부토지개발 기본 구상을 변경해 이를 다시 30%로 줄였다. 나머지 70%의 용지에는 첨단산업단지, 신재생에너지단지, 관광레저단지, 국제업무단지, 과학연구단지, 배후도시 등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새만금에서는 호수와 간척지를 나누는 방수제 건설, 연결도로 건설, 농업용지 조성 등의 내부 개발사업이 진행중이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내부 개발사업은 정부와 전북도의 기대와는 달리 민간업체의 참여가 저조해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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