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자가 치유’ 돌고래, 신비의 물질은 뭘까

조홍섭 2011. 07. 26
조회수 571598 추천수 1
뭉텅 물어뜯겨도 이틀만에 새 살, 40일이면 완쾌
고통도 흉터도 없어 말끔…체지방 분비물에 비밀
 
 

a1.jpg

 상어의 공격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병코돌고래 나리의 처음 모습.

 
에코가 생선을 받아 먹으러 돌아왔다. 그런데 세 살을 넘긴 수컷 병코돌고래인 에코의 옆구리에는 끔찍한 상처가 나 있었다. 상처는 길이 30㎝, 폭 10㎝ 크기였고, 두께 3㎝의 지방층을 뚫고 근육이 드러날 정도였다. 상어에게 물어뜯긴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에코는 전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고 먹이도 잘 먹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탕갈루마 해양 교육 및 보전 센터는 매일 먹이를 공급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돌고래가 주기적으로 찾아 온다. 이 센터는 큰 부상을 입은 에코의 치유과정을 관찰했다.
 
길이 30㎝, 폭 10㎝, 깊이 3㎝의 지방층을 뚫고 근육이 드러나
  
둘째 날 드러난 지방층이 부상 부위를 덮었다. 에코는 상처를 개의치 않는 것처럼 행동했으며 식욕도 떨어지지 않았다.
 
닷새째가 되자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나는 것이 보였고 15~20일이 지나자 상처는 눈에 띄게 작아졌고 깨끗해졌다. 21일 만에 벌어진 상처가 닫히기 시작해 49일이 되자 흉터는 감쪽같이 봉합됐다.
 
12살짜리 병코돌고래 ‘나리’도 등 쪽에 가로 15㎝ 세로 30㎝ 크기로 상어에게 뭉텅 뜯긴 채 이 센터를 찾아왔다. 상처가 너무 심해 센터가 이 돌고래를 포획해 치료했는데 7일째부터 새살이 돋아 42일째에는 완쾌해 바다로 돌아갔다.

shark1.JPG

 에코의 치유과정. 부상 사흘째(A) 벌어져 있던 상처는 차츰 아물어 49일째(D)에는 거의 흉터가 남지 않게 됐다. 출처 <미국 피부연구학회지>.
 

shark2.JPG

 나리의 치유 과정. 처음 발견했을 때(A) 끔찍했던 상처는 급속히 아물어 22일째부터 봉합이 시작되고 40일에는 거의 아물었다. 출처 <미국 피부연구학회지>.
 
혈액 차단 잠수 반사행동은 밝혀졌지만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은 수수께끼

마치 공상과학영화에서와 같은 돌고래의 치유능력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돌고래는 연한 조직에 끔찍한 부상을 입고도 과다 출혈도 없고 흉터와 감염 없이 말끔히 치유된다. 고통을 느끼는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치유능력의 비밀을 밝힌다면 당연히 인류의 상처 치료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마이클 자슬로프 미국 조지타운 대학 이식연구소 박사는 <미국 피부연구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글에서 돌고래의 치유능력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를 종합했다. 자슬로프 박사는 개구리 피부에서 분비되는 항생물질이 상처의 감염을 막는다는 사실을 발견해 천연 항생제 연구의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외과 의사이다.
 
돌고래는 상어의 공격에 수시로 노출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조사에서 돌고래의 40%가 상어의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흔적이 발견됐다. 돌고래는 이런 치명적인 공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진화시켰을 것이다.
 
돌고래의 치유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빠르다. 부상 뒤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상처 주변의 지방이 물러지면서 이동해 상처 표면을 덮는다. 이틀째부터 새 살이 돋아 상처를 메우기 시작해 4주 뒤에 상처가 아문다.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돌고래도 고통에 저항하거나 도망치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다면 상어에 물려 살이 헤질 만큼 큰 부상을 입은 돌고래가 짐짓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까닭은 뭘까.
 
자슬노프는 이것을 ’잠수 반사행동’으로 설명한다. 돌고래는 깊이 잠수할 때 산소 소비를 줄이기 위해 몸의 구석구석으로 보내는 혈액을 차단하는 잠수 행동을 보인다. 큰 부상을 입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반사행동이 나타나 출혈을 줄이고 고통도 차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과 관련한 신경학적 생리학적 메커니즘은 밝혀져 있지 않다.
 
육상 포유류와 비슷한 면역체계를 가진 돌고래가 세균이 득실거리는 바다 속에서 큰 상처를 입고도 감염되지 않는 것도 수수께끼다. 자슬로프는 돌고래의 체지방이 이런 신비한 능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dolphin.jpg

 새끼와 헤엄치는 돌고래.

태아가 자궁 속에서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과 유사
 
돌고래의 체지방에는 시큼한 땀 냄새를 일으키는 물질인 이소길초산이 많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그 동안 돌고래의 물속생활에 적응하기 위한 물질로 보았지만 자슬로프는 항균기능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부상을 입은 뒤 지방이 녹아 상처를 덮는 과정에서 지방에 들어있던 이소길초산이 방출돼 항균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자슬로프는 “이런 치유과정은 포유동물이 상처를 치료하는 방식과 다르며 포유동물의 태아가 자궁 안에서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식과 닮았다”고 밝혔다.
 
이런 치유능력은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코끼리와 하와이 물개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7월 27일 오전 9시 54분에 일부 맞춤법 오류 바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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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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