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풀어놨더니 생태계가 살아났다

조홍섭 2014. 01. 10
조회수 91529 추천수 0

최상위 포식자 생태계 안정 구실 밝혀져, <사이언스> 총설 논문

퓨마는 하천둑 안정화, 늑대와 해달은 식물의 탄소 저장 도와

 

ap4.jpg » 1995년 미국 옐로스톤에 복원한 회색늑대. 청소동물이 번창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생태계 영향이 보고되고 있다. 사진=윌리엄 리플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회색늑대를 복원한 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단지 먹이인 엘크가 줄어든 것만이 아니었다. 사슴이 뜯어 먹어 자라지 못하던 나무들이 무성해졌고, 이는 다시 생태계에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냈다.
 

 

무엇보다 늑대가 사냥하고 남기는 사슴의 주검이 늘어난 것은 회색곰부터 까치까지 청소동물에게 희소식이었다. 먹을 것 없는 긴 겨울을 버틸 양식을 늑대가 제공한 것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굶주린 사슴이 폐사하는 시기가 점차 늦어져 이들 동물이 굶주리던 참이었다. 결국, 늑대는 식물이 저장하는 탄소의 양을 늘려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한편,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영향을 완충하는 구실까지 했던 것이다.

 

ap3_2.jpg » 회색늑대가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일으킨 직접 간접 영향. 그림=윌리엄 리플 외, <사이언스>
 

 

ap1.jpg » 대형 포식자의 감소로 증가한 종과 감소한 종. 그림=윌리엄 리플 외, <사이언스>

 

흔히 맹수라고 불리는 초대형 포식자는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윌리엄 리플 미국 오리건 주립대 교수 등 연구진은 지난 10일치 <사이언스>에 실린 총설 논문을 통해 세계의 대형 포식자 실태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을 폭넓게 분석했다.
 

 

연구진은 사자, 호랑이, 표범, 회색늑대, 퓨마, 북극곰 등 31종의 맹수를 중심으로 기존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이들 최상위 포식자는 단지 직접 먹이로 삼는 초식동물뿐 아니라 소형 포식자를 조절하고, 이는 다시 먹이 그물을 타고 수많은 생태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사자와 표범은 역사적 서식지의 각각 17%와 65%에만 살아남았는데, 이들이 줄어드는 만큼 개코원숭이가 늘어났다. 그런데 개코원숭이가 증가하면 영양 등 작은 발굽동물과 소형 원숭이도 줄어들고, 사하라 이남에서는 농가의 가축과 작물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이 중간 포식자가 먹는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은 사람과 겹친다. 그 피해는 개코원숭이를 밭에서 쫓기 위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에까지 미친다.
 

 

ap6.jpg »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데려간 개가 야생화한 딩고. 토종 보호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포식자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5000년 전 오스트레일리아로 건너간 원주민이 데려간 개가 야생화한 딩고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최상위 포식자의 생태계 기능을  대륙 규모로 실험한 동물이다. 유럽 이주민들은 목양지역에서 딩고 피해를 막기 위해 5500㎞ 길이의 방대한 울타리를 세우기도 했다.

 

딩고를 박멸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생태계 변화는 분명했다. 딩고는 캥거루 등 토종 초식동물뿐 아니라 외부에서 들여온 토끼와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 역시 들여온 여우를 잡아먹어 그 수를 조절했다. 그 결과 호주 고유의 식물과 소형 동물이 늘어났다. 하지만 딩고를 제거한 곳에선 외래종 토끼와 여우가 판을 쳐 소형 유대류의 멸종을 재촉했다.
 

 

ap5.jpg » 아메리카의 사자 퓨마. 사슴의 개체 조절부터 강변 유지까지 다양한 생태계 기능을 한다. 사진=윌리엄 리플

 

아메리카의 사자인 퓨마는 강둑을 지켜 준다. 퓨마는 북아메리카 동부에서 대부분 사라졌는데, 그 반작용으로 사슴이 급증했다. 사슴은 어린나무와 풀이 돋는 강변에 출몰했고, 큰 나무뿌리가 지켜주던 강둑은 약해져 홍수에 쓸려 내려갔다.

 

늘어난 사슴은 멸종위기 식물의 감소는 물론 로드 킬로 인한 교통사고의 증가를 초래했다. 퓨마의 영향은 이밖에도 육상 및 수생 생물, 야생화, 양서류, 도마뱀, 나비 등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18~19세기 모피 사냥으로 멸종 직전에 몰렸던 해달은 최근 개체수를 회복했다. 그 과정에서 해달의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해달이 줄면 그 먹이인 성게가 늘고, 다시 그 먹이인 해초가 준다. 반대로 해달이 늘자 해초도 늘었는데, 방대한 연안의 해초 숲은 다량의 탄소를 가두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구실을 한다.
 

 

ap2.jpg » (사진 왼쪽) 1971년 해달이 많았던 알래스카 해안. 해초가 많다. 아래는 2001년 범고래가 해달의 90% 이상을 잡아먹은 뒤 성게가 바닥을 메운 모습이다. 오른쪽 위는 옐로스톤에 늑대를 복원하기 전 포플러 숲의 모습. 사슴이 갉아먹어 하층식생이 빈약하다. 아래는 2012년 늑대가 사슴을 잡아먹기 시작한 뒤의 모습이다. 사진=윌리엄 리플, <사이언스>

 

최상위 포식자는 수효도 적고 넓은 지역을 배회하며 많은 양의 고기를 먹기 때문에 쉽사리 인간이나 가축과 갈등을 빚는다. 그런데 연구진은 언듯 최상위 포식자가 목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힌다.

 

맹수가 야생 초식동물을 솎아주어 풀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초식동물의 질병이 가축으로 퍼지는 것을 막아 줘 오히려 목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것이다. 물론 가축을 잡아먹는 등 직접 피해는 있지만 이런 비용과 장기적 편익의 균형을 잡는 노력과 아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맹수의 잠재적인 혜택이 종종 과소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경외와 상징의 동물이기도 한 맹수의 대다수가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 이제 자연계에는 최고 포식자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사람이 차지했다. 그런데 과연 사람의 사냥은 자연계의 최고 포식자가 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을까.
 

 

이 논문은 “사람의 사냥은 포식자를 대신할 수 없다. 생태계에서 그 둘이 같은 기능을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보통 자연의 포식자는 연중, 밤낮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곤란한 곳에서 사냥을 한다. 대상으로 하는 먹이 동물의 나이와 성별, 사냥 강도와 시기도 사람의 사냥과는 많이 다르다. 최상위 포식자는 먹잇감에 ‘공포의 생태학’이라 할 만한 행동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은 결코 포식자가 생태계에서 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맹수의 최대 위협은 사람의 인구 증가와 육식 증가라고 연구진은 강조한다. “맹수가 식물 다양성, 질병, 산불, 탄소 저장, 강의 유지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이제야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이미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의 안정을 지켜주는 수호자 구실을 한다. 그들을 잃는다면 수많은 파급효과가 생태계를 흔든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맹수와 어떻게 공존하고 그들의 존재를 용인하는가에 지구 생태계 건강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illiam J. Ripple et. al., Status and Ecological Effects of the World’s Largest Carnivores, Science 10 January 2014:  Vol. 343  no. 6167 
 DOI: 10.1126/science.124148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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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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