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기생 겨우살이, 알고 보니 생태살이

조홍섭 2014.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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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모습 드러내는 기생식물 겨우살이, 생태계 핵심 자원 드러나

약효 성분 알려지며 무분별 채취, 이대로 가면 2020년 안 자취 감출 우려

 

mi0-4.jpg » 낙엽이 진 겨울숲에서 겨우살이의 열매는 한층 돋보인다. 겨우살이가 단지 약초를 넘어 생태계를 위해 보존가치가 크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린 겨울 숲은 썰렁하지만, 무성한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겨우살이는 겨울이 돼야 제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3일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안 호숫가의 졸참나무에는 까치집처럼 생긴 겨우살이가 가지 위에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잎과 줄기는 초록빛이고 콩알만 한 황록색 열매가 다닥다닥 열려 있다. 나무 위를 나는 새들이 보기에는 춥고 힘든 계절에 때아닌 잔칫상이 펼쳐져 있는 셈이다.
 

 

mi1.jpg » 마치 새집처럼 느티나무에 다닥다닥 자리 잡은 겨우살이. 기생식물인 겨우살이가 너무 많으면 나무가 죽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 공존한다. 사진=이수광

 

주로 참나무 위에 터잡고 살며 광합성을 하지만 부족한 물과 양분을 숙주 나무로부터 빼앗는 반기생식물인 겨우살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반인에겐 항암 성분을 포함한 다양한 약효를 지닌 민간 약용식물로 인기가 높아 채취와 벌목의 부작용이 심각할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리효과와 함께 최근 밝혀지기 시작한 겨우살이의 놀라운 생태적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mi0-1.jpg » 겨우살이는 광합성을 하는 녹색 잎이 영어 와이(Y) 자 형태로 자란다.
 

 

새들과 끈끈한 관계

 

겨우살이의 한살이를 처음 기술한 사람은 생물 분류학의 토대를 닦은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였다. 그는 개똥지빠귀가 겨우살이의 열매를 먹은 뒤 끈적끈적한 점액에 싸인 씨앗을 근처 나뭇가지 위에 배설하는 것을 보고 새들이 겨우살이를 퍼뜨린다는 것을 알았다.
 

 

나뭇가지에 점액으로 들러붙은 씨앗은 곧 싹과 뿌리를 내리는데, 뿌리는 달팽이 눈처럼 2개의 뾰족한 ‘촉’이 달린 빨판 형태로 숙주 나무에 침투한다. 겨우살이 씨앗의 기생과정을 실험한 최경 국립수목원 박사는 “겨우살이 뿌리가 숙주 조직에 직선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양쪽으로 감싸 안듯이 침입하기 때문에 겨우살이가 자리 잡은 부위가 불룩해진다”고 설명했다.
 

 

mi6.jpg » 겨우살이 씨앗을 둘러싼 끈끈한 점액. 씨앗을 숙주식물의 줄기에 붙게 한다.

 

mi9.jpg » 끈끈한 점액에 싸인 겨우살이의 씨앗은 새들의 배설물과 함께 또는 새의 부리에 들러붙어 새가 이를 나뭇가지에 문질어 떼어내는 과정에 숙주에 들러붙는다.

 

mi10.jpg » 씨앗이 숙주 나무에 뿌리를 내려 잎을 피워 올렸다. 씨앗이 이처럼 나무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려 싹을 튀우기는 매우 어렵다. 인공적인 증식도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싹튼 겨우살이가 모두 자라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말라죽는다. 김혁진 국립수목원 박사는 “껍질이 단단한 큰 나무보다는 어린나무에 겨우살이가 처음 자리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겨우살이의 성장속도는 아주 느려 한 해에 가지 한 마디씩 늘려 간다. 씨앗이 숙주에 정착해 첫 가지가 나오기까지만 3년이 걸린다. 김 박사는 “어린 가지에 기생한 겨우살이는 숙주 나무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채 보통 20~30년 동안 함께 살아간다. 새 둥지 형태로 겨우살이가 자라려면 30년은 걸린다”고 덧붙였다.
 

 

mi0-2.jpg » 겨우살이는 매우 느리게 자라는 나무이다. 새 둥지 형태의 겨우살이가 되려면 30년은 걸린다. 남획에 취약한 이유이다.

 

숲을 살찌우는 핵심 자원

 

겨우살이가 기생해 불룩해진 참나무 줄기는 종종 바람에 못이기거나 병균에 감염돼 꺾어져 떨어진다. 겨우살이가 목재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겨우살이 유해론은 쑥 들어가고 대신 겨우살이의 생태적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분위기이다.
 

 

최근 꼬리겨우살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수광 국립수목원 박사는 “전국의 겨우살이 분포지에 다녔는데, 겨우살이가 붙은 나무 밑에 더 다양한 식물이 산다는 걸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겨우살이가 참나무의 수명을 단축하지만 그 ‘숲 틈’을 통해 햇빛이 숲 바닥에 도달해 하층 식생이 풍부해지며, 죽은 참나무 가지 자체가 새로운 생물 서식지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mi12.jpg » 겨우살이가 기생해 불룩해진 갈참나무 가지들과 일부 떨어져 나간 모습. 생태계 영양순환에 요긴한 기능을 한다.

 

나아가 겨우살이를 숲의 핵심자원으로 평가하는 연구도 외국에서 나오고 있다. 겨우살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데이비드 왓슨 오스트레일리아 찰스 스터트대 교수는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숲 전체의 겨우살이를 모두 제거했을 때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3년 뒤에 조사했다.
 

 

그 결과 단지 겨우살이 열매나 가지를 이용하는 종만 영향받은 것이 아니었다. 숲에 살던 조류 종의 3분의 1이 줄어들었다. 그는 “겨우살이가 연어, 도토리 등처럼 숲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자원 구실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기생을 하기 때문에 양분과 수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인지 겨우살이의 열매와 잎에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열매는 당분을 40~60%나 함유하고 있고 10종의 필수 아미노산도 간직한다. 지방을 35%나 포함하는 종류도 있다.

 

mi11.jpg » 숲 바닥에 떨어진 겨우살이 열매. 영양분이 풍부한 겨우살이의 열매와 잎은 새와 쥐 등 동물에게 겨울철 주요한 먹이이다.

 

다른 먹이가 드물 때 나오는 열매나 잎은 새와 쥐 등 다양한 동물의 먹이가 된다. 또 새집처럼 생긴 겨우살이의 가지는 새들의 편리한 둥지이자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겨우살이가 어떤 생태적 기능을 하는지는 거의 연구되어 있지 않다.

 

약효 때문에 멸종될라

 

mi4.jpg » 지리산 국립공원 안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해 참나무를 베어낸 모습. 요즘 국립공원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다 적발된 사람은 모두 고발 처분된다. 사진=이수광


겨우살이는 동의보감에 올라 있는 오랜 민간 약용식물이다. 유럽에서도 중세부터 약초로 쓰였고, 1990년대 항암효과가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돼 있다. 이에 따라 활엽수가 많은 숲을 중심으로 겨우살이에 대한 무분별한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겨우살이를 채취하느라 나무를 송두리째 베어내기도 한다.
 

 

이수광 박사는 “지리산 달궁에서 1㏊ 면적의 숲에서 참나무류 100여 그루가 겨우살이를 채취하기 위해 베어진 것을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동호회를 통한 개인적 채취 말고도 동력 톱을 이용한 전문업자의 채취와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농촌에선 겨우살이 건조시설을 정부가 지어주기도 한다.
 

 

mi3.jpg » 농촌 장터에서 채취한 겨우살이를 잘라 판매하는 모습. 사진=이수광

 

황금희 덕성여대 식물자원연구소 교수는 “현재 수준의 채취가 계속된다면 2020년 이전에 국내에서 겨우살이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겨우살이와 다른 변종인 한국·중국·일본에 분포하는 겨우살이의 자연자원을 유지하기 위한 증식법 개발과 남획 방지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겨우살이가 많은 덕유산, 내장산 등 국립공원에서 겨우살이를 채취하다 적발된 사람을 고발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자 중국에서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2011년 중국 겨우살이의 수입량은 3만 5000㎏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 반입량은 이보다 수십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겨우살이는 중국에서도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mi7.jpg » 마치 꽃이 핀 것 같은 꼬리겨우살이. 강원도 깊은 산에만 분포하지만 겨우살이보다 비싸게 팔려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mi8.jpg » 꼬리겨우살이의 열매를 가까이에서 본 모습. 사진=조명환

 

mi5.jpg » 삼나무에 자리 잡은 참나무겨우살이. 제주도 일부 지역에만 분포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사진=이수광

 

mi2.jpg » 빨간색 열매가 열리는 빨간겨우살이. 소백산에서 촬영한 개체이다. 사진=이수광

 

특히, 국내 겨우살이 가운데 강원도 고산지대에 약 1500개체가 분포하는 꼬리겨우살이와 제주도 일부 지역에 700개체 정도만 있는 참나무겨우살이는 이미 희귀종인데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한 태풍 등에 의해 자생지가 위협받고 있어 보호대책이 절실하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겨우살이란 어떤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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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뺀 전 세계에 1400여 종이 분포하는 반기생 나무이다. 우리나라엔 단향과에 속하는 겨우살이, 붉은겨우살이와 꼬리겨우살이과에 속하는 참나무겨우살이, 꼬리겨우살이, 동백나무겨우살이 등 5종이 분포한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겨우살이로 주로 참나무, 밤나무 등 활엽수에 기생한다. 다른 나뭇잎이 나기 전 3~4월 꽃을 피우고 낙엽이 지는 11월 열매를 맺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전통 약재로 쓰였다. 서양에서는 행운과 소원성취의 상징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물로 쓰이고 있다. 이 나무에 들어있는 렉틴이란 물질의 항암 기능이 밝혀져 현재 임상실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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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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