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시장기능만으로는 잡을 수 없다”

조홍섭 2008.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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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학자 제프리 색스 주장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만 초점 맞추면 경제 질식
‘연료겸용+전기’차·태양열 발전 등 혁신기술 개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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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기능을 활용한 경제대책만으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제프리 색스 미국 콜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이 과학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존 대책만으론 안 되고, 혁신적인 새로운 저탄소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근본적으로 새로운 기술 없이 배출량을 줄이려든다면 결국 수십억명이 목을 매달고 있는 경제성장은 질식하고 말 것이다.”

 

지난해 앨 고어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받은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IPCC)는 ‘시장 접근’을 기후변화 대책의 기본방향으로 잡았다. 교토의정서 이후의 기후변화 체제를 규정한 지난해 ‘발리 로드맵’에서도 이런 접근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과연 이런 방식으로 지구온난화를 잡을 수 있을지를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색스 교수가 제시한 혁신적인 저탄소 신기술은 탄소 고정 및 제거 기술(CCS),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집중형 태양열 발전 등 세 가지다.

 

이산화탄소의 주 발생원인 화력발전소의 배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잡아내 환경에서 제거하는 기술은 최근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제거한 이산화탄소를 액화시켜 빈 탄광이나 유전, 바다 밑에 가둬 환경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발전소 이산화탄소의 고정과 제거에 관한 상업화된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 하나도 없을 만큼 실현은 쉽지 않다. 처분한 이산화탄소가 환경으로 돌아오지 않아야 하고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벌써 환경단체들은 이산화탄소를 바다 밑에 버리는 데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발전소에서 처분장까지 거대한 배관망이 들어서는 것을 대중이 받아들여야 하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2.jpg 기존의 연료겸용차(하이브리드 차)와 전기차의 기능을 합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도 유력한 저탄소 신기술이다. 이 차는 집 전기소켓으로 충전해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다. 힘이 달리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면 연료로 간다. 만일 태양이나 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충전한다면 이 차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지 않고 달리게 된다. 게다가 이 차는 집에선 비상용 발전기로 쓸 수 있고, 밤에 값싼 전기를 충전한 다음 낮에 주차해 두는 동안 전력망에 연결해 전기를 팔수도 있다. 나아가 차 위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움직이는 소형 발전소 기능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미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개조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굴러다니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업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배터리의 가격, 무게, 크기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가장 큰 기술적 과제다.

 
3.jpg마지막으로 색스는 태양열을 이용한 대단위 발전기술을 제시했다. 사막 등 햇볕이 강한 곳에서 빛을 모으면 1500도까지 열전달매체를 가열시킬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수증기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술도 밤중에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과 장거리 송전선 설치 등 풀 문제가 적지 않다.

 

색스는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려면 연구개발, 규제의 변화, 대중의 수용, 초기의 대규모 투자 등이 모두 뒷받침돼야지 하나라도 빠지면 기술은 죽고 만다”고 밝혔다.

 

그는 늦어도 2010년까지는 중국, 인도, 유럽, 미국의 석탄화력발전소에 CCS 기술을 시범적으로 적용해야 하고, 사하라 사막 주변 나라들에 태양열 발전소가 건설되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생산라인에서 굴러 나와야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선 부자나라들이 앞장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논문 원문
http://www.sciam.com/article.cfm?id=technological-keys-to-climate-protection-exten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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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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