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철새는 AI 원인 아닌 희생자"
"고병원성 발원지라는 증거 없어"
한국 정부에 철새 보호 촉구
» 환경부가 가창오리의 이동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5일 가창오리 한 마리에 지피에스 수신장치를 부착해 날려보내고 있다. 사진=환경부
철새 보호 국제기구가 철새에 초점을 맞춘 한국의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과 관련해 25일 ‘철새는 원인이 아니라 희생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정부에 철새 보호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 협력기구’(EAAFP)는 이 성명에서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는 야생조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지만, H5N8 같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일반적으로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는 가금류한테서 볼 수 있는 질병”이라며 “지금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야생조류에서 발생했다고 보고된 적은 없으며, H5N8이 철새 무리에서 시작됐을 것이란 주장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가창오리떼가 3개월 전 러시아에서 H5N8에 감염된 채 한국에 도착했다면 H5N8이 오리농장에서 발병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들이 가금류로부터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 가창오리 떼 이십여만 마리가 지난 9일 전라북도 고창군 동림저수지 위로 날아오르고 있다. 죽은 가창오리에서 처음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철새가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또 이 기구는 “감염된 철새들은 매우 빠르게 죽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은 가금류와 사람의 이동 등과 비교하면 미미하다”며 철새 도래지에 방역 약품을 대량 살포하는 등 철새에 초점을 맞춘 정부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동아시아-대양주 이동 철새의 주요 월동지인 한국의 환경부는 이들 철새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17일 충북 충주시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 고창지역 종오리가 가금면 오리농장으로 일부 유입돼 농장 주변과 남한강변 일원에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충주시 / 뉴시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 협력기구는 북극권에서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로 오가는 물새를 보호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우리나라 환경부를 비롯해 이 이동로에 위치한 15개 나라 정부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세계자연보호기금(WWF) 등 비정부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는 세계 9대 주요 철새 이동로 가운데 하나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 EAAFP 성명서 전문
철새, 조류독감의 원인이 아닌 피해자
» 가창오리. 사진=한겨레 자료 사진
이번 주 전라북도 오리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또 발병함으로써 우리는 질병 전파에서의 철새의 역할에 대한 일반적인 추측과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LPAI)는 야생조류 및 가금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됩니다. 이와 반대로 이번 전라도에서 보고된 H5N8와 같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HPAI)는 일반적으로 오리농장과 같이 매우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가금류 (닭과 오리)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질병입니다. 지금까지 HPAI가 야생조류에서 발생되었다고 보고 된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H5N8가 철새 무리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주장들은 입증 될 수 없습니다.
감염 된 것으로 확인된 농장들은 HPAI 확산을 막기 위해 효율적인 차단방역 조치가 필요합니다. 감염 지역 안팎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나오는 물에 대한 모든 접촉은 금지되어야 하며, 살아있는 혹 죽어있는 조류의 이동, 가금류 제품, 조류 사료, 의약품, 축산용 기구 및 농장을 왔다 갔다 하는 차량들은 FAO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 의 국제적으로 합의 된 가이드 라인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고 통제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의 이동 또한 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통제되고 감시되어야 합니다. 주변의 감염되지 않은 농장들도 위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며, 특히나 오염 됐을 가능성이 있는 물을 피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HPAI는 가금류 농장에서 철새가 이용하는 저수지 등의 외부 환경으로 전염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에 철새들은 오염된 물로부터 이 바이러스에 감염 될 수 있으며 근처 다른 수역으로 질병을 옮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감염된 철새들은 매우 빠르게 죽게 됩니다. 지금까지 사례로 보았을 때 감염된 철새로 인한 질병 확산은 가금류와 가금류 제품 거래, 관상용 등 사육되는 새의 거래 그리고 사람 이동 등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작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겨울을 보내는 가창오리 떼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방문자들에게 멋진 광경을 제공합니다. 가장오리 떼는 3달전에 러시아로부터 한국에 도착하였습니다. 만약 이 철새들이 한국에 도착하기 사전에 감염되어 있었다면 그들은 H5N8이 오리농장에서 발병한 최근까지 살아 남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환경부는 대한민국이 주 월동지인 이 철새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가금류 농장에 대한 국제 FAO 혹은 국가 차단방역 프로토콜(Biosecurity protocol)을 따른다면 닭 오리농가의 피해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창오리를 포함하여 다른 철새들도 HPAI 감염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4. 1. 24
■ 참고자료:
FAO 국제 차단방역 프로토콜 지침 자료: 고병원성 조류독감을 위한 차단방역 지침
■ EAAFP 기관 소개: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은 2002년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WSSD) 발의안 목록에 채택된 자발전이고 비형식적인 국제기구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전반의 이동성 물새와 그 서식지를 보존하기 위해 2006년 11월 설립되었습니다. 현재 EAAFP에는 15 정부 파트너, 4 정부간 국제기구 파트너, 10 국제 NGO 파트너와 1 다국적 기업부문 파트너로 총 30개의 파트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AAFP 홈페이지(영문): www.eaaflywa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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