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무법자 해파리, 화학적 퇴치 길 열려

조홍섭 2014. 02. 03
조회수 53811 추천수 0

일 연구진, 유생인 폴립에서 해파리로 바뀌는 신호 보내는 단백질 분자 차원서 규명

겨울에 이 물질 노출시켜 변태 유도해 퇴치할 가능성 제시, 실용화 위해 안전성 검증돼야

 

Hans Hillewaert1.jpg » 보름달물해파리 성체가 유영하는 모습.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종이다. 사진=한스 힐러베르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고기가 사라져 텅 비어가는 바다를 해파리가 채운다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물에 가득 들어있는 해파리 틈에 상품가치를 잃은 물고기가 끼어있는 모습을 해마다 본다.
 

어업 피해뿐 아니다. 해파리는 독침으로 해수욕장 관광객에게 피해를 주고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를 막기도 한다. 이런 해파리 과다 증식 현상은 우리 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45개 해양생태계를 대상으로 1950년대 이후 해파리의 증감을 조사한 최근의 국제 연구를 보면, 28곳에서 증가했고 감소추세는 3곳에 불과했다. 특히, 동중국해와 황해, 동해는 세계에서도 해파리가 가장 많은 곳의 하나로 드러났다.
 

je2.jpg » 전세계 해파리의 증감 실태. 붉은 곳은 확실한 증가, 갈색은 불투명한 증가, 초록은 불변, 파랑은 감소, 회색은 자료 없음을 나타낸다. 자료=루카스 브로츠 외 <하이드로바이올로지아> (2012)

 

이처럼 해파리가 극성을 부리게 된 데는 사람에 의한 물고기 남획과 수질오염, 해안 생태계 교란이 근본 원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더라도 해파리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은 당장 필요하다.
 

최근 해파리의 변태 과정에 작용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규명한 연구가 나왔다. 이론적으로는 해파리의 번식을 화학적으로 차단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Malene Thyssen.jpg » 수온이 높은 여름 대량 증식해 각종 피해를 일으키는 보름달물해파리. 사진=말린 타이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키나와 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 등 국제 연구진은 최근 학술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보름달물해파리의 변태 과정을 분자 차원에서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름달물해파리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며 대량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많이 주는 해파리이다. 해마다 4월 말 출현해 여름철 대량으로 증식한 뒤 11~12월까지 꾸준히 나타난다. 이번 연구는 겨울 동안 해파리가 변태를 준비하는 시기를 노린 것이다.
 

동물의 변태는 개구리와 나비에서 보듯이 놀라운 일이지만 흔하게 일어난다. 그 과정에 신경과 호르몬의 신호가 작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해파리도 변태를 한다. 알에서 유생, 폴립이 형성된 뒤 여러 단계를 거쳐 우리가 보는 해파리인 메두사가 된다.
 

je1-1.jpg » 자료=콘스탄틴 칼투린 외, <커런트 바이올로지> (2014)

 

연구진은 바닥에 부착해 촉수를 흔들거리던 폴립이 어떻게 자신과 똑같은 복제물을 형성해 물속으로 흘려보내는 변태에 착수하는지를 조사했다. 저온처리를 해야 꽃을 피우는 식물처럼 보름달물해파리의 폴립도 낮은 수온을 겪어야 변태에 나선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를 분자 차원에서 규명해 변태의 방아쇠를 당기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일종의 타이머인데, 단기간의 수온변동이 아닌 계절적인 수온 변화를 감지해 변태를 지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추운 겨울에 이런 변태 촉발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투여한다면 해파리는 잘못된 시기에 번식에 나서게 되고, 태어난 어린 해파리는 먹이인 플랑크톤 부족으로 죽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연구는 아직 실험실 차원이고, 해파리의 호르몬을 교란하는 화학물질을 자연계에 살포했을 때 과연 생태계가 안전한지 등은 추가로 연구되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보름달물해파리란

 

Luc Viatour.jpg » 유영하는 보름달물해파리. 사진=루크 비아투르, 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나라 연안에 출현하는 해파리 가운데 가장 흔한 종이다. 밤에는 수심 10m쯤 깊은 곳에 있다가 낮에 표층에서 수심 2m 사이에 떠올라 동물플랑크톤을 먹는다.

 

4월말부터 출현하기 시작해 물이 차지는 11~12월까지 꾸준히 보이며, 수온이 높은 7~8월에 대량으로 나타나 문제를 일으킨다. 우산의 지름은 15㎝, 촉수의 길이는 2~3㎝로 다른 해파리에 비해 짧은 편이다.

 

이 해파리를 대량으로 증식하기 때문에 어선의 그물을 메워 다른 고기가 들지 못하게 하거나 함께 잡힌 물고기의 품질을 떨어뜨린다. 또 바닷물을 냉각수로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의 취수구를 막아 발전소 가동을 멈추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

 

비교적 느린 속도로 헤엄치면서 촉수와 입다리에 걸리는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늦은 봄부터 여름 사이 암반 조하대나 기타 고형물체 표면에 무수히 많은 폴립이 붙어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자료=국립수산과학원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Fuchs et al., Regulation of Polyp-to-Jellyfish Transition in Aurelia aurita, Current Biology (2014), http://dx.doi.org/10.1016/j.cub.2013.12.00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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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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