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활공 ‘나는 뱀’의 비밀, 몸통 비행접시 꼴로

조홍섭 2014. 02. 07
조회수 54745 추천수 0

나무에서 나무로 100m 활공, 몸 단면을 비행접시 모양으로 만들어

비행기 날개와 비슷한 성능 드러나…미 연구진 실험실서 확인

 

 sn4.jpg »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사진=소차


동남아의 축축한 열대림에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다니는 뱀이 산다. 길이는 1m 남짓에 나무타기 선수인 이 뱀은 주로 나무에 사는 도마뱀이나 박쥐 등을 잡아먹는다.
 

무엇에 쫓기거나 먹잇감이 눈에 띄어 재빨리 이동을 해야 할 때 이 뱀은 높은 가지에서 아래로 몸을 던진다. 이때 몸을 납작하게 만들고 마치 헤엄을 치듯 몸을 좌우로 굽이치는데 한 번에 수평으로 100m쯤 비행한다.
 

Alan Couch.jpg » 나무타기 선수인 파라다이스날뱀. 나무 위에서 주로 도마뱀이나 박쥐를 잡아먹는다. 사진=앨런 카우치, 위키미디어 코먼스

 

sn1-1.jpg » 나무에서 뛰어내리는 파라다이스날뱀의 모습. 사진=제이크 소차, <실험생물학회지>


박쥐처럼 펄럭이거나 매처럼 미끄러지듯 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뱀의 활공은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날뱀이 하늘다람쥐나 날도마뱀처럼 꽤 효율적으로 활공하는 비결은 뭘까.
 

제이크 소차 미국 버지니아 공대 생물기계공학자 등 미국 연구진은 파라다이스날뱀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뱀의 단면을 삼각형의 비행접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양력을 높이고 저항력을 줄이는 핵심이라고 <실험생물학회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유튜브 동영상(소차 연구실)

 

 

이 뱀은 다른 4종의 날뱀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에서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에까지 분포하는데 지금까지 몸을 이런 형태로 변형시켜 활공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공기역학적인 특성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뱀이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이동하는 모습은 이렇다.  처음 아래로 뛰어내리면 각도 62도로 돌멩이처럼 가파르게 떨어진다. 이때 파라다이스날뱀은 마치 낙하산을 펼치듯 몸을 납작하게 만드는데, 갈비뼈를 벌리고 등을 배 쪽으로 납작하게 만든다.
 

이런 형태에서 속도가 붙으면 양력이 생기고 하강 각도도 차츰 누그러져 13도가 되면서 멀리까지 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뱀은 단지 몸의 단면 형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헤엄치듯 몸을 좌우로 굽이치면서 원하는 방향을 찾아간다.
 

sn2.jpg » 활강하는 파라다이스날뱀의 몸이 삼각형 형태로 납작해져 있다. 사진=소차 외 <실험생물학회지>

 

sn3.jpg » 파라다이스날뱀의 단면. 그림=소차 외 <실험생물학회지>   

 

연구진은 여러 가지 형태의 단면이 다양한 각도로 유체를 통과할 때 어떤 비행 능력을 얻는지 실험한 결과 날뱀의 삼각형 단면이 항공역학적으로 매우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신 저자인 소차는 <라이브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날뱀의 비행접시 모양으로 변형시킨 단면은 원래의 원통 모양보다 비행 성능이 월등하게 뛰어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비행기 날개를 뱀의 크기로 축소해서 비교해도 뱀이 그에 못지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뱀의 단면만을 연구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로 뱀이 활공하는 3차원 모습을 연구해야 날뱀 비행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은 밝혔다.

 

aerial-paradisi-3.jpg


aerial-paradisi-4-37.jpg » 파라다이스날뱀의 비행 모습. 사진=소차

 

날뱀이 효율적으로 활공한다는 사실은 밝혀졌지만 뱀이 왜 나는지는 아직 제대로 모른다. 소차는 자신의 누리집에서 동물이 활공하는 일반적인 이유는 먹이 추적이나 천적으로부터 도망, 효율적이고 빠른 이동 등이라고 밝히고, 실험 과정에서 날뱀은 주로 달아날 때 활공을 했지만 자연 상태에선 이런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그는 또 날뱀이 사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aniel Holden et. al., Aerodynamics of the flying snake Chrysopelea paradisi: how a bluff body cross-sectional shape contributes to
gliding performance,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4) 217, 382-394 doi:10.1242/jeb.09090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하루 450㎏ 먹는 코끼리, 기후변화 줄이는 ‘착한 식성’하루 450㎏ 먹는 코끼리, 기후변화 줄이는 ‘착한 식성’

    조홍섭 | 2019. 07. 19

    콩고분지 둥근귀코끼리, 작은 나무 먹어치워 크고 조밀한 나무 늘려적도 아프리카 서부에 있는 콩고분지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큰 훼손되지 않은 열대우림이 보존된 곳이다. 이곳에는 사바나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와 종이 다른 둥근귀코끼리가 산다....

  • 수도권은 개발 부작용 걱정, 지역은 소멸 걱정수도권은 개발 부작용 걱정, 지역은 소멸 걱정

    이수경 | 2019. 07. 15

    수도권 교통혼잡비용만 연 30조, 지역 읍면동 43%가 소멸 위험우리나라의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2017년 현재 5136만명인 인구가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7년에는 1982년 수준인 3929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 헤드뱅잉하는 앵무새 스노볼, 음악 맞춰 14개 즉흥 댄스까지헤드뱅잉하는 앵무새 스노볼, 음악 맞춰 14개 즉흥 댄스까지

    조홍섭 | 2019. 07. 12

    춤추는 앵무 ‘스노볼’ 고개 까닥이고 발 들고, 헤드뱅잉까지 창의적 춤 동작 개발     앵무새는 까마귀와 함께 새들 가운데는 물론 영장류와 견줄 만큼 똑똑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앵무새가 다른 비인간 동물을 제치고 사람과 비슷한 ...

  • 야생동물은 포식자보다 등산객이 더 무섭다야생동물은 포식자보다 등산객이 더 무섭다

    조홍섭 | 2019. 07. 11

    백두대간 등산로 첫 무인카메라 조사 밤·낮 없는 등산객, 서식지 교란에 사람 지나간 뒤 하루만에 나오기도       백두대간 등산로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면 어떤 동물이 찍힐까. 가장 많이 등장한 동물은 당연히 야생동물보다 3배 많은 ...

  • '뻐꾹∼'과 '뻐뻐꾹∼'의 차이 암컷에 달렸다'뻐꾹∼'과 '뻐뻐꾹∼'의 차이 암컷에 달렸다

    조홍섭 | 2019. 07. 10

    발성 실패 아닌 주변 암컷 소리에 대한 반응     뻐꾸기가 ‘뻐꾹∼뻐꾹∼뻐꾹∼’이란 단조로운 노래만 하는 건 아니다. 수컷은 ‘뻐뻐꾹∼’이란 변주도 하고,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암컷도 크고 독특한 소리로 ‘뽀뽀뽀뽀뽀뽀뽁∼’하고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