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묻히고 만 물고기들의 억울한 죽음

김정수 2014. 02. 05
조회수 37597 추천수 0

환경과학원 조사 1년 뜸들였지만 "원인 불명…추가조사 없다"

환경단체 "초동 조사 부실" "4대강 사업 연관될까 눈치" 비판

 

IE001634701_STD.jpg » 2012년 10월 금강변에 입을 벌리고 죽은 누치 등이 물고기들이 하얗게 떠올랐다. 사진=대전환경운동연합  
 
2012년 10월17일 충남 부여군 백제조 상류 금강에서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 위에 허옇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 사체 수는 다음날 더 늘어났다.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물고기 사체를 거두어 치우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치우고 돌아오면 다시 떠올라 있는 물고기 사체 때문에 수거 작업은 11월 초까지 계속됐다.
 

이렇게 백제보에서 29㎞ 하류 사이 구간에서 걷어낸 물고기만 환경부 집계로 6만마리가 넘었다. 환경단체들은 미처 사체를 수거하지 못한 물고기들까지 고려하면 당시 60여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폐사한 물고기는 수거된 사체의 80%를 차지하는 누치와 끄리, 참마자, 눈불개, 쏘가리, 동자개, 숭어, 강준치 등 10여종에 이른다. 죽은 물고기 가운데는 길이가 1m36㎝가 넘는 초대형 메기도 있었다.  
 

fi.jpg » H5s2012년 10월21일 오후 충남 부여를 가로질러 흐르는 금강 부여대교 근처에 죽은 채 떠올라 있는 물고기들. 사진=부여/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금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이 시작되고 일주일쯤 지나 낙동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북 구미 지역 낙동강에서 24일부터 누치, 동자개, 붕어 등 다양한 어종의 물고기들이 죽어 물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금강에서와 마찬가지로 공무원들이 동원돼 10월 말까지 걷어낸 물고기는 환경부 공식 집계로 5550여 마리에 이른다. 환경단체들은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거나 크기가 작아 제대로 수거되지 않은 물고기들까지 고려하면 환경부 발표 10배 이상의 물고기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26-2.jpg » 2012년 10월 낙동강에서 떼죽음한 누치 등 물고기 주검을 인부들이 수거하고 있다. 사진=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2012년 가을 금강과 낙동강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이토록 많은 물고기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물속에 흘러든 유독 물질이나 급속한 부영양화에 따른 산소 부족 등으로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는 사고는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당시 금강과 낙동강에서 발생한 사고는 수량이 풍부한 4대강 본류의 넓은 범위에서 여러 날 동안 수만~수십만 마리의 엄청난 피해를 냈다는 점에서 과거 사례와는 달랐다. 환경단체들이 4대강 사업의 하천환경 파괴에 혐의를 두는 것은 당연했다.
 

금강유역환경청과 대구지방환경청 등의 조사를 통해 폐사 원인이 확인되지 못한 가운데 환경단체에서 4대강 사업 부작용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자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 말부터 정밀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1년 이상을 뜸들인 정밀조사에서도 물고기들의 억울한 죽음의 사연은 끝내 확인되지 못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조사의 객관성과 정확성 확보를 위해 수계별로 관련 학회가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10여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하고 현장 정밀조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폐사 가능 요인을 여러모로 검토했으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며 사인 규명에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물고기 떼죽음을 앞둔 2012년 여름 부여 벡제보 앞,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jpg »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2년 여름 부여 백제보 앞. 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사진=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과학원은 정밀조사 결과, 암모니아 독성, 용존 산소 부족, 독성물질 유입, 질병 등 일반적으로 물고기의 집단 폐사 요인이 되는 모든 항목에서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암모니아 농도 실측치(백제보)는 0.146㎎/ℓ여서 미국 환경청의 급성독성 기준(2.419㎎/ℓ)에 미치지 않아 암모니아 독성에 의한 폐사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됐다.
 

환경단체들은 일찍부터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악화되면서 물속에 산소가 부족해지게 된 것을 집단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충남도 민관공동조사단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국립환경연구원 정밀조사 결과에서는 이런 가능성도 배제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충남도 민관조사단에서 용존산소 부족을 사인으로 지목한 것은 이후 수질측정을 통해 추정한 것”이라며 “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 결과 용존산소 최소값이 금강에서는 7.6㎎/ℓ 이상, 낙동강에서는 9.4㎎/ℓ 이상으로 나타나 산소부족 현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어류 폐사가 시작되는 용존 산소 농도는 2㎎/ℓ 이하로 알려져 있다.
 

특이사항으로는 금강에서 사고기간 중 수온이 5℃ 급감했고, 저서성 대형무척추 동물의 밀도가 낮게 나타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환경과학원은 폐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수온의 경우 2012년 10월16일 18.8℃에서 10월23일 13.5℃로 7일 만에 5℃ 이상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어류는 수온의 급락에 내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폐사의 원인이라는 결론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어류의 먹이가 되는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의 종수와 개체밀도가 2009년에 비해 2012년에 감소한 점도 확인됐으나, 폐사체의 외관상 굶주림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 결과 보고서는 바람에 의한 물 뒤집힘 현상, 혼탁수 유입, 조류 발생 등 다른 요인들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했다.
 

IE001634698_STD.jpg » 금강에서 수많은 물고기가 죽었지만 당국은 1년간 조사한 뒤 모르겠다고 발표했다. 사진=대전환경운동연합

 

환경단체들은 처음부터 물고기 집단 폐사가 4대강 사업의 후유증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부에 민관합동공동조사를 제안했다. 환경부가 이 제안을 받아 공동조사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환경단체가 주장한 공동조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독립적 조사ㆍ평가 방안을 환경부가 거부하면서 공동조사는 결국 무산되고 환경과학원 주도의 정밀조사가 이뤄지게 됐다.
 

4대강 사업으로 이뤄진 준설과 보는 4대강에 사는 생물들이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하천 환경 변화를 일으켰다. 이런 변화가 수생태계에 가져올 변화는 형식적으로 이뤄진 환경영향평가에서 제대로 예측되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당시 환경부는 물고기 집단 폐사의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면서도, 4대강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단정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출발한 국립환경과학원의 정밀 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다. 사고 현장과 증거 보존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밀조사라고 해봐야 기존 측정자료를 재검토하는 것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인 불명’이라는 환경과학원의 정밀조사 결과는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수질통합관리연구센터장은 “어류 폐사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폐사체 생체 조직의 단백질 변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전문 인력과 핵자기공명분광기(NMR)와 같은 분석 장비 미비로 원인 규명에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환경과학원의 이런 정밀조사 결과를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가 사고 발생 당시 4대강 사업과 연관되는 것을 우려한 방어적 태도로 초동 조사에 늑장 대응하면서 원인 규명을 할 기회를 놓친데다, 이후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한 조사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도 물고기 집단 폐사 사고의 30~40%는 원인 규명이 안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물고기 폐사의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강ㆍ낙동강 물고기 집단 폐사에 대해 추가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2012년 가을 금강과 낙동강에서 영문 모르게 떼죽음한 물고기들의 사인은 4대강 사업 부작용이라는 심증만 남긴 채 공식적으로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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