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나무타기 달인, 4m 높이도 거뜬히

조홍섭 2014.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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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대륙 악어 4종 나무 위 올라 상당시간 경계, 해바라기 행동 밝혀져

4m 높이 나무 올라 줄기 5m 이동하기도, 멸종한 악어 조상은 나무위 생활 했을까

 

cr1.jpg » 미국 미시시피강 삼각주의 나무 위에서 햇볕을 쪼이는 앨리게이터. 사진=크리스틴 깅그래스, <파충류학 노트>

 

악어는 물속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동물이다. 물 밖에서 어기적거리다가도 물속에서는 날랜 포식자로 변신한다. 그러나 이것이 악어 행동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악어 4종이 나무 위에 곧잘 올라가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물론 일부 원주민은 잘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우리에겐 처음 소개되는 악어의 행동이다.
 

블라디미르 디네츠 미국 테네시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학술저널 <파충류학 노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현생 악어에게서 나무타기 행동이 폭넓게 발견되고 있다며 멸종한 고대 악어의 일부는 나무 위 생활을 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사실 악어가 나무를 제법 탄다는 사실은 사육시설에서 종종 보고된다. 영국 브리스톨 동물원에서는 아프리카 난쟁이 악어가 사육사 안의 나무를 타고 밖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악어 농장에서 1.8m 높이의 벽을 타고 밖으로 달아난 사례도 여럿 있다.
 

cr2.jpg » 가봉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나무 위에 올라있는 길이 0.7m의 어린 악어. 사진=블라디미르 디네츠, <파충류학 노트>

 

논문은 오스트레일리아 악어 가운데 담수에 서식하는 악어가 나무타기 능력이 가장 뛰어난데, 야생에서 물 위에 가지나 늘어진 1~2m 높이의 나무에 종종 올라간다고 밝혔다. 주로 길이 1.5m 이하의 악어가 나무에 잘 오르는데,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몸집이 작은 악어일수록 쉽게 나무에 오르는데, 이는 새끼 악어가 몸이 가볍고 발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긴코악어는 물 위 0.25~3m 위 나무에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1.4m 길이의 한 악어는 수직으로 4m 높이의 나무줄기를 기어오른 뒤 다시 5m 길이로 뻗은 가지 끝에 올라있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악어가 나무에 오르는 주요한 이유가 위협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이런 추정은 물속이나 물 밖에 있을 때보다 나무에 있던 악어가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데서 나왔다. 육지에서 물로 달아나는 것보다 나무에서 바로 밑 물로 뛰어내리는 것이 훨씬 신속하고 위협을 훨씬 미리 알아챌 수 있다.
 

연구진은 "조사 보트가 접근하면 눈에 띄기도 전에 악어가 나무에서 물로 풍덩 뛰어내리곤 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나무에 앉아있는 악어의 모습이 과학자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봉의 악어는 50m 밖에 악어가 나타나도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중남미에 서식하는 아메리카 악어도 조사원이 10m 거리에 접근했는데도 나무에서 물로 뛰어 내렸다. 악어가 나무에 오르는 행동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았는데 흥미롭게도 가봉의 악어 등은 밤에는 이런 조심성을 보이지 않아 상대가 바로 곁에 와도 도망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악어의 나무타기가 주변 경계 말고도 해바라기를 통한 체온조절과 먹이 확인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가봉의 악어는 낮에는 해를 잘 쪼이기 위해 나뭇가지로 덜 가려진 곳에 올랐고 주변 환경도 육상에서 해바라기 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cr3.jpg » 나무 높이 올라간 가봉의 악어. 과거에는 주로 나무에 살았던 악어가 있었을 수도 있다. 사진=블라디미르 디네츠, <파충류학 노트>

 

사실 나무의 줄기와 가지의 폭이 넓다면 나무이든 육지의 흙더미이든 다를 것은 없다. 그러나 연구진은 악어가 몸의 별다른 형태변화 없이 나무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은 악어의 진화를 설명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화석기록으로 현생 악어와 특별히 다를 게 없는 과거의 악어도 요즘 악어처럼 주로 물에서 살았다고 가정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악어는 물에서만 산다고 생각해 왔지만 멸종한 악어의 조상 가운데 육상에 적응한 일부 종류는 상당 부분 나무 위 생활을 했을 수도 있다."고 논문을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ladimir Dinets et. al.,Climbing behaviour in extant crocodilians, Herpetology Notes, volume 7: 3-7 (2013) (published online on 25 January 201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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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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