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광란의 섹스, 주머니 쥐의 ‘정자 전쟁’

조홍섭 2014. 02. 25
조회수 47275 추천수 0

호주서 신종 주머니 쥐 `안테키누스' 발견, 곤충 먹는 유대류

2주 동안 마구잡이 짝짓기 뒤 수컷 모두 죽어, 호르몬 과다 분비 탓

 

Gary Cranitch_s.jpg » 신종으로 발표된 호주의 유대류 동물 검은꼬리안테키누스. 곤충과 비슷한 생식 전략이 이채롭다. 사진=그레이 크래니치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쥐처럼 생겼지만 주머니에서 새끼를 기르는 유대류 동물인 안테키누스란 동물이 산다. 이제까지 12종이 발견된 이 동물은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데, 짝짓기를 한 뒤 수컷이 일제히 죽어버리는 포유류에게 보기 힘든 독특한 생식방법을 쓴다.
 

앤드루 베이커 오스트레일리아 퀸스랜드 공대 동물학자 등 연구진은 온라인 과학저널 <주 택사> 17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안테키누스의 새로운 종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퀸스랜드 스프링브루크 국립공원에서 이제껏 더스키 안테키누스로 알려진 종의 일부가 유전자와 형태학적으로 전혀 다른 종으로 드러났다며 ‘검은꼬리안테키누스’란 이름의 신종으로 발표한다고 밝혔다.
 

Gary Cranitch2_s.jpg » 새로운 포유류로 드러난 검은꼬리안테키누스. 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동물이다. 사진=그레이 크래니치

 

국립공원의 강우량이 많고 고도가 높은 트위드 화산 화구호에서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이 종은 기후변화 때문에 개체수가 감소하고 있어 연구진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지난 2년 동안 3종의 안테키누스 신종을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종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안테키누스는 생식전략 면에서도 매우 독특해 관심을 모으는 동물이다. 이들은 짧고 강력한 짝짓기 철을 마치면 새끼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 공통적인 양상을 보인다.
 

대부분의 곤충과 일부 물고기들도 이런 전략을 채택하지만 포유류 가운데는 매우 이례적인 생식 방법이다. 다이아나 피셔 오스트레일리아 퀸스랜드대 생물학자는 지난해 <미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논문에서 안테키누스의 ‘자살적 번식’ 전략이 왜 이뤄지는지 분석했다.
 

그는 안테키누스의 이런 극단적인 번식 전략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자식에게 더 많은 먹이를 남겨주려는 이타주의의 발로라는 주장을 배격했다. 오히려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남기려는 목적이 이런 행동을 낳았다고 주장했다.
 

Gary Cranitch3_s.jpg » 검은꼬리안테키누스의 발 모습. 사진=그레이 크래니치

 

안테키누스는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데, 먹이가 가장 풍부할 때를 맞춰 새끼의 젖을 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시기를 맞추기 위해 암컷의 번식 기간은 아주 짧은데, 이때 수컷끼리의 경쟁도 집중된다.
 

번식기는 2주일 동안 지속되는데 이 시기에 암컷은 닥치는 대로 만나는 수컷과 교미를 한다. 이때 모든 수컷은 생후 11개월쯤 되는 나이이다.
 

이 짧은 기간에 암컷과 수컷은 문란한 짝짓기를 거듭한다.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교미시간을 12~14시간이나 길게 늘이기도 한다.
 

번식 경쟁은 정자 전쟁이기도 하다. 더 많은 정자를 남기기 위해 수컷의 고환은 몸의 크기에 비해 비대하다.
 

광란의 섹스가 끝날 즈음 수컷의 몸에는 이상 신호가 온다. 장시간의 격렬한 짝짓기를 하기 위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치솟지만 이를 조절할 시스템이 작동불능에 빠진다. 그 결과 면역체계가 붕괴하는 치명적인 사태가 빚어진다.
 

수컷의 털은 빠져나가고 감염이 번지면서 병든 것처럼 비틀거리던 수컷은 하나 둘 쓰러져 죽어간다. 알을 낳은 연어처럼 태어난 지 1년쯤 된 안테키누스 수컷들은 이렇게 자신의 새끼를 보지도 못하고 죽는다.
 

피셔 박사는 “자살 번식을 하는 종은 그렇지 않은 종에 견줘 번식기간이 짧고 수컷의 상대적인 고환이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암컷의 성 선택이 수컷의 자살 번식 전략을 부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rew M. Baker et. al.,The Black-tailed Antechinus, Antechinus arktos sp. nov.: a new species of carnivorous marsupial from montane regions of the Tweed Volcano caldera, eastern Australia, Zootaxa 3765 (2): 101~133, http://dx.doi.org/10.11646/zootaxa.3765.2.1

 

Diana O. Fisher et. al., Sperm competition drives the evolution of suicidal reproduction in mammals, PNAS October 29, 2013 vol. 110 no. 44, www.pnas.org/cgi/doi/10.1073/pnas.1310691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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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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