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사냥의 비밀, 도주로 차단 질러가기

조홍섭 2014. 03. 03
조회수 29078 추천수 0

매 머리에 소형비디오 설치 실험 결과, 박쥐 먹이 사냥과 어린이 치기 장난도 같은 원리

초소형 원격 측정기로 동물 행동 연구 각광, 환경유전자 기술로 물속 생태계 연구도 새 차원

 

 hi.jpg » 매의 머리에 설치한 소형 카메라에 잡힌 다른 매의 까마귀 사냥 모습. 사진=케인 외 <실험생물학 저널>

 

이제까지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려면 방법은 간단했다. 야외에 나가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찰스 다윈부터 요즘의 아마추어 새 동호인까지 이런 야외 관찰은 자연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동물 행동의 세밀한 부분을 알고 싶거나 정량적인 데이터를 얻고자 한다면 그런 관찰은 답을 주지 못한다. 동물을 우리에 가둬 놓고 관찰 또는 실험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새의 비행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자. 야외 관찰만으로 부족하면 새를 바람이 흐르는 풍동 속에서 날리고 연기를 흘려 넣어 날갯짓의 공기 역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자연과 같을 수 없는 실험실이란 근본적 한계가 있다. 최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나와 자연스런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위성 통신과 초소형 배터리 기술 등을 이용해 동물 몸에 작은 감지기를 부착해 많은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소형 원격 측정기는 포식자의 알려지지 않은 사냥 행동을 알아내는데 효과적이다. 물개나 펭귄의 몸에 소형 비디오나 측정기를 달아 깊은 물속에서의 사냥 행동이 밝혀지기도 했다. 문제는 측정 장치를 매달아도 동물의 자연스런 행동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는데, 물속보다는 공중에서 이것이 어려운 도전 과제가 된다.

 

hi_Robert Musters.jpg » 헬멧 카메라를 착용한 실험 대상 매. 사진=로버트 머스터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하버포드대 물리학자들은 초소형 헬멧을 새의 머리에 씌워 매의 사냥 비밀을 밝혔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시속 322㎞의 속도로 먹이를 향해 내리꽂는 매의 사냥 법은 놀라움의 대상이기는 해도 그것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먹잇감인 새는 필사적으로 도망치는데 직선으로만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조리 곡예비행을 해 공격을 회피한다. 매가 먹이를 포착한 뒤 그것을 어떻게 추적하는지 가장 정확히 아는 길은 매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대로 먹이를 따라 전속력으로 추적하는 방식은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지만 매가 이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냥에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 어렵게 잡는다 해도 남는 게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까지 학계에서 그럴듯한 설명으로 받아들인 가설은 '나선형 추격설'이다. 매에게는 날카로운 시력을 지닌 두 부위가 있는데, 하나는 정면을 응시하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30~45도 옆을 바라보는 부위라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매는 먹이를 늘 40도 각도에 위치하도록 바라보면서 추격하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먹이를 향해 나선형을 그리며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연구진이 매의 머리에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부착해 매의 눈으로 본 결과 그런 가설과는 달랐다. 매는 그리 큰 각도로 먹이를 바라보지 않았다.

 

대신 매는 먹이가 달아나리라고 예상되는 경로를 예측해 앞을 가로막는 방식으로 추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끼리 붙잡기 놀이를 할 때 술래가 요리조리 도망치는 아이를 잡으려고 할 때 쓰는 수법과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매는 움직이는 배경 속에서 추적하는 상대를 시야에 고정시키는 방법을 채용했다. 시야에서 먹이가 움직이지 않도록 자신의 몸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는 붙잡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포식자를 보지 못하는 이점이 있다. 박쥐가 곤충을 잡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추적을 한다.

 

매가 촬영한 매의 사냥 장면 모음

 

 

‘새는 왜 브이 자 대형을 이뤄 날까?’라는 오랜 의문을 푸는 일에 과학자들이 나설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다. 기러기나 오리, 두루미처럼 덩치가 큰 새들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브이 자 형태를 이루며, 이것이 비행에 드는 에너지를 절약해 주기 때문일 것이란 가설은 오래 전에 나왔다. 하지만, 여태껏 누구도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

 

짐 어셔우드 영국 왕립수의대 동물학자가 이끄는 과학자들은 유럽산 따오기로 이를 연구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빈 동물원은 멸종위기에 놓인 따오기를 인공증식한 뒤 번식지인 북아프리카로 이동하도록 돕는 복원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두루미에게 했던 것처럼 초소형 항공기가 이 새들의 우두머리가 돼 이동을 가르치는 훈련에 나섰다.

 

hi_Markus Unsöld_21bird-2-superJumbo.jpg » 초소형 측정기를 장착한 따오기의 브이자 대열 비행 모습. 사진=포르투갈 외 <네이처>

 

과학자들은 몸무게가 1.3㎏인 따오기의 몸에 무게 23g인 초소형 센서를 부착했는데, 이 센서는 요즘 흔히 쓰는 스마트폰보다 뛰어난 장치가 들어있다. 지피에스 장치, 배터리, 메모리카드, 가속측정기, 자이로스코프, 자기측정기 등이 그것으로 1초에 5번씩 위치, 속도, 방향, 이웃 새와의 거리 등에 관한 정보를 연구소에 전송한다.

 

과학 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은 ‘새들이 브이 자 대형을 이뤄 비행하는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서’라는 오랜 가설이 맞았음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앞서 나는 새는 날개를 치면서 공기를 아래로 밀어내는데, 이때 날개 끝 좌우에 상승하는 와류를 형성한다.

 

hi_505295a-f1.jpg » 브이 대열 비행 때 나타나는 공기 흐름. 앞서 나는 새 날개 끝에 생기는 소용돌이가 상승곡선을 이루는 지점에 뒤따르는 새가 위치한다. 포르투갈 외 <네이처>

 

결국 날아가는 새 뒤로는 일련의 하강과 상승 기류가 생기는데 새들은 교묘하게 앞 새가 만든 상승기류를 타기 위해 브이 자 대열을 이룬다는 것이다. 뒤따르는 새가 공기역학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최소인 지점을 고르면 그것이 브이 자 형태가 된다.

 

당연히 가장 앞에서 나는 새에겐 이런 이점이 없는데, 교대로 선두에 비행함으로써 이런 불평등을 해결한다. 이번 연구에서 브이자 비행이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하는지는 밝히지 못했는데, 적은 에너지라도 철새의 장거리 비행에서는 큰 이득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hi_J.C. Nifong.jpg » 북미산 악어인 앨리게이터의 생태를 밝히기 위해 측정장치를 등에 장착한 모습. 사진=J. C 니퐁

 

야행성이고 접근이 위험한 포식자의 먹이 행동을 아는 데도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널리 쓰인다. 미국 플로리다 대 연구진은 북아메리카 악어인 앨리게이터의 사냥 행동을 조사하기 위해 물속과 밤중에도 촬영할 수 있는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앨리게이터 목에 부착하고 하루 이틀 지난 뒤에 몸에서 떨어져 나오도록 했다. 이 카메라에는 각종 센서 등 측정 장치가 들어있다.

 

플로리다 해안에서 15마리의 앨리게이터에게 이런 장치를 부착한 결과 이제까지 몰랐던 사실들이 드러났다. 먼저 대부분은 사냥은 밤에 이뤄졌지만 사냥 성공률이 가장 높은 때는 아침이었다.

 

또 이 악어가 물가의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지만, 실은 물속에서의 사냥은 물 밖에서보다 2배나 성공 확률이 높았다. 앨리게이터가 언제 주로 사냥하고 얼마나 먹는가 따위의 정보는 갈수록 줄어드는 이 최상위 포식자를 보호하는데 아주 중요한 정보이다.

 

온라인 공개 학술지인 <플로스 원> 최근호에 실린 이 연구에서 또 중요한 성과는 앨리게이터의 수를 추정할 때 이제까지 써 오던 방법이 틀렸다는 것이다. 밤중에 이 포식자 서식지인 물 표면에 불빛을 비추면 앨리게이터 망막에 반사된 붉은 불빛이 선명하게 보여 이를 세면 개체수를 추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앨리게이터의 절반은 물속에 잠겨 있어, 개체수는 눈빛보다 곱절이 많은 셈이다.

 

hi_Monterey Bay Aquarium_Randy Wilder2.jpg » 환경유전자 기법으로 서식 생물종을 규명하는 연구가 이뤄진 미국 몬터레이 만 수족관 모습. 사진=랜디 윌더

 

유전공학기술은 자연을 관찰하는 우리의 능력을 위성통신이나 센서 기술보다 한 차원 더 높여준다. 한 호수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려면 그물을 쳐 물고기를 잡거나 물속에 직접 들어가 봐야 한다. 현재의 어류 조사는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과학자들은 ‘환경 디엔에이’란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호수에서 물 한 컵만 뜨면 그 호수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물고기는 피부나 상처 또는 배설물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세포를 물속에 내놓는다. 이 세포에는 그 물고기 종 특유의 유전자 염기배열이 있기 때문에, 물을 잘 분석하면 그 물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시작단계이고 넘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성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몬터레이만 수족관에서 이런 연구방법을 적용했다. 450만ℓ의 물이 담겨 있는 이 거대한 수족관에서 물을 한 잔 꺼낸 뒤 분석해 그곳에 살고 있는 8가지 물고기를 맞추었고, 이 수족관에 다랑어와 정어리가 가장 많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게다가 과거 이 수족관에 있다 죽은 연어와 사료용으로 쓴 물고기까지도 알아냈다. 앞으로 조사 방법을 진전시켜 더 많은 종류의 생물을 넓은 바다에서도 찾아낼 수 있게 된다면 수중 생태계 조사는 일대 혁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uzanne Amador Kane and Marjon Zamani, Falcons pursue prey using visual motion cues: new perspectives from animal-borne cameras, The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4) 217, 225-234 doi:10.1242/jeb.092403

 

Steven J. Portugal et. al., Upwash exploitation and downwash avoidance by flap phasing in ibis formation flight, Nature, Vol. 505, No. 7483. (15 January 2014), pp. 399-402, doi:10.1038/nature12939  Key: citeulike:12922531

 

Nifong JC, Nifong RL, Silliman BR, Lowers RH, Guillette LJ Jr, et al. (2014) Animal-Borne Imaging Reveals Novel Insights into the Foraging Behaviors and Diel Activity of a Large-Bodied Apex Predator, the American Alligator (Alligator mississippiensis). PLoS ONE 9(1): e83953. doi:10.1371/journal.pone.0083953

 

Kelly RP, Port JA, Yamahara KM, Crowder LB (2014) Using Environmental DNA to Census Marine Fishes in a Large Mesocosm. PLoS ONE 9(1): e86175. doi:10.1371/journal.pone.008617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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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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