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의 ‘잃어버린 세월’ 수수께끼 풀려

조홍섭 2014. 03. 06
조회수 35613 추천수 0

베일 가렸던 첫 1~2년 동안 바다 표면에 떠 햇빛과 따뜻한 조류 즐겨

새끼 거북 등에 태양광 위성추적 장치, 이동경로 처음으로 밝혀져

 

Jim Abernethy_NMFS permit 1551.jpg » 위성추적 장치를 매단 어린 붉은바다거북. 사진=짐 애버네티, NMFS permit 1551

 

붉은바다거북이 힘겹게 해변 모래 속에 알을 낳은 뒤 깨어난 새끼들이 몰려든 새의 부리를 피해 바다로 줄달음치는 모습을 자연다큐멘터리 영화에서 흔히 본다. 바다에 뛰어든 새끼 거북이 용케 물고기의 입을 피해 먼바다로 나간다면 산란기에 다시 이 해변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의 한살이에는 ‘잃어버린 세월’로 일컬어지는 기간이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바다로 간 새끼 거북이 1~2년 동안 어디서 지내는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다.
 

넓은 바다에서 작은 몸집에 재빨리 자라는 거북을 관찰해 연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 연구진은 초소형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해 처음으로 베일에 가렸던 새끼 거북의 바다생활을 밝혀냈다.
 

Hillebrand Steve, U.S. Fish and Wildlife Service.jpg » 모래속 알에서 깨 바다로 향해 달려나가는 어린 바다거북. 이들의 앞에는 수많은 천적이 도사리고 있다. 사진=힐데브란트 스티브,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 위키미디어 코먼스

 

케이트 맨스필드 중앙 플로리다 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진은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B> 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붉은바다거북 새끼 17마리의 위성추적 결과를 밝혔다. 연구진은 플로리다 앞바다에서 그물로 잡은 새끼 바다거북을 3.5~9달 동안 등에 추적장치를 부착할 수 있는 크기로 기른 뒤 18.5㎞ 떨어진 바다에 풀어놓았다.
 

이번에 사용된 추적장치는 태양전지를 갖춰 전지의 무게를 최소화한 것으로 9.5g의 무게에 10시간 동안 켜지고 48시간 동안 꺼진 사이 충전을 하는 얼개이다.
 

풀려난 새끼 거북은 천적이 들끓는 대륙붕에서 얼쩡거리지 않고 곧바로 먼바다로 향했다. 대양에 나선 어린 거북은 최고 4300㎞까지 여행을 했는데, 27~220일 동안 추적한 결과는 흥미롭다.
 

lo1.jpg » 새끼 거북의 위성추적 장치 기록. 다양한 수심(위)과 수온(아래)의 바다에서 어느 경로를 고랐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케이트 맨스필드 외, <왕립학회보 B>

 

새끼 거북은 전적으로 바다 표면에서 생활했다. 이는 햇빛을 더 많이 받아 체온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보았다. 또 미리 정해진 최단 경로를 헤엄치는 게 아니라 해류의 온도에 따라 찬물을 피해 이리저리 헤엄치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조사 대상 가운데 7마리는 대서양의 사르가소 해로 이동했는데, 이 바다는 해초가 무성해 어두운 빛깔을 띠고 이에 따라 거북 등 껍질의 온도도 예상했던 것보다 4~6도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르가소 해가 어린 붉은바다거북이 먹이를 섭취하고 빨리 자랄 수 있는 일종의 ‘열 피난처’ 구실을 한다고 보았다. 어린 거북의 바다 표면 이동과 사르가소 해 서식 사실은 이 거북의 보전을 위해서 요긴한 정보이다.
 

Neonate_loggerhead_in_Sargassum_off_southeast_Florida_coast_2009_Jim_Abernethy_NMFS_permit_1551-548x365.jpg » 새끼 거북은 해초가 많아 수온이 높은 사르가소 해를 열 피난처로 삼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은 사르가소 해의 어린 바다거북. 사진=Jim Abernethy, NMFS permit 1551

 

맨스필드는 “이 연구 이전에 대부분의 바다거북의 초기 생활사에 관한 연구는 유전자 분석, 우연적인 목격이나 실험실 연구에 그쳤다. 자연환경 속에서 거북을 관찰함으로써 기존 가설을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었다. 여기서 얻은 지식은 이 멸종위기에 놓인 종을 보호하고 관리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nsfield KL, Wyneken J, Porter WP, Luo J. 2014, First satellite tracks of neonate sea turtles redefine the ‘lost years’ oceanic niche. Proc. R. Soc. B,  281: 20133039. http://dx.doi.org/10.1098/rspb.2013.3039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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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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