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자외선 섬광, 야생동물들도 꺼린다

조홍섭 2014. 03. 17
조회수 39872 추천수 0

사람 눈 안 보이지만 고압송전선 주변 방전 불꽃 쉴 새 없이 '번쩍'

도로처럼 서식지 조각내 생태계 파괴 울려, 북극 순록은 특히 민감

 

500kv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코로나.jpg » 고압송전시설에서 발생하는 코로나 방전.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리는 다른 동물들도 우리가 보는 것과 비슷하게 볼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자외선을 보는 능력에 관한 한 이는 커다란 착각이다.
 

많은 동물이 자외선을 잘 보지만 사람과 원숭이는 예외이다. 사람은 각막과 수정체에서 자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고압송전탑과 송전선에서는 코로나 방전이 일어나는데, 이때 방출되는 자외선이 야생동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코로나 방전이란 고압의 전기가 흐르는 전선 주변에 강한 전기장이 생겨, 이로 인해 공기가 이온화하면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을 가리킨다.

 

oskarlin_640px-Albino_raindeer.jpg » 북극 툰드라 지역에 사는 순록은 기후와 신체 특성 상 자외선에 매우 예민한 것으로 드러나 고압송전선을 5㎞ 벗어나 이동한다. 사진=오스칼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니컬러스 타일러 노르웨이 트롬쇠 대학 생태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보전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포유류와 새들이 자외선을 감지하기 때문에 송전선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유류와 땅에 둥지를 트는 새들이 외딴 지역의 송전선 지역을 수 ㎞나 피해 서식하고 있는 현상이 알려져 있다. 송전탑과 송전선이 특별히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자주 출입하지도 않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을 두고, 과학자들은 동물이 숲을 벌채한 곳에서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라고 간주해 왔다.
 

그런데 송전시설이 건설된 지 30년이 지나도 동물의 회피 행동이 계속되고, 무엇보다 나무가 하나도 없어 벌채 영향도 없는 아북극 툰드라 지역의 순록에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송전 시설 자체의 문제에 주목하게 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고압송전선 주변에는 코로나 방전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며, 애자에서는 불규칙한 섬광이 발생한다. 이때 발생하는 코로나나 섬광의 파장이 너무 짧아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사람에게는 그저 지직 대거나 웅웅 대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고압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섬광 유튜브 동영상
 

 

그러나 포유류와 조류는 자외선에 민감하다고 연구진은 그간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주장했다. 특히 순록은 자외선에 아주 예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순록이 6개월 동안 밤이 계속되는 북극에서 장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우리가 영화관 안에서 어두움에 적응하는 것처럼 암 순응 상태여서 아주 작은 빛도 감지한다고 지적했다. 또 순록은 사람 눈보다 커 동공의 민감도도 사람의 4배에 이르며, 사방에 쌓인 눈이 자외선을 강하게 반사하는 것도 고압선의 영향을 키운 점이라고 밝혔다. 순록은 고압선에서 5㎞ 거리를 두고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nited States Fish and Wildlife Service_640px-Herd_of_Caribou.jpg » 북미산 순록인 카리부의 이동 모습. 고압송전선은 도로와 마찬가지로 야생동물 서식지를 분단하는 구실을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미 국립 어류 및 야생동물국, 위키미어 코먼스

 

연구진은 이처럼 고압선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 구실을 하기 때문에 포유류와 새의 이동 경로, 번식지, 먹이 먹는 장소 등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송전탑에 우는 게 어디 사람뿐이랴)
 

타일러 박사는 “(송전선 등) 기반시설로 인해 서식지가 사라지고 조각나는 것은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의 주요한 위협이다. 이런 점에서 늘 도로가 주목의 대상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송전선도 그런 생물다양성 침해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글렌 제프리 영국 런던대 교수는 2011년 순록의 눈이 자외선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밝힌 이래 소, 고양이, 개, 쥐, 박쥐, 고슴도치 등 약 40종의 포유류가 자외선을 감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icholas Tyler et. al., Ultraviolet Vision and Avoidance of Power Lines in Birds and Mammals, Conservation Biology, Volume 00, No. 0, 1~2, DOI: 10.1111/cobi.1226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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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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