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중추 없어도 냄새 맡는 잠자리

조홍섭 2014. 03. 24
조회수 30489 추천수 0

탁월한 시력으로 3억년 전부터 포식자 군림, 후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후각 신경계통 없어도 풍동 실험에서 냄새만으로 먹이 찾아내

 

dr1_Piet Spaans.jpg » 북방아시아실잠자리의 더듬이. 눈에 견줘 보잘것 없이 작지만 후각 기능을 갖추고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사진=페이트 스파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잠자리는 미군이 차세대 무인비행기의 모델로 연구하고 있을 정도로 최고의 사냥꾼이자 비행술의 대가이다. 사냥 성공률은 95%에 이르며 4개의 독립된 근육으로 조정하는 날개로 정지비행·후진·뒤집기 비행을 자유 자재로 구사한다.
 

이런 자질 덕분에 잠자리는 나는 곤충 가운데 가장 오랜 3억년 전 고생대 석탄기부터 곤충 계 포식자로 군림했다. 특히 잠자리의 시력은, 맨손으로 잡으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3만 개의 홑눈으로 이뤄진 겹눈 2개가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해, 크기로도 곤충 가운데 가장 크다. 단지 시력만 좋은 게 아니라 하루살이 떼 속에서 특정 목표물을 분리해 추적할 수 있고 목표의 예상 진로를 가로질러 습격하는 전략을 발휘한다.
 

dr2_토마스 브레송.jpg » 북방아시아실잠자리의 모습. 머리의 대부분은 눈이다. 사진=토마스 브레송,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렇게 시력에 많은 투자를 하다 보니 다른 감각 능력, 곧 듣거나 냄새 맡는 능력은 없거나 거의 쇠퇴했다. 적어도 과학자들은 지금껏 그렇게 믿었다.
 

대부분의 곤충에게 후각은 매우 복잡하고 예민한 감각이다. 짝과 먹이를 찾고 알 낳을 곳을 찾는데 중요하게 쓰인다. 냄새는 한 쌍의 더듬이에 파인 홈에 나 있는 후각용 억센 털에서 감지한다.
 

잠자리는 더듬이부터 애초에 작아 볼품이 없다. 게다가 최근의 해부학 연구에서 잠자리 뇌에는 후각을 처리할 신경구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듬이에 있는 후각 수용기가 냄새 분자를 감지하면 이 신경 신호를 뇌로 보내는 기관이 사구체인데, 잠자리에게는 후각 사구체가 아예 없는 것이다.
 

dr5_Quartl_563px-Ischnura_elegans_qtl3.jpg » 독특한 자세로 짝짓기를 하는 북방아시아실잠자리. 잠자리목에는 잠자리와 실잠자리 등 전세계적으로 7000여종이 있을 뿐이어서 수십만종이 있는 딱정벌레나 나비와 대조된다. 사진=쿼틀,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잠자리가 먹이의 위치를 냄새만으로 찾아낼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이들은 과학저널 <곤충 생리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잠자리가 후각 능력이 있다는 전기생리학적 증거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풍동에서 북방아시아실잠자리를 날린 뒤 천 가림막 뒤에 잠자리의 주 먹이인 초파리를 두었을 때 잠자리가 먹이 위치를 가려내는지를 실험했다. 시각 정보는 차단된 상태에서 먹이의 냄새만으로 위치를 찾는지 본 것인데 잠자리는 정확하게 먹이로 향했다.
 

dr1.jpg » (a) 북방아시아실잠자리의 더듬이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에 난 편모. (b) 구멍속에 나 있는 감각센털. 여기서 냄새 분자를 감지한다. (c)는 감각센털의 단면 사진. 사진=마누엘라 레보라 외, <신경 생리학>

 

연구진은 “잠자리 더듬이는 비록 크기는 눈에 견줘 아주 작아도 중요한 감각 기관임이 드러났다. 더듬이는 공기 흐름을 알아내고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감지하는데 유용할 뿐 아니라 먹이 위치를 파악하는 핵심적 구실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동물에게는 이러저러한 감각(예컨대 고통)이 없다고 손쉽게 말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사이언스 뉴스>는 곤충 신경학자들의 말을 따 보도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nuela Rebora et. al., Olfaction in dragonflies: Electrophysiol ogical evidence, Journal of Insect Physiology, Volume 62, March 2014, Pages 26~3

http://dx.doi.org/10.1016/j.jinsphys.2014.01.00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낡은 해상 인공구조물, “철거보다 놔두는 게 낫다”낡은 해상 인공구조물, “철거보다 놔두는 게 낫다”

    조홍섭 | 2018. 08. 17

    석유·가스·해상풍력 등 세계 수천곳 해체 예정멸종위기종·수산자원 위한 인공어초 기능 확인1995년 영국 석유회사 셸은 북해에서 해상 석유 플랫폼인 ‘브렌트 스파’가 용도를 다하자 심해에 폐기하기로 결정했고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자 그린...

  • 동물은 먹을 만큼만 사냥? 퓨마의 ‘과잉살해’ 수수께끼동물은 먹을 만큼만 사냥? 퓨마의 ‘과잉살해’ 수수께끼

    조홍섭 | 2018. 08. 16

    손쉬운 먹이가 한꺼번에 닥치는 특별한 상황이 초래, 폭풍우 때 잦아피해 과장, 과잉 전파 경향…농부 공포와 분노 불러 포식자 보전 저해살생을 일삼는 사람을 탓할 때 흔히 ‘동물도 제 먹을 것만 죽인다’고 한다. 그러나 상당수 척추동물 포...

  • 어린 고래상어는 장거리여행을 싫어해?어린 고래상어는 장거리여행을 싫어해?

    조홍섭 | 2018. 08. 13

    해마다 1만㎞ 이동하지만, 어린 개체는 이동 않고 먹이터 모여1980년대 이후 개체수 절반 감소…집결지마다 보호조처 시급 고래상어는 다 자라면 길이 20m 무게 40t까지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물고기다. 따뜻한 대양 표면을 유유히 헤엄치면...

  • 출산휴가·정년보장 ‘벌목 노동자’ 코끼리는 행복할까출산휴가·정년보장 ‘벌목 노동자’ 코끼리는 행복할까

    조홍섭 | 2018. 08. 10

    미얀마 국영 벌목장 5천마리 ‘노동’…절반은 야생 포획수명 3~7년 짧아…포획 부상·트라우마·가족단절 원인멸종위기에 놓인 아시아코끼리의 최대 서식지는 인도이고 그다음이 미얀마이다. 다른 멸종위기 대형 포유류처럼 아시아코끼리의 3분의 1은 동물...

  • 동박새 경기 북부 번식 첫 확인, 기후변화 영향 추정동박새 경기 북부 번식 첫 확인, 기후변화 영향 추정

    윤순영 | 2018. 08. 10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남부지방 권역에만 흔한 텃새이제는 옛말 중부내륙에서도 번식지난 6월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에서 동박새 부부를 어렵게 만난 적이 있다(▶관련 기사: ‘살아있는&n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