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교배 목뼈 기형 매머드 멸종 새 가설

2014.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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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목갈비뼈 기형 코끼리보다 10배 많아, 근친교배와 태아 역경 원인

기후변화로 서식지 축소 고립된 것이 배경…인간 사냥, 천체충돌 등 가설 다양

 

rama_Mammoth on display at Neuchâtel natural history museum.jpg » 가장 최근에 멸종한 선사동물 가운데 하나인 매머드의 멸종을 설명하는 가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사진은 스위스 노이체텔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매머드 표본. 사진=라마, 위키미디어 코먼스

 

가장 최근에 멸종한 선사시대 동물의 하나인 매머드가 무엇 때문에 최후를 맞았는지는 논란 많은 주제이다. 멸종 시기인 약 1만년 전은 마지막 빙하기가 물러갔을 즈음인데다 그때쯤 인류가 매머드의 서식지에 본격적으로 퍼져나갔다.
 

당연히 기후변화설이 나왔지만, 매머드가 과거 그런 기후변화를 수차례 무사히 넘겼다는 점에서 인류의 과잉 사냥설이 등장했고, 기후변화와 인류 사냥의 복합적인 원인설도 제기됐다(■ 관련기사=거대 포유류의 몰락, 어디까지 사람 책임일까). 이밖에 인류가 퍼뜨린 병원균이 멸종을 일으켰다거나 외계 천체의 충돌이 최후를 불렀다는 주장(■ 관련기사: 매머드 절멸 원인은 4개 대륙 바위 녹인 외계 천체 충돌)도 나온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새로 근친교배 가설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 여건이 나빠져 매머드 집단이 여기저기 흩어져 적은 수가 고립돼 살았는데, 불가피하게 근친교배로 유전적 다양성이 손상돼 결국 멸종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 옐레 뢰머 등 네덜란드와 벨기에 연구진은 최근 로테르담 항구 확장공사를 하다가 발굴한 북해의 매머드 화석에서 특이한 목뼈 기형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연구 계기가 됐다.
 

cerv.jpg » 북해에서 발굴된 매머드 화석의 목뼈 부위. 오른쪽 아래 화살표가 목갈비뼈가 붙은 부위이다. 사진=옐레 뢰머 외, <피어스 제이>

 

일반적으로 포유류의 목뼈는 7개로 되어 있는데, 등뼈로 연결되는 7번째 목뼈에 드물게 갈비뼈가 생기는 기형이 발생한다. 목뼈 아래인 등뼈에서는 당연히 갈비뼈가 나와야 하지만 그 위 목뼈에서 발생하는 기형이다.
 

북해에서 발견한 매머드 화석 3개체 가운데 2개체에 그런 기형이 있었다. 깜짝 놀란 연구진은 지금까지 북해에서 발굴한 다른 매머드 화석은 어떤 상태인지 여러 자연사 박물관 수장고를 뒤져 보았더니 9개체 가운데 3개체의 목뼈에 목갈비뼈가 형성된 기형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매머드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현생 코끼리의 목갈비뼈 기형을 조사했더니 기형률은 29마리 가운데 1마리 곧 3.6%에 지나지 않았다. 매머드는 33%의 기형률이니 10배 가까운 높은 비율이다.
 

사람에게도 목갈비뼈가 생기는 기형이 나타나지만 90%는 어른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 목갈비뼈 자체가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형은 임신 초기 태아가 교란을 받아 정상적으로 발달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다른 선천성 기형이나 암 등을 동반한다.
 

기존의 연구를 보면, 목갈비뼈 기형의 출현은 근친교배와 관련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탈리아 시실리의 고립된 인구집단에서 이런 기형이 인구의 7.46%에서 나타난 적이 있다. 또 근친교배로 품종을 고정하는 개에서 11.4%의 이런 기형이 보고되기도 했다.
 

Mauricio Antón.jpg » 어떤 멸종설이든 공통 배경은 기후변화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파편화하고 고립되면서 질병과 사냥 등 각종 위험에 맞서 회복할 가능성이 적어졌다. 그림=마우리시오 안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개체군이 감소하던 집단이 멸종 직전에 근친교배를 한 것이 이런 높은 비율의 기형률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빙하기가 끝나고 매머드가 살던 서식지는 점점 좁아지고 조각나, 좁고 고립된 서식지에 매머드 무리가 몰려 유전다양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생충과 질병, 그리고 새로 등장한 인간의 사냥에 버티지 못하고 멸종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형이 발생한 다른 중요한 요인으로 기후변화가 초래한 거친 환경을 꼽았다. 질병, 기근, 추위, 스트레스 등이 임신 초기 매머드 태아의 기관 발생을 교란해 기형을 유발했을 것이란 가설이다.
 

연구진은 홍적세 말 기후변동과 생태계 불안정성의 증거로 북부 유라시아의 어린 매머드한테 뼈의 영양부족 증상이 널리 나타나는데 이는 임신한 암컷의 미네랄 섭취 부족 때문이라는 기존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한편,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매머드 유전학자 엘레프테리아 팔코풀루는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연구의 시나리오가 약 2만년 전 매머드 개체수가 대폭 축소된 자신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면서도 매머드의 마지막 순간에 정말 근친교배가 일어났는지는 유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나와 있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다니엘 피셔 미국 미시간 대 고생물학자는 이번 연구가 소수의 매머드만을 대상으로 한 한계가 있고 근친교배는 개체군 감소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회의론을 <사이언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온라인 공개학술지인 <피어 제이> 25일치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eumer et al. (2014), Extraordinary incidence of cervical ribs indicates vulnerable condition in Late Pleistocene mammoths. PeerJ 2:e318; DOI 10.7717/peerj.31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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