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꿀벌 사라진 지리산은 '침묵의 봄'

하정옥 2014. 04. 01
조회수 41549 추천수 0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① 자연의 경고, 사라진 꿀벌

지리산 재래꿀벌 95% 사라져, 눈에 안 보이는 장기 영향 우려

꿀벌도 가축처럼 사육하려는 세태가 문제, 근본적으로 AI와 마찬가지

 

지구에서 15분마다 생물종이 하나씩 영원히 사라질 정도로 생물다양성 감소는 기후변화와 함께 가장 심각한 지구환경문제입니다. 오는 9월 강원도 평창에서는 이 문제를 논의할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립니다. 이를 계기로 '물바람숲'은 녹색연합과 함께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야생동물 10종을 선정해 자연의 소중함을 시민과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연재는 매달 이어집니다.

 

b0-1.jpg » 갯버들에서 꽃가루를 모으느라 바쁜 재래꿀벌. 몸집이 작고 빛깔이 검은 것이 특징이다.

 

윙윙대는 날갯소리가 그립다

 

제가 사는 곳은 지리산의 칠선계곡과 백무동계곡을 끼고 있는 함양군 마천의 깊은 산골 마을입니다. 해마다 앞집의 산수유 꽃이 필 때면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였으나 4~5년 전부터는 그림속의 풍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토종벌 육성을 위해 정책적으로 양봉이 들어오지 못했던 우리 마을에도 2009년 전국적으로 토종벌을 95% 이상 죽인 ‘낭충봉아부패병’ 이후로 지금은 토종벌은 거의 전멸하고 양봉 꿀벌 몇 마리만이 돌아다니는 마을이 되어버렸습니다.


재래꿀벌의 벌통은 거의 다 비어 있습니다. 더러 새 벌통을 갖다놓는 이도 있지만 워낙 값도 비싸져서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재래꿀벌이 윙윙대는 봄의 정취는 당분간 맛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b3_DSC_0556_090907 의중 재래꿀벌통 (2).jpg » 재래꿀벌 벌통.

 

b4_DSC_0593_090529 창원리 바이러스 감염되기 전의 재래꿀벌,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다.jpg »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의 재래꿀벌 벌통의 모습. 이런 활기차고 밀집된 재래꿀벌은 요즘 보기 힘들어졌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연상시키는 아주 고요한,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마을로 변한 것입니다. 벌의 날갯짓 소리 하나가 이렇듯 커다란 느낌을 준다는 걸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말입니다.

 

벌의 종류에는 애벌레 때는 식물의 잎을 먹으며 어른벌레가 파리 형태인 잎벌류, 배추농사를 하는 농부들에게 반가운 배추벌레에 기생하는 고치벌류, 살아있는 거미를 마취시키고 알을 붙여 신선한 먹이를 공급하는 대모벌류, 꿀벌농가에 많은 피해를 주는 말벌류가 있습니다.


그 중 꿀을 공급하며 꽃가루받이를 해 주는 꿀벌과 농사에서 해충의 천적으로 사용하는 기생벌류가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생활과 가장 가깝습니다.


b7_DSC_120629 화개 벌통입구의 양봉꿀벌.jpg » 양봉꿀벌. 재래꿀벌과 조금 크고 밝은 빛이다.

 

꿀벌은 크게 토종벌이라 불리는 재래꿀벌과 일반적으로 기르는 양봉꿀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꿀벌은 양봉꿀벌입니다.


재래꿀벌은 양봉꿀벌에 비해 덩치가 작고 몸에 검은 빛이 돕니다. 선호하는 밀원식물이 있는 양봉꿀벌에 견줘 재래꿀벌은 모든 꽃을 골고루 찾아 꿀을 빨기 때문에 수분매개에 좀 더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말벌의 공격에는 재래꿀벌이나 양봉꿀벌 모두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벌통 앞에서 파리채로 말벌을 잡는 풍경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b2_DSC_0556_090907 의중 말벌의 공격을 받는 재래꿀벌.jpg » 재래꿀벌 통을 습격하고 있는 말벌 무리.

 

b6_DSC_2002_081201 삼정리 토종벌통 바로 옆에 있는 말벌집, 지금까지 적과의 동침이랄까.jpg » 토종꿀벌 벌통 바로 옆에 있는 말벌의 벌통. 말벌은 꿀벌을 잡아 그 살을 애벌레에게 먹인다.

 

다른 벌에 비해 꿀벌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식물에서 꽃가루와 꿀을 얻는 대신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를 맺게 해 식물의 번식을 도와 먹이사슬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래꿀벌이 궤멸 상태에 있다고 해서 당장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재래꿀벌이 줄어 높은 산의 나무가 제때 열매를 맺지 못하자 담비가 숲 가장자리로 나와 먹이를 찾다 자동차에 치이는 사고가 잦아졌다는, 지리산에서 담비를 연구한 최태영 국립생태원 박사의 연구 결과가 최근 소개됐습니다. 꿀벌의 감소가 앞으로 어떤 일을 불러올지 걱정이 됩니다.


꿀벌 죽이는 농약·전자파·설탕물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된 ‘군집 붕괴 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먹이를 구하러 나간 일벌들이 이유 없이 사라져 벌통에 남아있던 여왕벌이나 애벌레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해 꿀벌의 30%가 사라졌고, 해마다 피해는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는 화분매개를 담당하는 꿀벌의 감소로 생태계의 교란은 물론 식량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구 생태계에서 생물종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서식지 파괴, 외래종 침입, 남획과 환경오염 등을 얘기합니다. 꿀벌 역시 그러한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얘기할 수 있습니다.

 

b1_DSC_0034_110615 덕산 낭충봉아부패병으로 떨어진 재래꿀벌 애벌레와 꽃가루경단.jpg » 낭충봉아부패병에 걸려 죽은 재래꿀벌 애벌레와 꽃가루 경단이 둥지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먼저 농약설이 있습니다. 포유류를 비롯한 특정식물에는 영향이 없고 곤충에게만 작용을 해 꿀벌의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니코티노이드계 성분의 살충제를 유럽연합에서는 올해부터 2년 동안 사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을 만큼 살충제의 특정성분으로 인한 피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곳곳에 세워져 있는 휴대전화 중계기의 전자파가 꿀벌의 진로를 방해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얼마 전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전자파는 우리 생활과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어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하겠습니다. 넓게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세우는 송전탑과 그 송전탑이 지나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질병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꿀을 얻기 위해 사육하면서 먹이는 정제된 설탕물과 항생제 투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해마다 민감한 시기에 찾아오는 조류독감 문제와 같은 맥락입니다.


조류독감의 원인이 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사실 수백 년 전부터 새들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집단사육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면역체계가 거의 없어진 닭이나 오리에게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된 것이지요.


꿀을 얻기 위해 대량으로 기르는 양봉꿀벌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닐까요? 사람의 필요에 의해 개량되는 동물들을 어디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유전적 다양성은 사라지고 목적에 맞는 하나의 품종으로 개량되어, 조그마한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하며 늘 병원체 감염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꿀벌이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다”

 

b9_R0073332 140323 창원 꿀벌이 없이 적막한 산수유꽃.JPG » 산수유 꽃은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부산하게 드나들던 벌은 찾을 수 없어 적막하다.

 

이처럼 지구상의 꿀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을 하지만, 명확한 이유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분매개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꿀벌 대신 뒤영벌을 이용할 수도 있고 꿀을 얻기 위해 토종벌은 양봉꿀벌(로) 대체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생물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꽃가루받이가 필요한 식물들이 직접적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볼 것이고, 그 식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과 동물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입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예언처럼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양봉이나 토봉 농가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꿀벌 역시도 가축처럼 사육을 한다는 표현이 맞을 테니까요. 병에 걸려 폐사하면 소각하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우면 해외에서 수입을 하면 되며, 그도 저도 아니면 복제를 해서라도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요? 


b8_DSC_121028 창원 꿀벌대신 꽃가루받이도 하는 우수리뒤영벌.jpg » 꿀벌이 사라진 자리를 우수리뒤영벌이 메워 꽃가루받이를 하고 있다. 자연은 융통성이 있지만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마을의 벌이 사라지고 있는데 우리는 물론 직접 농사를 짓는 농부들까지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는 게 현실입니다. 모든 좋지 못한 상황은 단번에 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게 무섭지 않나요?


지구를 구성하는 자연 생태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건 아닙니다. 나름대로 각자의 영역에서 생태계의 한 축을 구성하며 건강한 지구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거기에서 꿀벌이라는 한 종이 사라진다고 해서 인간이 멸종한다고 한다면 비약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분명한 경고입니다.

  

생활 속에서 꿀벌을 지키는 방법


1. 유기농산물과 유기농식품을 구입하세요. 유기농은 살충제를 쓰지 않습니다. 유기농 식품은 선택하는 일은 꿀벌을 지키는 것과 같습니다.

 
2. 당신의 텃밭을 유기농으로 키우고, 밀원식물을 심어보세요. 텃밭과 정원에 살충제, 제초제를 뿌리지 마세요. 그리고 꿀벌이 꽃꿀을 찾아 날아드는 식물을 집앞에 동네에, 일터에 심어보세요. 집 주변에서 만나는 매실나무, 밤나무, 산수유, 대추나무 등이 대표적 밀원식물이랍니다.


3. 꿀벌을 직접 볼수 있는 양봉농가로 꿀벌여행을 떠나보세요. 생협이나 지역에서 추천하는 양봉 농가를 직접 방문하면 꿀벌의 소중함과 귀함을 눈으로 볼 수 있어 아이들의 교육여행으로도 좋습니다.

 

4. 국내산 천연꿀을 선택하세요.꿀의 단맛을 대신하는 설탕이나 인공감미료를 먹으면서 잃어버린 천연 꿀맛을 다시 찾으세요.

 

5. 환경단체를 후원하세요. 꿀벌과 환경단체가 무슨관계냐구요? 환경단체는 꿀벌이 필요로 하는 먹이와 집을 제공하는 서식처 보존 활동을 합니다. (이 상자글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1년 3월호에서 옮겨왔습니다.)

 

 

꿀벌에 관한 동영상 보기

 
건강한 꿀벌이 도시에 필요한 이유(노아 윌슨-리치)
: 시골뿐 아니라 도시에도 꿀벌의 도움이 필요하고, 도심양봉을 통해 꿀벌과 도시 생활 모두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벌이 사라지는 이유(말라 스피박)
: 세계 곡물 생산의 1/3 이상이 벌의 수분에 의존할 정도로 중요한 꿀벌, 꿀벌이 사라진 이유를 알아보고, 우리의 작은 행동이 거대한 변화의 초석이 될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합니다.

 

 

 

꿀벌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이곳을 참고하세요

 

-꿀벌없는 세상, 결실없는 가을 (로완 제이콥슨 저 노태복 역/ 에코리브르 /2009)
-꿀벌사랑 동호회

-한국양봉협회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

-서울 강동구 도시양봉학교 구경하기 (강동구 도시농업과 02-3425-6543) 
-대전시‘시민체험 양봉장’ 구경하기 (대전시 농업유통과 042-270-3764)

 

글·사진/ 하정옥 

 

*하정옥(애벌레)님은 지리산에서 곤충을 연구하고 있으며 곤충이 그냥 벌레가 아닌 소중한 생명으로 만나기를 바라며 지리산 둘레길 함양안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획 표제어인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는 박노해의 시 '그대 심장을 찌르는 시'에 수록된 시의 일부입니다.

 

* 이 글은 네이버 기부 사이트인 해피빈-해피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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