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망자 8명 중 1명 대기오염으로 숨져

김정수 2014.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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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만 700만명 생명 앗아가, 과거 추정치보다 2배 이상 많고
미세먼지 빈발 한국도 남 일 아냐, “차량부제·배출원 통제 검토해야”

 

04941154_P_0.jpg » 지난 1월17일 오전 서울 광화문 거리가 대표적 대기오염 물질인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휩싸여 시야가 부옇다. 사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기오염에 따른 건강 피해가 실제보다 크게 저평가돼 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발표로 실내외 대기오염 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2012년 실내외 공기 오염이 원인이 된 질병으로 숨진 사람이 세계적으로 700만명에 이른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의 사망자 8명 가운데 1명이 대기오염 때문에 숨졌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새로 분석된 사망자 수가 지금까지 평가됐던 사망자 수의 두 배가 넘은 것은 공기 오염이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환경 문제임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짚었다.
 

대기오염에 따른 질환 사망자 규모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대기오염 노출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한 추가 증거 확보, 종합적인 노출반응 함수 적용 등을 통해 대기오염과 사망의 관계를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번 분석에는 최신 사망자 자료는 물론 인공위성 관측과 지상 모니터링 자료, 주요 대기오염원의 오염물질 배출 자료, 공기중 오염물질 이동 모델링 등이 동원돼, 과거 분석에서 제외되던 농촌 지역과 뇌혈관·협심증 같은 질환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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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가 이번에 공개한 ‘2012년 실내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부담’ 보고서를 보면, 실외 공기 오염보다는 실내 공기 오염에 따른 건강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가정에서 난방과 조리를 하려고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실내 공기 오염에 따른 사망자는 430만명으로, 공장과 발전소 등의 산업 시설 가동, 자동차와 선박 등의 교통수단 운행 과정에서 비롯되는 실외 대기 오염에 따른 사망자 370만명보다 60만명가량 많았다. 이번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실내 공기 오염과 실외 공기 오염에 따른 사망자가 각각 200만명과 130만명으로 추산됐다.
 

2012년 보고서에서 추산한 사망자 800만명 가운데 실내외 오염에 모두 노출돼 중복 계산된 100만여명을 빼면 실제 사망자는 700만명으로 집계된다. 이 사망자 숫자는 세계보건기구가 수질오염으로 숨진다고 추정해 온 사망자수(180만여명)의 4배에 가깝다. 대기오염은 수질오염이 따라올 수 없는 ‘지구촌 최악의 집단 살인자’임을 말해준다.
 

세계보건기구의 ‘공중보건·환경·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 조정관인 카를로스 도라 박사는 “과도한 공기 오염은 종종 교통, 에너지, 산업과 폐기물 관리 같은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의 부산물”이라며 “건강을 고려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의료 비용도 줄일 수 있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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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가 새롭게 계산한 대기오염 질환 사망자를 지역별로 보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권이 288만5000명으로 전체의 40.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이 포함된 남동아시아권이 227만5000명으로 32.2%, 아프리카 9.6%, 유럽 8.2%, 동부 지중해권 5.8%, 아메리카권 3.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와 소득 수준별로 사망자를 살펴보면, 93%인 659만8000명이 중간소득 이하 국가에 집중됐다. 서태평양권의 저소득·중간소득 지역 대기오염 사망자는 인구 10만명당 172명으로 동부 지중해권 고소득 지역(인구 10만명당 사망자 29명)의 6배에 이른다.
 

실내외 대기오염이 원인이 된 질환별 사망자는, 협심증이 전체의 36%인 253만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뇌졸중 230만명(33%), 만성폐쇄성폐질환 119만명(17%), 급성하기도폐질환 60만명(8%), 폐암 44만명(6%) 순으로 파악됐다.
 

세계보건기구 공공건강국 국장인 마리아 네이라 박사는 “대기오염에 따른 심장 질환과 뇌졸중 발병 위험은 이제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현재 지구인의 건강에 대기오염보다 더 영향을 주는 위험 요소는 거의 없다. 이는 우리 모두가 호흡하는 공기를 정화하려고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고 말했다.
 

04941152_P_0.jpg » 미세먼지가 가득 낀 서울 도심에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김봉규 기자

 

지구촌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망자 수가 지금까지 알려진 규모의 두 배 이상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새로운 분석 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부쩍 심해진 한국의 달라진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미세먼지는 호흡기계는 물론 심혈관계 질환까지 일으키는 대표적 대기오염 물질로,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난해 10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에 견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책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게 환경단체와 보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제시하는 대책은 모두 장기적 대처 방안일 뿐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고농도 스모그 문제 대책은 사실상 없다”며 “프랑스 파리에서는 3월 중순 닷새 연속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자 차량 2부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한 반면 서울은 엿새 동안 무려 103시간에 걸쳐 초미세먼지 예비단계와 주의보가 번갈아 발령됐지만 오염물질 배출을 통제하는 실질적 조처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세계보건기구의 이번 발표를 대기오염 정책에 반영해 고농도의 초미세먼지가 단기적으로 발생할 때는 차량부제를 실시하고 산업계의 오염 배출원을 통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심각한 실내 공기오염

 

2012년 세계 사망자의 7.7%, 주부와 어린이 건강 위협

 

air3.jpg » 인도의 한 여성이 소똥을 연료로 쓰려고 바위에 펴서 햇볕에 말리고 있다.사진-클라우드 르노, 위키미디어 코먼스

 

실내 공기 오염은 세계적으로 건강에 가장 큰 위협을 가하는 환경 문제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2년 실내 공기 오염이 원인이 된 질병으로 숨졌다고 집계한 사망자수 430만명은 같은해 세계 사망자의 7.7%에 해당한다.
 

폐질환이나 뇌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실내 공기 오염은 주로 조리나 난방에 나무나 숯, 석탄, 가축 배설물 등과 같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저개발국가 가정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이처럼 질이 떨어지는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미세먼지나 일산화탄소 같은 건강에 나쁜 물질이 연기와 함께 다량 배출된다.

 

이렇게 나온 공기 오염물질은 특히 스토브 근처와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성과 어린이의 건강에 큰 위협이다. 실내 공기 오염에 따른 질환 사망자의 99.6%가 아프리카, 남동아시아, 서태평양 지역 등의 저소득 국가에 집중된 것은 그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가정에서 이런 연료를 사용하는 인구가 여전히 세계적으로 30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가족·여성·어린이 건강’ 부국장 플라비아 부스트레오 박사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지내며 석탄과 나무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를 마시는 가난한 나라의 여성과 어린이가 특히 실내 공기오염으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숨쉬는 공기를 깨끗이 하는 것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포함한 취약계층의 질병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비전염성 질병을 예방하는 일도 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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