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고통 공감, 동료 입속에 코 쏙

조홍섭 2014. 04.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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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하는 상대와 고통 같이 느끼고 소리와 접촉으로 다독여

타이 코끼리 공원서 1년간 관찰 결과, 위로행동 첫 과학적 증거

 

el1.jpg » 힘들어 하는 동료의 머리를 코로 쓰다듬는 코끼리. 코끼리는 영장류나 개, 까치처럼 공감하는 능력이 있음이 드러났다. 사진=E. 길크리스트, <피어 제이>

 
힘들어 하는 동료 코끼리를 보면 주변의 코끼리가 다가가 소리와 접촉을 통해 상대를 다독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코끼리가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하고 가족 구성원 사이의 유대가 긴밀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 이로부터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많았지만 이런 행동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공감 능력이 확인된 동물은 사람과 영장류를 포함해 돌고래, 개, 까치 등 일부 동물에 그친다. 코끼리는 이밖에 거울에 비친 자신을 알아채고 협동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ele4.jpg » 코끼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안다. 사진=Think Elephants International (www.thinkelephants.org)

 

조수아 플로트니크 타이 마이돌 대학 행동생태학자 등 연구진은 타이 북부에 있는 코끼리 자연 공원에서 관리하는 26마리의 아시아코끼리를 1년 동안 관찰한 결과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온라인 공개학술지 <피어 제이>에 최근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논문의 공저자인 프란스 데 발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이번 연구가 밝혀낸 것은 고통을 당하는 코끼리를 본 다른 코끼리도 고통을 느끼며, 그래서 그 코끼리에 다가가 진정시키는 행동을 하는데 이는 침팬지나 사람이 상대를 끌어안고 달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라고 에모리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플로트니크는 “사람은 많은 점에서 독특하지만 우리가 여태 생각한 것만큼 모든 면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같은 자료에서 덧붙였다.

코끼리는 개가 다가오거나 뱀이 출현하거나 성질이 사나운 다른 코끼리가 접근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때 당사자 주변의 코끼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면밀히 관찰했다. 이런 힘든 상황에 닥치면 코끼리는 귀를 펄럭이고 꼬리를 세우며 트럼핏 소리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이를 본 다른 코끼리는 전염이라도 되듯 비슷한 감정 상태가 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마치 무서운 영화를 함께 보던 사람이 손을 꼭 잡는 것과 같다.

 

ele3.jpg » 힘들어하는 상대의 입속에 자신의 코를 집어넣는 코끼리. 사진=Think Elephants International (www.thinkelephants.org)  

 

힘들어 하는 동료에게 다가간 코끼리는 코로 상대의 얼굴을 부드럽게 만지거나 입속에 집어넣는 행동을 하곤 했다. 이것은 상대를 위로하려는 침팬지에게도 보이는 행동인데, 사람이 악수하거나 끌어안는 행동에 해당한다. 플로트니크는 “상대의 입속에 자신의 코를 집어넣는 행동은 깨물릴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데, 그것은 마치 ‘널 도와주러 왔어, 널 해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코끼리는 또 고통받는 상대에게 높은 주파수의 낑낑 거리는 소리를 내는데, 이는 마치 어른이 "그래, 그래, 괜찮아”라고 달래는 소리와 비슷하며 홀로 있을 때 그런 소리를 내는 코끼리는 보지 못했다고 플로트니크는 밝혔다.

 

동료 코끼리를 소리와 접촉으로 위로하는 행동 동영상 

(Joshua Plotnik, Think Elephants International (www.thinkelephants.org)
 

 

발스 교수는 이전에 침팬지가 싸운 뒤 화해하는 행동을 처음으로 밝혀냈으며, 나아가 제3자 침팬지가 싸움에서 진 침팬지를 끌어안고 위로하는 행동을 보고하기도 했다.
 

화해 행동은 이밖에 다른 종에서도 발견됐는데 위로 행동을 보이는 종은 이보다 적다. 플로트니크는 “화해가 사회 집단에서 관계를 유지하거나 복원하기 위한 기능이라면 위로는 공감 능력을 필요로 해 훨씬 어렵다. 상대의 감정에 자신을 이입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사육하는 코끼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야생 코끼리에게도 같은 행동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lotnik JM, de Waal FB. (2014) Asian elephants (Elephas maximus) reassure others in distress. PeerJ 2:e278 http://dx.doi.org/10.7717/peerj.278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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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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