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공단 저어새 최대 보금자리 된 까닭

이기섭 2014.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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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② 갯벌 건강 깃대종 저어새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 인공섬에 해마다 100여쌍 번식, 작은 배려가 놀라운 성과

갯벌 매립으로 먹이터 상실, 도시 개발로 번식지 고립 등 장기적 문제 해결돼야

 

sp0.jpg » 연평도에 튼 둥지에서 새끼를 기르고 있는 저어새.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저어새는 주걱이나 숟가락 같이 생긴 부리를 물속에 넣고 휘저어 그 촉감으로 물고기를 잡아먹는 새이다. 부리를 젓고 다닌다고 저어새라고 부른다.

 

영어 이름은 숟가락 부리라는 뜻의 스푼빌(Spoonbill)이다. 저어새과의 새는 전 세계에 모두 6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저어새(학명 Patalea minor)와 노랑부리저어새(Platalea leucorodia) 2종이 서식한다.
 

주로 갯벌과 해안에서 발견되는 저어새는 우리는 그저 저어새라고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얼굴 주변이 검은색이라는 특징을 집어 ‘검은 얼굴을 한 숟가락 부리’(Black-faced Spoonbill)라고 부른다. 노랑부리저어새는 주로 내륙습지에서 서식하고 부리 끝이 노랗고 키가 큰 편이다. 유럽과 아시아에 분포하여 국제적으로는 ‘유라시아 스푼빌’이라고 한다.
   

sp1.jpg »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휘저어 물고기 등 먹이를 잡는 저어새. 탁한 물에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다.

 

한국을 찾는 저어새는 내륙습지보다 해안 갯벌을 더 자주 찾는다. 저어새가 주걱 부리를 휘저어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어설픈 동작으로 먹이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갯벌 사이의 물골처럼 물이 탁한 곳에서는 물고기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저어새는 오히려 다른 새들보다 물고기를 훨씬 잘 잡는다.
 

그런데도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다른 종류의 저어새들이 10만 마리 이상 생존하는 것과 달리 저어새는 세계의 개체수를 다 합쳐봐야 3000마리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30년전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수이다.
   

저어새가 멸종위기에 놓이도록 감소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서식지가 크게 파괴되었고 수은, 카드늄, 납과 같은 중금속 오염이나 디디티 농축에 의한 먹이의 오염, 각종 살충제와 제초제, 쓰레기, 오폐수로 인한 어류 먹이 감소, 낚시줄과 같은 해양쓰레기에 의한 폐사 등 다양한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일부 번식지는 군인들의 포사격 훈련장이 됐고, 저어새의 알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삶터인 갯벌이 매립되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 전역에서 갯벌 간척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3년간 저어새 수는 더는 늘지 않고 있다.
   

저어새는 갯벌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물이 들고 날 때 물고기나 새우와 같은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갯벌이기 때문이다.

 

03415543_P_0.jpg » 저어새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갯벌 매립이다. 인천 송도에서 갯벌 매립 공사를 하는 곳을 저어새들이 날아가고 있다. 사진=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그러나 한국의 갯벌은 1970년대부터 매립이 시작되어 지난 30년 동안 전체 면적의 무려 70~80%가 사라졌으며 아직도 갯벌 매립은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도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간척이 시작되어 상당한 면적의 갯벌이 매립되고 있다.
 

갯벌 이외의 담수 습지도 거의 사라져 이용이 어려워졌다. 그나마 논에 물을 대는 모내기철에 미꾸라지, 개구리나 수서곤충 등을 잡아먹을 수 있었으나 제초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그것도 힘들어졌다. 한국의 강 하구는 대부분 둑으로 막혀 저어새가 앉기에는 수심이 너무 깊어졌다.
   

저어새는 95% 이상이 한국의 서해안을 따라 곳곳에 산재한 무인도에서 번식한다. 그 중에서도 인천과 강화 옹진군 지역에 80% 이상이 몰려있다.
 

이곳은 한강하구에서 흘러나온 토사가 쌓여 형성된 갯벌이 넓게 형성되어 있고 군사적 이유로 출입이 제한된 여러 무인도서가 있기도 하다. 유도, 요도, 석도, 비도와 같이 비무장지대나 북방한계선 근처에 있어 감히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섬들이 대표적인 저어새 번식지이다.
  

sp2.jpg »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 인공섬에 둥지를 튼 저어새와 가마우지.

 

2009년부터 인천 송도의 남동공단 유수지 내 인공섬에 저어새가 번식을 시작하였다. 번식지가 도시 안에 위치하고 주변 환경이 썩 좋지 않은데도 많은 저어새들이 번식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유도처럼 과거 번식지에 문제가 생겼거나 그만큼 번식할 곳이 없다는 것을 뜻했다.
 

저어새는 돌틈이나 바닥에 나뭇가지와 풀을 모아 지름 40㎝ 정도 크기로 둥지를 튼다. 알은 보통 흰색 바탕에 잔 점이 있으며 3개(2~4개)를 낳는다.
 

25일 정도 알을 품으면 흰색 솜털의 새끼가 깨어나는데, 나이가 들면서 부리가 길어지고 점차 넓어진다. 새끼는 태어나서 30일쯤 지나면 날 수 있게 되어 둥지를 떠나기 시작한다.
 

sp3.jpg » 비좁고 오염된 환경에 모인 저어새.

 

그러나 남동유수지의 저어새들은 축대의 좁은 돌틈 사이에서 번식하였기 때문에 둥지에서 새끼가 굴러 떨어져 죽기도 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유수지이기 때문에 폭우가 내린 다음날, 거의 모든 둥지가 물에 잠기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끼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다음해부터 저어새가 오기 전에 섬에 들어가 축대 사이 틈을 넓혀 둥지 자리를 만들어 주는 한편 나무 재료도 넣어주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매년 저어새 수가 늘어나 5년 만에 번식수가 5배로 늘어났다. 그 작은 인공섬에 이젠 100쌍이 넘는 수가 번식하는 저어새의 국내 최대 번식지가 되었다. 둥지 자리를 만들고 재료를 제공해 주는 것 만으로 이렇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줄은 몰랐다.
   

sp4.jpg » 지난해 5월 남동공단 유수지의 오염된 물에 빠진 새끼를 구조해 방사하는 모습.

 

sp4-1.jpg » 방사한 어린 저어새가 갯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많은 인천 시민들과 학생들이 저어새를 보러 오고 저어새가 어떤 새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저어새가 번식할 곳을 찾지 못해 얼마나 고생하고 있고 간절하게 둥지 재료를 원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저어새 새끼들은 가까운 곳에 쉽게 먹이를 잡을 수 있는 안전한 갯벌이 있어야 함도 알게 되었다. 매년 이곳에서는 낚시줄에 걸리거나 상처 입고 오염된 저어새를 구조하여 풀어주고 있다. 오염된 환경에 살아가는 저어새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며 어쩌면 우리가 사는 환경이 이렇게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올해도 인공섬에는 저어새 70여쌍이 둥지를 틀었고 그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아마 지난해의 103쌍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송도의 갯벌 매립이 계속되면서 이곳의 저어새 번식지가 무사할지 걱정이다. 갯벌이 계속되면 저어새의 먹이터가 점점 줄어들고 비행허기도 멀어지기 때문이다.
 

또 매립된 곳에 아파트나 다리 등이 들어서면 번식지는 도심 속에 고립되고 새들이 날아서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04662472_P_0.jpg » 지난해 4월 인천시 남동구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저어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사진=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이제 갯벌 매립을 더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천의 갯벌은 신도시, 준설토 투기장, 항만 등의 목적으로 계속 사라지고 있다. 
 

갯벌도 소중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남겨두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매립을 하더라도 매립지의 최소한 10~20%는 남겨 두거나 물새 서식지를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갯벌의 중요성과 해양 환경 오염의 심각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어새는 10월이 되면 바다를 건너 장거리 이동을 시작한다. 번식을 끝낸 저어새들은 먹이감이 풍부한 주변의 갯벌과 일시적으로 형성된 시화호나 새만금 등지의 간척 습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대만, 홍콩, 중국 남부, 일본 남부 등 동남아로 날아가고 일부는 제주도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과거 저어새는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고 수가 적어 그 존재조차 잘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어떻게 갯벌을 매립하느냐에 따라 저어새가 생존하는가, 멸종하는가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저어새는 갯벌의 건강성을 알려주는 깃대종이다. 저어새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갯벌과 습지가 건강하고 오염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저어새를 지키는 것은 그 만큼 사람들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sp5.jpg » 이렇게 멋진 저어새가 계속 지구에 번창하기 위해선 우리나라와 이웃 나라가 힘을 합쳐 갯벌 보전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저어새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저어새의 생태와 이동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다. 서로 멀리 떨어진 갯벌들조차도 저어새에게는 모두 중요하게 연결된 통로일 수 있다. 한 나라나 지역을 넘어 여러 갯벌과 습지가 함께 보호되어야 저어새들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대만, 일본, 홍콩, 중국 등 저어새 월동지에서 보호 노력이 활발히 벌어지고 동시에 번식지인 한국에서 갯벌을 보전하고 둥지 재료 공급과 같은 수많은 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비로소 저어새는 멸종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 조류학 박사

 

■  이 글은 네이버 기부 사이트인 해피빈-해피로그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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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
이메일 : laru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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