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호주 낙타, 효자에서 원흉 전락

조홍섭 2014.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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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내륙 수송용으로 인도서 들여와, 자동차 보급 뒤 야생화

2000년대 가뭄 심해지자 물 둘러싸고 사람과 갈등, 16만 마리 사살

 

ca0.jpg » 오스트레일리아에 원래 없던 낙타가 내륙 건조지대에 풀려나가면서 엄청난 수로 불어나 사람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로버트 슬립(Robert Sleep), 닌티 원

 

아랍과 북아프리카의 사막 말고 세계에서 낙타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내륙이다. 호주는 약 4000만년 전부터 다른 대륙과 고립돼 왔기 때문에 캥거루 등 독특하게 진화한 동물이 많다. 동시에 서구 식민지가 된 이후 이들이 들여온 토끼, 여우, 고양이, 두꺼비 등 외래종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이 외래종 목록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던 동물이 바로 단봉 낙타이다. 호주의 건조하고 광활한 붉은 땅에서 낙타만큼 잘 살아가는 동물도 없다.
 

낙타는 1840년 24마리를 시작으로 19세기 후반에 주로 인도에서 짐과 물건을 나르는 용도로 들여왔다. 도로가 없는 외딴 지역에서 말이나 당나귀보다 물을 적게 먹으면서도 현지의 식물을 잘 먹고 무거운 짐을 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ca3_James Northfield Heritage Art Trust ©.jpg » 대륙 횡단 열차를 홍보하는 호주의 포스터. "편안하고 빠르다"는 설명이 붙어있다. 사진=James Northfield Heritage Art Trust

 

A.P. Brophy prospector, the well known riding camel 'misery', the world's record 600 miles without water, Coolgardie 1895.jpg » 1895년 찍은 호주의 수송용 낙타. "물을 마시지 않고 600마일을 가는 세계 기록을 세웠다"라고 적혀 있다. 사진=쿨가디(Coolgardie),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20세기 들어 철도와 도로망이 깔리고 자동차가 보급되자 ‘신의 선물’로 칭송을 받던 낙타의 처지는 쓸모없는 애물단지로 바뀌어 도살되거나 버려졌다. 사람의 손아귀를 벗어난 낙타는 황량한 호주 오지로 이동했고, 그곳 자연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불어났다.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진 낙타가 다시 관심사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 가뭄이 기승을 부리면서부터였다. 곳곳에서 낙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건조한 기후에 잘 견디는 낙타는 3㎞ 밖에서도 물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는 물구덩이에 무리를 지어 몰려들어 한 마리가 3분 동안 180ℓ의 물을 빨아들인다.
 

ca2_Jjron_832px-07__Camel_Profile,_near_Silverton,_NSW,_07_07_2007.jpg »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의 낙타. 사진=Jjron,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이 귀할 때 물구덩이는 가축이 목을 축이는 곳이지만 낙타떼가 훑고 가면 배설물 등으로 오염되고 만다. 게다가 웅덩이를 울타리로 막아 놓아도 2m에 가까운 키와 덩치가 큰 낙타에겐 소용이 없고 종종 울타리를 송두리째 망가뜨리기도 한다.
 

결국 호주 정부는 2009년부터 ‘호주 야생화 낙타 관리 사업’을 벌여 호주 중부와 서부 일대에 약 100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던 낙타의 도태에 나서게 된다.
 

낙타는 남한의 33배인 330만㎢ 면적의 오지에 분포하는데, ㎢당 5~20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밀도를 10㎢당 1마리로 줄이는 것이 사업의 목표였다.
 

camel1.jpg » 낙타 분포 지역. 진한 색일수록 밀도가 높다. 그림=호주 야생화 낙타 관리 계획

 

낙타는 대부분 외딴곳에 서식했기 때문에 이들을 도살해 부산물을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따라서 주요 ‘관리 방법’은 헬기를 타고 총을 쏘아 죽인 뒤 방치하는 것이었다.
 

2013년 말까지 계속된 사업 결과 16만 마리의 낙타를 사살했다고 낙타 관리 사업을 주관한 ‘닌티 원’은 최종 보고서에서 밝혔다. 이 보고서는 “현재 낙타는 약 30만 마리가 남아있으나 해마다 10%씩 늘어나고 있다”며 추가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a4_Tim Anderson.jpg » 낙타 관리에는 주로 헬기에서 총으로 쏘아 죽이는 방법이 동원됐다. 사진=팀 앤더슨(Tim Anderson), 닌티 원

 

1900만 달러가 든 연방 정부 차원의 사업은 끝났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낙타 사살 작업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애초 100만 마리로 추정하던 낙타의 수가 2012년에는 75만 마리로, 다시 최종 보고서에선 30만 마리로 축소한 것에서 보듯이 낙타에 관해서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형편이다. 이 보고서도 “누구도 낙타의 정확한 수를 모른다.”라고 인정하고 있다.
 

호주 야생화 낙타 관리 사업 소개 동영상

 

 

한편, 이처럼 쓸모가 없어졌다고 대량 살육을 벌이는 인간의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동물 보호론자뿐 아니라 낙타 서식지의 40%를 차지하는 원주민도 헬기로 몰아 무차별로 쏘아 죽여 방치하는 ‘관리 방식’에 불만을 표시한다.
 

영국 엑시터 대학 환경 및 지속가능성 연구소 연구원인 새러 크로울리 박사는 낙타의 도입 역사와 퇴치 과정을 분석해 학술지 <앤스로 주스>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낙타는 있어야 할 시간과 장소를 벗어난 타자로 간주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낙타가 “다른 외래종과 달리 유럽 본토에서도 낯선 전통적이지 않은 동물”이라며 “그래서 비자연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이탈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분석했다.
 

물론 호주 원주민에게도 낙타는 낯선 존재이지만 대하는 태도는 유럽인과 조금 다르다고 그는 지적한다. 원주민은 낙타를 죽이더라도 고기나 모피 등이 꼭 필요해서 죽여야 한다고 보는 반면 백인들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침입종이어서 박멸해야 한다는 일종의 “생태 국가주의”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가뭄과 산불이 빈발하자 반추동물인 낙타가 배출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킨다는 여론도 강해지고 있다. 크로울리 박사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호주에 있는 2850만 마리의 소에 견줘 낙타 100만 마리는 적은 수이고, 실제로 낙타는 소나 양보다 먹는 양이 적어 기후변화 기여도가 낮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주 원주민이 도착한 뒤 거대한 초식동물을 대부분 멸종시켰음을 들면서, 그 빈자리를 낙타가 채울 수 있다는 의견을 소개했다. 결국 사람에게 버림받았어도 이 거친 환경에서 스스로 살아남아 번창한 것은 낙타의 존재가치 아니겠냐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amels out of place and time: the dromedary (Camelus dromedarius) in Australia' by Crowley, S. L. (2014), Anthrozoö. Vol. 27, Issue2, pp. 191-203, Doi: 10.2752/175303714X13903827487449, http://www.ingentaconnect.com/content/bloomsbury/azoos/2014/00000027/00000002/art0000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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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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