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째 삼키는 고래 짠맛 외 맛 몰라

조홍섭 2014. 0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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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물질 거르는 쓴맛도 잃어, 씹지않고 삼키고 짠 바다 생활 결과 추정

짠맛은 소금과 혈압 조절 위해 유지, 고양이는 단맛 판다는 감칠맛 잃어

 

Xiao-Qiang Wang_Institute of Hydrobiology_ Chinese Academy of Sciences.jpg » 이빨고래든 수염고래든 고래는 맛을 보는 능력을 전반적으로 잃었다. 먹이를 먹는 상괭이. 사진=왕 샤오칭(Xiao-Qiang Wang), 중국 과학원

 

맛은 음식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줄 뿐 아니라 근원적으로 무얼 먹을지 무얼 먹지 말지를 정하는 구실을 한다. 머리에 앞서 혀가 당기는 음식이 있고 거부하는 음식이 따로 있다. 단맛은 칼로리가 높다는 뜻이고 독이 있는 물질은 대개 쓴맛이 난다.
 

기본적으로 맛에는 단맛, 쓴맛, 감칠맛, 신맛, 짠맛 등 5가지가 있으며, 포유류는 대개 이들을 모두 느낀다. 포유류와 9억년 전 갈라져 진화한 곤충은 단맛, 쓴맛, 짠맛과 함께 물맛과 탄산 맛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부 포유류는 진화 과정에서 미각의 일부를 잃어버렸다. 고기를 먹다가 대나무만 먹는 것으로 전환한 자이언트 판다는 고기에서 나는 감칠맛을 더는 느끼지 못한다. 고양이와 닭은 단맛을 느끼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Evadb_640px-Whales_Bubble_Net_Feeding.jpg » 공기방울 그물을 쳐 청어떼를 사냥하는 혹등고래 무리. 사진=Evadb, 위키미디어 코먼스

 

크릴이든 청어든 통째로 삼키는 돌고래도 감칠맛과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라 고래가 대부분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국 연구진은 큰돌고래, 상괭이 등 이빨고래 7종과 밍크고래 등 수염고래 5종을 대상으로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과학저널 <게놈 생물학과 진화> 최근호에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들 고래에서 맛을 느끼는 수용기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복구할 수 없게 바뀌어 있었다.
 

고래는 5가지 기본 미각 가운데 짠맛을 뺀 4가지 미각을 상실했다. 이번 게놈 연구결과는 돌고래 혀에 미각돌기 없다는 해부학적 연구결과와 일치한다.
 

Mike Baird_640px-Humpback_Whale_(Megaptera_novaeangliae)_lunge_feeding.jpg » 물과 함께 청어떼를 삼키는 혹등고래. 미각을 잃은 이유로 맛을 보지 않고 삼키며 바닷물의 소금기가 강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 책임자인 후아빈 자오 중국 우한대 동물학자는 “천연 독성물질이 통상 쓴맛인데 쓴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유전자가 사라진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미국과학기술진흥협회가 발행하는 <사이언스 뉴스> 온라인판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고래가 미각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이유로 먹이를 삼키기 때문에 맛을 볼 필요가 없다는 점 외에 바닷물에 나트륨 농도가 높아 다른 맛은 짠맛에 가리고 물에 희석돼 거의 느끼지 못하고, 고래가 육지에서 바다로 진출하면서 식성이 채식에서 육식으로 바뀐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논문에서 추정했다.
 

고래는 너구리 비슷한 포유류 조상으로부터 5300만년 전 분화해 바다로 갔고 3600만년 전에는 이빨고래에서 수염고래가 갈라져 나왔다. 연구진은 고래가 미각을 상실한 시기가 5300만~3600만년 전 사이로, “포유류 가운데 미각의 대부분을 상실한 최초의 집단”이라고 밝혔다.
 

César Astudillo_657px-Alimentando_a_delfin.jpg » 먹이를 받아먹는 돌고래. 맛으로 먹는 게 아니다. 사진=세사르 아스투디요(César Astudillo),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또 고래가 짠맛을 그대로 보유하게 된 것은 나트륨 수준과 혈압 유지를 위해서일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이처럼 무뎌진 고래의 미각은 오염되는 환경에서 고래를 곤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기름이 유출된 바다로 범고래가 아무렇지 않게 헤엄쳐 들어가기도 했다. 유독 적조도 고래의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ing Feng et.al., Massive losses of taste receptor genes in toothed and baleen whales, Genome Biology and Evolution Advance Access published May 6, 2014, doi:10.1093/gbe/evu095, http://gbe.oxfordjournals.org/content/early/2014/05/06/gbe.evu095.full.pdf+html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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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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