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수화 포기 14년, 기적 일어난 시화호

김정수 2014.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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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색 악취 호수, 20년 만에 숭어·참게·갯지렁이 돌아오고 3위 겨울철새 도래지로

주변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 위협, 관할 3개 기초지자체 통합관리 숙제

 

sh1.jpg » 21일 오후 시화호 상류 지역인 경기 안산시 안산갈대습지공원의 배수로 주변에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등의 여름철새들이 시화호에서 습지공원 쪽으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려 몰려들어 있다. 사진=최종인
 
1994년 1월24일 거대한 바지선에서 바다로 쏟아진 수십t의 바윗덩이들이 총연장 12.7㎞의 시화방조제 가운데 터져 있던 마지막 구간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경기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당시 행정구역은 옹진군)를 잇는 바다를 갈라서 만든 시화호가 올해로 스무 돌을 맞았다.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당시 시화호에서 바닷물을 빼낸 뒤 담수호로 만들어 간척지에 조성될 농지와 산업단지의 용수원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맞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수질이 나빠져 농업용수는커녕 어떤 생산적 용도로도 쓸 수 없으리라고 경고했고, 이 경고는 금방 사실로 확인됐다.
 

제대로 정화 처리되지 않은 채 시화호로 흘러든 안산시의 생활하수와 인근 시화·반월공단에서 흘러드는 폐수가 방조제에 갇혀 썩자 시화호의 수질이 빠르게 나빠졌다. 물고기와 어패류, 각종 저서 생물의 떼죽음이 시작됐다. 죽은 생물들의 부패가 물속 산소를 고갈시키자 더 많은 물고기와 생물의 죽음이 이어졌다. 이런 악순환은 불과 2년 만에 시화호를 최악의 환경재앙 현장으로 만들었다.
 

sh10.jpg » 2001년 해수유통으로 수질이 나아지자 시화호 바닥에 묻혀있던 죽은 조개껍질이 떠올라 고정리 호숫가에 거대한 조개무덤을 이루었다. 시화호 수질오염으로 얼마나 많은 조개가 떼죽음했는지를 보여준다. 사진=김봉규 기자

 

시화호의 모습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기록해 ‘시화호 지킴이’로 불리는 최종인(60·안산시청 안산갈대습지공원 관리사무소 전문직)씨의 안내로 21일 돌아본 시화호 주변에서 환경재앙의 옛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렇게 지나가면서 보면 완전히 비교가 됐지요. 방조제 바깥쪽 바다는 푸르스름한데 방조제 안쪽의 시화호는 물 색깔이 마치 간장처럼 까맸어요.” 기자와 함께 시화방조제를 건너가던 최씨가 방조제 양쪽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대부도에서 농업용지인 대송단지로 들어가는 도로 입구에서 차를 세운 최씨는 “가장 심각했던 장소 가운데 한 곳이 여깁니다. 악취가 너무 심해 지나가려면 코를 틀어막아야 했는데, 이만큼 살아났다는 것이 정말 신기할 정도지요. 정말 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씨가 감회에 젖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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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3.jpg » 방조제로 막힌 지 4년째인 1998년 봄의 시화호(위)와 최근의 시화호(아래) 모습. 오염돼 검게 변한 물 색깔과 푸른 빛이 도는 물 색깔의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최종인

 

갈수록 악화되는 시화호 수질을 개선할 방법을 고심하던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1998년부터 부분적으로 배수갑문을 열어 시화호의 오염된 물을 빼내고 바닷물을 들여보내다, 2000년 12월 결국 담수화 포기를 선언했다. 적은 양이나마 바닷물이 다시 드나든 지 3년 정도 지나자 시화호와 개펄에 다시 생명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2001년 가을에 대송단지 바닷가를 지나다가 갈매기들이 자꾸 갯벌에서 뭔가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서는 떨어뜨리는 모습을 봤어요. 뭔가 해서 다가가 살펴보니 갯벌에 작은 바지락들이 깔려 있더군요. 갈매기들이 바지락 속 조갯살을 먹으려고 돌 위에 떨어뜨려 껍질을 깨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새들이 시화호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줬습니다.”
 

간장물 같던 수질이 수영대회를 열 정도로 회복되자 물고기들이 최씨의 표현대로면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불어났다. 꺼멓게 썩어버린 시화호 상류 갯벌 바닥도 갯지렁이들이 조금씩 파들어가 숨구멍을 만들어준 덕분에 되살아나고 있다.

 

sh5_저어새_이종근.jpg » 시화호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무리를 지어 날고 있다. 사진=이종근 기자

 

새들도 다시 돌아왔다. 최씨는 “시화호를 찾는 새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180종이 넘는다. 찾는 개체수도 적지 않지만, 종 다양성면에서 시화호는 한국 최고의 철새 서식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21일부터 사흘간 환경부가 벌인 조류 동시 센서스 기간에 시화호에서 관찰된 새는 64종으로 전국의 주요 철새 도래지 76곳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관찰된 개체수도 1만9000여마리로 금강호와 동림저수지에 이어 3위다. 가창오리와 청둥오리를 포함한 겨울철새 우점종 5종 가운데 물닭은 전국 76개 철새도래지 가운데 가장 많이 관찰됐다.
 

sh7_뿔논병아리_김진수.jpg » 시화호에서 깨어난 뿔논병아리 새끼들이 어미의 등에 몸을 숨기고 있다. 사진=김진수 기자

 

악취가 진동하던 시화호 상류는 2005년 말 수질 정화용 인공습지인 갈대습지공원이 조성된 뒤 뿔논병아리·해오라기 등 수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먹이를 찾는 새들의 낙원으로 자리잡았다. 안산시가 시화호 하류의 대송단지 저류지 주변과 묶어 조류 보호를 목적으로 한 ‘람사르습지’ 등록까지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그 생태적 가치를 방증한다.
 

21일 오후 습지공원 관리사무소 옆에 갈대습지에서 정화된 물이 시화호로 빠져나가는 배수로 주변에는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등 여름철새가 20마리 가량 몰려 있었다. 최씨는 “갈대습지 쪽으로 올라가는 물고기들을 잡아먹으려는 새들”이라며 “저녁에는 삵이나 너구리 같은 동물들까지 찾아와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수로 아래 양쪽 물 가장자리에는 습지로 올라가려는 어린 물고기들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떼지어 있었고, 그 위에 걸쳐놓은 각목과 밧줄에는 어린 참게들이 매달려 기어오르고 있었다. 참게는 지난해부터 갈대습지로 올라오기 시작해, 어떤 날 저녁에는 습지 옆 주차장 바닥이 까매질 정도로 많아 진다는 최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sh9_안산천_뉴시스.jpg » 시화호 상류인 안산천으로 거슬러오르는 숭어 떼. 사진=뉴시스

 

갈대습지 생태관 옆에 설치된 보에 붙은 어도 하부에는 어도를 거슬어 오르려는 숭어떼가 물이 거무스름하게 보일 정도로 몰려들었다. 갈대습지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 습지를 돌아보는 동안 주변 물속에서 가물치, 잉어, 붕어, 숭어 등 물고기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습지에는 메기, 동자개, 뱀장어 등 토종어종은 물론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등 외래어종도 적지 않다. 최씨는 “갈대습지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인공 방류가 아니라 모두 자연적으로 찾아와 서식하게 된 것들”이라며 “인간의 간섭으로 만들어진 곳이지만, 자연이 말없이 자기의 영역을 만들어내 생태적으로 중요한 서식지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과거 개펄이던 지역 가운데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곳들은 육상화됐다. 억새와 산조풀, 띠풀 등으로 뒤덮힌 가운데 곳곳에 버드나무와 중국산 위석류 등이 군락을 이뤄 사바나 기후지대의 초원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곳도 있다.

 

sh6_탁기형.jpg » 바다가 막히면서 갯벌은 광활한 초지대로 바뀌었다. 사진=탁기형 기자

 

초원지대는 산토끼, 너구리, 족제비, 고라니, 삵 등 포유동물의 삶터가 됐다. 특히 고라니는 시화호 주변에서 해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개체수만 70여마리에 이를 정도로 크게 불어나 인근 주민의 포획 요구 민원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다.

 

수질은 아직 좀 부족하지만 물고기들한테는 양호한 서식지가 조성된 셈이고, 생산성 높은 갯벌 육상화된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포유류나 철새들의 서식지가 됐습니다. 방조제를 허물어 공사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정도로 생태계가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은 성공이라고 봅니다.” 
 

20년 동안 시화호의 변화 모습을 기록해온 최씨는 시화호가 되살아나는 것을 두고 “인간의 노력과 자연의 자기 치유력이 조화를 이룬 결과”로 평가했다. 갈대습지를 조성해 상류 하천에서 내려오는 물을 정화해 내려보냈고, 시화호 주변에서 배출되는 공장 폐수와 생활하수를 모아 시화호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서해로 배출했으며, 2011년부터 조력발전소를 본격 가동해 방조제 안팎의 바닷물이 더 대규모로 순환되게 한 것 등이 시화호 수질개선에 큰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시화호와 주변의 생태계는 다시 살아나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시화호를 위협하는 요소도 여전히 남아 있다. 주변 공단의 폐수나 생활하수가 잘 처리된다고 해도, 강우 초기 빗물에 씻겨 호수로 흘러드는 오염물질이 특히 문제다. 이렇게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은 주변 지역에 공단과 도시 조성이 본격화되며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시화호 상류 수질 정화의 핵심 시설인 갈대습지 관리 문제가 습지로 물을 퍼올리는 전기료 부담을 둘러싼 안산시와 화성시의 갈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펌프장 수문이 관내에 위치해 전기료를 부담해온 화성시는 갈대습지 면적의 대부분을 관할하는 안산시에 전기료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산시는 전기료를 부담하려면 펌프장 관리권이 이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안산·시흥·화성 등 시화호 주변 3개 기초자치단체의 시화호 통합관리기구는 만들어질 기약이 없다.
 

최씨는 “시화호 20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갯벌을 없애는 간척이 더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시화호의 생태 회복에 온 시민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안산/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시화호 지킴이' 최종인씨

카메라 메고 20년 발로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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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청 소속 전문직 공무원인 최종인씨 이름 앞에는 으레 ‘시화호 지킴이’라는 수식어가 공식 직함처럼 따라붙는다. 시화호와 그의 인연은 1988년 직장 일로 거주지를 서울에서 안산으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시화호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 이듬해다.
 

그는 방조제 건설로 죽어갈 생명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쉬는 날마다 카메라를 메고 시화호 주변을 훑고 다녔다. 1997년 구제금융 때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은 뒤로는 시화호 주변을 아예 직장으로 삼았다.

 

그가 1998년 9월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시화호 간석지 안에서 공룡알 화석을 찾아낸 것은 이런 부지런한 시화호 출근의 부산물이다. 그의 발견 덕분에 시화호 내부 간석지 480만평은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돼 그 안의 생태계는 어떤 개발사업으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게 됐다.

 

sh8_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남쪽 간척지 고정리_조홍섭.jpg »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남쪽 간척지인 고정리에서 발견된 공룡알 화석. 사진=조홍섭 기자

 

그는 수자원공사를 설득해 간석지 안에 조성하는 멀티테크노밸리 사업 구역에서도 고라니를 위해 13만㎡를 보호지역으로 떼어놓게 만들었다. 그가 이처럼 보호지역 설정에 열심인 것은 생물종을 보호하려면 종만 보호종으로 지정할 게 아니라 서식지 자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20년 이상 시화호 주변을 발로 뛰어다니며 얻어낸 생생한 자료로 무장한 그는 시화호의 생태에 관해서는 전문학자들도 도움을 구하는 전문가가 됐다. 1999년 말 안산시청은 그에게 생태보호 담당 계약직 공무원으로 활동해달라고 제안한다.

 

‘걸어다니는 시화호 사전’이라고 할 정도로 시화호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그의 전문성에 주목해서다. 최씨는 이를 받아들여 현재 갈대습지 관리뿐 아니라 안산시 전역의 야생동물 구조, 생태계 조사, 환경교육 등을 도맡고 있다.

 

글·사진/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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