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소 무늬 25억살 대이작도, 한반도 땅 원형  

조홍섭 2009. 06. 10
조회수 125657 추천수 0
<3>  한반도의 속살
수많은 지각변화 흔적 오롯, 지각진화사의 ‘표본’
중국 태산에 똑같은 기반암, 북한서도 동갑 암석

 
 
■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넘어갑니다
한반도는 오랜 땅덩어리다. 아무렇게나 밟히는 암석도 20억 년 가까운 풍상을 견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을 보려면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으로 가야 한다.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에 위치한 대이작도의 암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25억살의 나이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일 대이작도 남쪽 해안인 둘얼개를 찾았다. 바닷가에 드러난 암반과 갯바위의 얼룩무늬가 눈길을 끌었다. 적황색 암반에 검은색 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토종소인 칡소의 무늬가 떠올랐다.
 
고도의 변성작용 받은 혼성암의 형태
 
“고도의 변성작용을 받은 증거인 혼성암(미그마타이트)의 특징적 형태”라고 동행한 이유영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원이 말했다.
 
부드러운 점토를 서서히 가열하면 흙이 녹지 않고도 단단한 도자기가 되듯이, 땅속 깊숙이 들어간 암석은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구성광물과 조직이 변해 변성암이 된다.
 
높은 변성을 겪은 편마암은 밝은 광물과 어두운 광물이 분리돼 띠모양을 이룬다. 대이작도의 혼성암은 편마암이 더욱 변성을 받아 암석이 내부에서 녹기 시작해 작은 마그마 맥을 이룬 상태에서 굳은 것이다. 변성암과 화성암이 섞인 셈이다.
 
대이작도의 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검은 띠의 윤곽이 흐릿하거나 줄무늬의 폭이 들쭉날쭉하고 심지어 줄무늬가 중간중간에 끊긴 모습도 나타난다.
 
고온상태에서 시럽처럼 껄쭉하게 된 암석의 성분이 분리되고 늘어나거나 끊기는 변형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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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기반암의 생성연대는 약 19억 년 전이다. 당시 한반도 전역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고, 그때 녹았다 굳은 지르콘 결정이 이 연대를 가리킨다. 지리산, 청계산 등 경기육괴와 영남육괴에는 이때의 암석이 많다.

 
대이작도 이전에 남한에서 가장 오랜 암석은 강원도 화천에서 발견된 19억 년 된 백립암이었다.
 
흔히 한반도는 30억 년 역사를 지닌다고 말한다. 약 30억 년 전 시생대 지각물질이 결정형태로 검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흔적일뿐 구체적 형체를 지닌 암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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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충돌 가설과 대이작도 ‘흔적’은 충돌할까?

 
낚시를 하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해 연대측정한 결과를 학계에 보고한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이작도 혼성암은 남한에서 가장 오랜 암석이란 사실을 넘어 한반도 지각진화사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산둥반도 태산에 가면 대이작도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기반암을 볼 수 있다”며 “25억 년의 연대를 지닌 편마암과 화강암은 북중국지괴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북중국지괴에 속하는 북한에서도 최근 25억 년 된 암석이 발견됐다.
 
25억 년 전은 시생대로 대기속에 막 산소가 늘어난 상태에서 단세포 생물만이 살던 시대였다.
 
대륙충돌로 한반도가 형성됐다는 이론(<한겨레> 5월27일치 ‘한반도의 이동과 충돌’)에서는 경기육괴가 북중국이 아닌 남중국지괴에 속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대이작도는 충돌가설과 충돌할까.
 
조 교수는 “지층이 윤활작용을 하는 암염이나 탄산염 층을 미끄러져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실이 알프스산맥에서 드러나 있다”며 “실제 대륙이 충돌한 지점과 경계부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이작도는 경기육괴와 태생이 다를지 모른다. 조 교수는 임진강 단층대를 남쪽으로 연장해 경기육괴를 둘로 나누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땅인 대이작도는 수많은 지각변화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25억 1천만 년 전 변성을 받아 혼성암이 형성된 뒤 17억~23억 년 사이에는 현재의 일본열도처럼 대륙지각을 해양판이 파고드는 지각현상이 인근에서 벌어졌다. 중생대인 2억 3천만년 전에는 한반도의 다른 곳처럼 대규모 화성활동으로 화강암이 뚫고 들어온 암맥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대이작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땅은?
40억3천만 살 암석, 캐나다 북서부 오지에

 
Untitled-3 copy.jpg지구 표면에는 10여 개의 지각판이 손톱이 자라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해저산맥에서 생겨난 해양판은 대륙주변에서 다시 땅속으로 사라지는 순환을 한다. 이때문에 아무리 오래 된 해양지각도 2억 년을 넘지 않는다.
 
반대로 대륙지각은 나이가 많다. 일부는 지구에 지각이 처음 형성된 직후부터 존재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암석은 캐나다 북서부의 오지에서 발견됐다. 1999년 학계에 보고된 이 아카스타 편마암의 나이는 40억 3천만 년으로, 지구 탄생 5억 3천만 년 뒤에 형성된 것이다. 연대측정은 지각변동을 견딜 만큼 단단한 광물결정인 지르콘(지르코늄 규산염)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이뤄졌다.
 
세계 최고의 암석을 찾는 일은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운이 따라야 하고 불확실성도 크다.
 
실제로 2008년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허드슨만 동쪽 기슭에서 42억 8천만 년 된 암석을 발견했다고 학회지에 발표했으나 조사방법의 문제가 제기돼 ‘최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암석 자체가 아니라 암석을 이루는 물질의 나이는 더 거슬러 오른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인 잭 힐스에는 80㎞ 길이의 오래된 퇴적암과 변성암이 있는데, 이곳의 지르콘에서 얻은 연대는 44억 년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땅덩어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필바라(34억 년 이전), 캐나다 순상지(24억~36억 년 전), 인도 다르와(30억 년 이전), 발트 순상지(35억 년) 등이 꼽힌다. 중국 대륙도 오래된 땅덩어리이며 한반도도 그 연장임이 드러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 지구 탄생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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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 년 전 태어날 땐 온통 뜨거운 마그마 천지
어릴 때 ‘딥 임팩트’, 튕긴 조각 모여 달
생명체 근원이 된 물질은 소행성과 혜성 성분
첫 생물은 33억 년 동안 원시 그대로
5억4천만 년 전에야 비로소 다양한 생물로 충만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로 이어지는 5억 4천만 년 동안의 현생시대는 지구의 역사에서 보면 최근의 짧은 기간에 속한다. 선캄브리아대로 불리는 지구 탄생부터 고생대 이전까지의 기간은 약 40억 년으로, 그 이후보다 8배나 길다. 대이작도의 암석이 탄생한 25억 년 전은 선캄브리아대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지구는 46억 년 전 성간물질이 모여 탄생했다. 어린 지구는 45억 3천만 년 전 화성 크기의 천체와 충돌하는 큰 사건을 겪는다. 이때 튕겨나간 조각들이 모여 달을 이뤘다.
 
원시지구는 소행성 조각의 충돌과 방사성 붕괴 열 때문에 뜨거운 마그마로 흘러넘쳤다. 대기도 바다도 없었고 당연히 생물도 없었다.
 
지구에 물과 공기, 생명체의 근원이 될 수증기,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 휘발성 물질은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과 혜성의 성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탄생에서 생물이 처음 탄생한 38억 년 전까지의 8억 년을 ‘은생대’로 불린다. 몇몇 암석만 발견됐을 뿐 생물의 화석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 ‘숨겨진’ 시대이다. 그런 만큼 모르는 부분도 많다.
 
미국 위스콘신 대 지질학자들은 지난해 물이 43억 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다. 알려진 것보다 지구는 훨씬 일찍 식어 생물이 살기 적합한 환경을 이뤘을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처음 등장한 생물은 무려 33억 년 동안 원시 상태를 유지하며 천천히 진화했다. 시생대(38억~25억 년 전) 동안 최초의 생물이 등장했고, 원생대(25억~5억 4천만 년 전)에는 현재의 해파리, 산호, 벌레 비슷한 생물들이 살았음이 화석으로 밝혀졌다.
 
5억 4천만 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들어오면서 지구는 비로소 다양한 생물로 충만하게 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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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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