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소 무늬 25억살 대이작도, 한반도 땅 원형
<3> 한반도의 속살
수많은 지각변화 흔적 오롯, 지각진화사의 ‘표본’
중국 태산에 똑같은 기반암, 북한서도 동갑 암석
한반도는 오랜 땅덩어리다. 아무렇게나 밟히는 암석도 20억 년 가까운 풍상을 견딘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을 보려면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으로 가야 한다.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에 위치한 대이작도의 암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25억살의 나이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일 대이작도 남쪽 해안인 둘얼개를 찾았다. 바닷가에 드러난 암반과 갯바위의 얼룩무늬가 눈길을 끌었다. 적황색 암반에 검은색 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토종소인 칡소의 무늬가 떠올랐다.
고도의 변성작용 받은 혼성암의 형태
“고도의 변성작용을 받은 증거인 혼성암(미그마타이트)의 특징적 형태”라고 동행한 이유영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원이 말했다.
부드러운 점토를 서서히 가열하면 흙이 녹지 않고도 단단한 도자기가 되듯이, 땅속 깊숙이 들어간 암석은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구성광물과 조직이 변해 변성암이 된다.
높은 변성을 겪은 편마암은 밝은 광물과 어두운 광물이 분리돼 띠모양을 이룬다. 대이작도의 혼성암은 편마암이 더욱 변성을 받아 암석이 내부에서 녹기 시작해 작은 마그마 맥을 이룬 상태에서 굳은 것이다. 변성암과 화성암이 섞인 셈이다.
대이작도의 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검은 띠의 윤곽이 흐릿하거나 줄무늬의 폭이 들쭉날쭉하고 심지어 줄무늬가 중간중간에 끊긴 모습도 나타난다.
고온상태에서 시럽처럼 껄쭉하게 된 암석의 성분이 분리되고 늘어나거나 끊기는 변형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기반암의 생성연대는 약 19억 년 전이다. 당시 한반도 전역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고, 그때 녹았다 굳은 지르콘 결정이 이 연대를 가리킨다. 지리산, 청계산 등 경기육괴와 영남육괴에는 이때의 암석이 많다.
대이작도 이전에 남한에서 가장 오랜 암석은 강원도 화천에서 발견된 19억 년 된 백립암이었다.
흔히 한반도는 30억 년 역사를 지닌다고 말한다. 약 30억 년 전 시생대 지각물질이 결정형태로 검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흔적일뿐 구체적 형체를 지닌 암석은 아니다.

대륙충돌 가설과 대이작도 ‘흔적’은 충돌할까?
낚시를 하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해 연대측정한 결과를 학계에 보고한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이작도 혼성암은 남한에서 가장 오랜 암석이란 사실을 넘어 한반도 지각진화사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산둥반도 태산에 가면 대이작도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기반암을 볼 수 있다”며 “25억 년의 연대를 지닌 편마암과 화강암은 북중국지괴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북중국지괴에 속하는 북한에서도 최근 25억 년 된 암석이 발견됐다.
25억 년 전은 시생대로 대기속에 막 산소가 늘어난 상태에서 단세포 생물만이 살던 시대였다.
대륙충돌로 한반도가 형성됐다는 이론(<한겨레> 5월27일치 ‘한반도의 이동과 충돌’)에서는 경기육괴가 북중국이 아닌 남중국지괴에 속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대이작도는 충돌가설과 충돌할까.
조 교수는 “지층이 윤활작용을 하는 암염이나 탄산염 층을 미끄러져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실이 알프스산맥에서 드러나 있다”며 “실제 대륙이 충돌한 지점과 경계부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이작도는 경기육괴와 태생이 다를지 모른다. 조 교수는 임진강 단층대를 남쪽으로 연장해 경기육괴를 둘로 나누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땅인 대이작도는 수많은 지각변화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25억 1천만 년 전 변성을 받아 혼성암이 형성된 뒤 17억~23억 년 사이에는 현재의 일본열도처럼 대륙지각을 해양판이 파고드는 지각현상이 인근에서 벌어졌다. 중생대인 2억 3천만년 전에는 한반도의 다른 곳처럼 대규모 화성활동으로 화강암이 뚫고 들어온 암맥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대이작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수많은 지각변화 흔적 오롯, 지각진화사의 ‘표본’
중국 태산에 똑같은 기반암, 북한서도 동갑 암석
■ 시리즈 차례 ■ 제1부 격변의 시대 1. 북한산의 기원 2. 이동과 충돌 3. 한반도의 속살 4. 시간이 바뀐 곳 5. 백두대간의 탄생 6. 한국의 갈라파고스 7. 120만년의 화산분출 8. 꺼지지 않은 백두산 9. 용암 흐르던 한탄강 10. 땅이 흔들린다 제2부 생명의 땅 제3부 한반도 지질 명소 ※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넘어갑니다 |
그러나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을 보려면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으로 가야 한다.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에 위치한 대이작도의 암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25억살의 나이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일 대이작도 남쪽 해안인 둘얼개를 찾았다. 바닷가에 드러난 암반과 갯바위의 얼룩무늬가 눈길을 끌었다. 적황색 암반에 검은색 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어, 토종소인 칡소의 무늬가 떠올랐다.
고도의 변성작용 받은 혼성암의 형태
“고도의 변성작용을 받은 증거인 혼성암(미그마타이트)의 특징적 형태”라고 동행한 이유영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원이 말했다.
부드러운 점토를 서서히 가열하면 흙이 녹지 않고도 단단한 도자기가 되듯이, 땅속 깊숙이 들어간 암석은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구성광물과 조직이 변해 변성암이 된다.
높은 변성을 겪은 편마암은 밝은 광물과 어두운 광물이 분리돼 띠모양을 이룬다. 대이작도의 혼성암은 편마암이 더욱 변성을 받아 암석이 내부에서 녹기 시작해 작은 마그마 맥을 이룬 상태에서 굳은 것이다. 변성암과 화성암이 섞인 셈이다.
대이작도의 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검은 띠의 윤곽이 흐릿하거나 줄무늬의 폭이 들쭉날쭉하고 심지어 줄무늬가 중간중간에 끊긴 모습도 나타난다.
고온상태에서 시럽처럼 껄쭉하게 된 암석의 성분이 분리되고 늘어나거나 끊기는 변형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기반암의 생성연대는 약 19억 년 전이다. 당시 한반도 전역에 큰 지각변동이 있었고, 그때 녹았다 굳은 지르콘 결정이 이 연대를 가리킨다. 지리산, 청계산 등 경기육괴와 영남육괴에는 이때의 암석이 많다.
대이작도 이전에 남한에서 가장 오랜 암석은 강원도 화천에서 발견된 19억 년 된 백립암이었다.
흔히 한반도는 30억 년 역사를 지닌다고 말한다. 약 30억 년 전 시생대 지각물질이 결정형태로 검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흔적일뿐 구체적 형체를 지닌 암석은 아니다.

대륙충돌 가설과 대이작도 ‘흔적’은 충돌할까?
낚시를 하다 우연히 이곳을 발견해 연대측정한 결과를 학계에 보고한 조문섭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대이작도 혼성암은 남한에서 가장 오랜 암석이란 사실을 넘어 한반도 지각진화사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산둥반도 태산에 가면 대이작도에서 보는 것과 똑같은 기반암을 볼 수 있다”며 “25억 년의 연대를 지닌 편마암과 화강암은 북중국지괴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북중국지괴에 속하는 북한에서도 최근 25억 년 된 암석이 발견됐다.
25억 년 전은 시생대로 대기속에 막 산소가 늘어난 상태에서 단세포 생물만이 살던 시대였다.
대륙충돌로 한반도가 형성됐다는 이론(<한겨레> 5월27일치 ‘한반도의 이동과 충돌’)에서는 경기육괴가 북중국이 아닌 남중국지괴에 속한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대이작도는 충돌가설과 충돌할까.
조 교수는 “지층이 윤활작용을 하는 암염이나 탄산염 층을 미끄러져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실이 알프스산맥에서 드러나 있다”며 “실제 대륙이 충돌한 지점과 경계부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이작도는 경기육괴와 태생이 다를지 모른다. 조 교수는 임진강 단층대를 남쪽으로 연장해 경기육괴를 둘로 나누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땅인 대이작도는 수많은 지각변화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25억 1천만 년 전 변성을 받아 혼성암이 형성된 뒤 17억~23억 년 사이에는 현재의 일본열도처럼 대륙지각을 해양판이 파고드는 지각현상이 인근에서 벌어졌다. 중생대인 2억 3천만년 전에는 한반도의 다른 곳처럼 대규모 화성활동으로 화강암이 뚫고 들어온 암맥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대이작도/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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