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야생동물, 조교에서 대리모까지

김봉균 2014. 06. 09
조회수 17511 추천수 1

영구장애 황조롱이 후크 등 조류 특징 강의 때 살아있는 교육 자료

너구리 짬밥이는 구조 새끼 대리모 구실 톡톡히, 야생성 강한 새끼로

 

11.jpg » 구조된 야생동물 가운데 장애가 심해 방사되기 힘든 동물은 야생동물 보호를 교육하고 훈련하는 '조교'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띵똥, 닌자, 짬밥이, 클라라, 클로 등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해 보셨거나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여기 든 이름은 센터가 구조해 치료했지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동물들입니다.

 

영구장애 혹은 장기간의 재활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들은 구조센터에서 직원들과 한 식구처럼 지냅니다.
 
오늘은 이 친구들이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까 해요. 센터에서 훈련받는 대부분의 동물은 일반인을 위한 교육을 도와주는 일을 합니다.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과 야생동물을 위협하는 요인 그리고 동물의 전반적인 특징 등을 일반인에게 이야기할 때 교육 효과를 높여주는 일을 하는 거지요.

 

1.jpg » 황조롱이 후크입니다. 서산 야생동물재활센터에서 교육 보조입니다.
 

2.jpg » 너구리 클라라는 무분별한 새끼 동물 구조(납치)의 위험성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깃털이나 골격 등 조금은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조류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단순히 사진이나 설명을 통한 교육보다는 직접 새를 가까이에서 보고 함께 호흡할 때 교육의 효과가 훨씬 높아집니다.
 
3.jpg » 같은 교육을 하더라도 훈련 조류가 있고 없고에 따라 견학생의 교육 참여도에 큰 차이가 납니다.  
 

영구장애 판정을 받은 개체 중 교육·훈련 동물로 선정되면 바로 훈련을 받게 됩니다. 우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순치 훈련을 합니다. 이 훈련이 충분치 않으면 훈련의 효율도 떨어질뿐더러 동물이나 재활사 모두에게 스트레스나 예기치 못한 외상을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4.jpg » 순치 훈련이 진행되면 재활사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 이렇게 손 위에서도 먹이를 먹습니다.  
 
순치가 진행된 훈련 조류들은 종별, 개체별 상태를 고려해 알맞은 훈련을 하게 됩니다. 범상 비행훈련, 루어 훈련, 단거리 유도훈련 등의 훈련 외에도 행동 풍부화 등을 이용한 훈련도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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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jpg » 멋지게 범상 비행훈련과 루어 훈련을 하는 말똥가리 띵똥.  
 
교육을 위한 훈련조류로 지내다가도 장기간의 재활 후 몸 상태가 자연으로 돌아가도 무방할 만큼 좋아지면 다시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훈련을 진행해 방생을 하게 됩니다. 오랜 기간 충남센터에 머물면서 많은 이들에게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말똥가리 띵똥은 2014년 초 다시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7.jpg » 방생 된 훈련조류 띵똥. 지금쯤 제 짝을 만나 새끼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요.  
 
훈련된 동물이 주는 도움은 교육만이 아닙니다. 구조센터의 안방마님 짬밥이는 매년 구조되는 새끼 너구리의 상당수를 기르는 대리모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직접 배 아파 낳은 새끼가 아닌데도 애정을 듬뿍 담아 잘 길러내고 있습니다. 짬밥이가 기른 새끼 너구리는 야생성도 강해 방생했을 때 생존 확률이 더욱 높습니다.
 
8.jpg » 매년 자기 새끼가 아닌데도 많은 새끼 너구리들을 기꺼이 품어주는 고마운 짬밥이.  
 
이처럼 교육·훈련 동물은 센터에 많은 도움을 주는데, 이들에게도 꾸준히 관심과 시간을 투자해 줘야 합니다.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자극을 계속해서 줘야 하고 장기간 계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질병 등의 문제가 없는지 늘 관찰해야 합니다.
 
9.jpg »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순치 훈련을 진행 중인 자원봉사자와 말똥가리 주디. 자원봉사를 와서 새를 순치시켜 주시는 것 역시 저희에겐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이곳의 동물은 대부분 사람에 의한 사고 때문에 들어옵니다. 비록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간이 이용하는, 인간이 버린 여러 가지 이유로 영구장애라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지만, 이 친구들은 인간을 미워하기보다는 저마다 자신들이 맡은 역할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중요성을 가슴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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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야생동물을, 교육·훈련 동물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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