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남미 1만4000㎞, 발 없는 이끼 어떻게 옮겼나

조홍섭 2014.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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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 이끼로 둥지 트는 도요물떼새, 깃털에 묻혀 1만4000킬로 운반

새 깃털에서 이끼 포자 등 확인…이제까지 철새 이동 가설 직접 증거 찾아

 

mo0.jpg » 북극 툰드라의 검은가슴물떼새. 남아메리카 끄트머리까지 이동하면서 깃털에 이끼류의 포자를 운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Jean-François Lamarre

 
북극에 가까운 북아메리카 툰드라 지역과 남극해를 바라보는 남아메리카 끄트머리에는 같은 종의 이끼류가 다수 분포한다. 1만 4000㎞나 떨어진 대륙의 양쪽 끝에 똑같은 이끼류가 나란히 살게 된 이유는 그동안 수수께끼였다.
 

아메리카의 양끝은 육지로 연결돼 있으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이동할 수 있을까. 그러나 툰드라의 이끼에게 대륙 가운데 놓인 열대지역을 건너뛸 재간은 없다.
 

선태류는 아주 작은 포자를 맺기 때문에 바람이 이들을 실어날랐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적도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뉜 풍향 때문에 이것도 비현실적이다.
 

그동안 가장 유력한 가설은 철새에 의한 운반이었다. 도요·물떼새 가운데는 북극과 남극 인접지역 사이를 해마다 오가는 장거리 여행자가 많다. 그들이 이끼류를 옮기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그런 추정만 나왔지만 이를 실험으로 입증한 연구가 나왔다. 릴리 루이스 미국 코네티컷대 박사과정생 등 국제 연구진은 지난 12일치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피어 제이>에 실린 논문에서 알래스카의 도요·물떼새가 이끼류의 대륙 종단여행을 매개한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Ansgar Walk_640px-Muskox_05-28_06_98.jpg » 연구진이 도요새의 깃털 시료를 확보한 캐나다 북부 누나바트 테리토리 모습. 사향소 무리가 보인다. 사진=Ansgar Walk,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북극에 가까운 북아메리카 툰드라에서 남아메리카로 이동을 앞둔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 검은가슴물떼새, 깝작도요 등 장거리 여행자 8종 23개체를 포획해 깃털을 확보한 뒤 그 속에 이끼류의 식물체나 포자 등이 들어있는지 살폈다. 예상대로 모두 23개의 식물 관련 물체가 검출됐는데, 이끼류의 조각과 포자 등이었다.
 

이들 도요·물떼새는 툰드라 해안 지역에서 번식하는데, 땅이 움푹 파인 곳에 둥지를 틀어 주로 이끼 등 식물체를 가장자리에 두르고 부리와 가슴, 다리로 다듬어 둥지를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이끼와 포자가 깃털에 묻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들 철새의 이주 시기가 이끼류가 포자를 맺는 철과 일치하며 털갈이 시기가 장거리 이주가 끝난 시점에 이뤄져 새의 깃털에 들러붙은 이끼류가 대륙의 끝까지 이동할 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mo4.jpg » 아메리카검은발도요와 그 깃털에서 발견된 물이끼의 잎 일부. 사진=루이스 외 <피어 제이>

 

mo5.jpg » 검은가슴물떼새와 그 깃털에서 나온 탄사(포자를 튕겨내는 부위). 사진=루이스 외 <피어 제이>

 

mo6.jpg » 붉은배지느러미발도요와 그 깃털에서 나온 이끼 일부. 사진=루이스 외 <피어 제이>

 

mo7.jpg » 도요새와 물떼새에서 발견한 각종 이끼류 포자의 현미경 사진. 사진=루이스 외 <피어 제이>     

 

이끼류의 포자는 빙하 속에 400년 동안 갇힌 뒤에도 발아하는 등 추위와 건조 등 극한의 환경을 잘 견디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북미 끝에서 남미로 이동하는 물떼새는 검은가슴물떼새 50만 마리, 세가락도요 226만 마리에 이르러 해마다 북미에서 적도를 건너 남미로 공수되는 이끼류의 포자는 수십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연구진은 예측했다.
 

릴리 루이스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끄트머리에는 다른 식물보다 이끼류가 매우 다양하고 풍부하게 분포한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두 지역에 같은 종의 이끼류가 번성하는 이유에 대해 과학계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지구의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해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피어 제이>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Lewis et al. (2014), First evidence of bryophyte diaspores in the plumage of transequatorial migrant birds. PeerJ 2:e424; DOI 10.7717/peerj.42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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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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